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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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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명선두선에게 답함(答孫明先 斗宣○ 丁卯)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3

자료ID HIKS_OB_F9002-01-201801.0003.TXT.0034
손명선두선에게 답함
인택(仁澤)의 언덕에서 저 연꽃봉오리를 바라보았을 때 얼마나 무성했습니까? 제가 보지 못한지 세월이 얼마나 흘렀습니까? 멀리 생각해볼 때 망가진 잎과 부러진 연뿌리가 낭자하게 눈밭에 널려 있어 쓸쓸히 사람의 정취를 감쇄시킬 것입니다. 아! 식물이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마는 너[연꽃봉우리]를 생각하는 것은 이 식물과 관련된 일이 친구를 위하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똑같이 친구인데 유독 간절히 생각하여 식물에까지 미친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조석으로 함께 인택가에서 읊조리고, 시물(時物)을 보고 느끼는 사람이 진실로 내 동생이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멀리 그리워하는 이러한 한 생각이 반곡(盤谷)과 계유(繼裕)의 사이를 날마다 왕래하지 않음이 없었는데 홀연히 외람되게도 편지를 보내주시니, 혼정신성(昏定晨省)주 98)하시는 가운데 모든 일이 잘 풀리는 정황을 아는 것 이외에 40세에 내부로 수습하여 정돈하고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며 진보한다는 등의 말을 보았습니다. 그 위로와 기쁨 은 속인에게 말해주기 어려운 점이 있으니 한때의 안부를 묻는 편지가 될 뿐만이 아닙니다. 옛말에 "노인의 학문은 촛불을 켠 것과 같다."주 99)고 말하였고, 또 "늙어서 배우기를 좋아하는 것은 더욱 사랑스럽다"고 말했으니, 형이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40세가 비록 늦었다 하더라도 위나라 무공이 95세에 〈억(抑)〉이라는 시를 지어 경계한주 100) 일로 보건대, 사실은 늙지 않고 젊으니 촛불을 밝힐 필요가 없었습니다. 단지 사람의 재주와 뜻이 어떠한가에만 달려 있습니다. 힘쓰기를 바랍니다.
김씨의 일은 자세하게 듣지 못했는데 정말로 형의 말씀과 같다면 역시 하나의 유문(儒門)의 변란입니다. 김씨가 억지로 자기 선조를 높이려고 망령스럽게 이 일을 거행한 것은 정말로 경악할 만합니다. 본가(本家)에서 조상에게 허물이 미칠 것을 생각하지 않고 허락한 것도 역시 부당한 것입니다. 이치에 의거하여 깨우쳐서 그만두게 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비록 그가 따르지 않더라도 문인들이 공적으로 함께 성토하는 데에 이르면 아마도 반드시 그렇게 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이것은 선사에게 누가 된다면 곧 누가 되는 것이지만, 음성의 오진영이 선사께서 인가해줬다고 무함하여 원고를 고치고 의절을 깨뜨리며 뜻을 미혹시킨 것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무함하고 고쳤는데도 성토하지 않는다면 선사의 마음은 천고토록 밝혀지지 않을 것이니 그만둘 수 없습니다. 제향을 함께 하는 일은 그대가 거행한 것이 아니고 이를 허락한 자의 과실이니, 실제로 선사의 덕에 손해를 끼치는 것은 없습니다. 그러니 이는 그만두어도 될 것입니다.
주석 98)혼정신성(昏定晨省)
부모의 잠자리를 봐 드리고 아침에 안부를 여쭙는 일이다. 곧 어버이를 정성껏 봉양함을 뜻한다. 《예기(禮記)》 〈곡례 상(曲禮上)〉에 "자식이 된 자는 어버이에 대해서, 겨울에는 따뜻하게 해 드리고 여름에는 시원하게 해 드려야 하며, 저녁에는 잠자리를 보살펴 드리고 아침에는 문안 인사를 올려야 한다.〔凡爲人子之禮 冬溫而夏凊 昏定而晨省〕"라는 말이 나온다.
주석 99)노인의……같다
진(晉)나라 평공(平公)이 사광(師曠)에게 묻기를, "내 나이 칠십이라 배우고자 해도 이미 늦은 듯하다."라고 하니, 사광이 말하기를 "어찌 촛불을 밝히지 않습니까?……신은 들으니, '어려서 학문을 좋아하는 것은 해가 돋아 오를 때의 햇빛과 같고, 장성하여 학문을 좋아하는 것은 해가 중천에 오를 때의 햇빛과 같으며, 늙어서 학문을 좋아하는 것은 촛불을 밝혀 밝게 하는 것과 같다.'라고 하였습니다. 촛불을 밝혀 밝게하는 것이 어둠 속에 길을 가는 것과 어느 것이 낫겠습니까?〔何不炳燭乎……臣聞之少而好學, 如日出之陽; 長而好學, 如日中之光; 老而好學, 如炳燭之明. 炳燭之明, 孰與昧行乎?〕" 하였다. 《설원(說苑)》 〈건본(建本)〉
주석 100)위나라……경계한
위(衛)나라 무공(武公)이 나이 95세가 되었는데도 자신을 경계하는 〈억(抑)〉을 지어 사람을 시켜 날마다 곁에서 외게 하여 스스로를 경계하였다. 《시경(詩經)》 〈억(抑)〉
答孫明先 斗宣○ 丁卯
仁澤之陂, 瞻彼菡萏, 何其穠矣? 自我不見, 日月幾何? 遙想敗葉折藕, 狼藉雪裡, 索然落人意況矣。 噫! 植物何與, 而乃爾之思, 非管是物者爲故人故歟? 均是故人, 而其獨思之切而及乎物者 何也? 非朝夕與之吟澤畔, 感時物者, 實吾舍弟故歟? 盖此憧憬一念, 無日不往來於盤谷繼裕之間, 忽辱惠翰, 仰審省定百福之外, 見有四十收飭警發進步等語。 其爲慰喜, 盖有難與俗人道者, 非但爲一時之安報也。 古語曰"老人之學, 如炳燭", 又曰"老而好學, 尢可愛"者, 兄即其人歟。 盖四十雖云晚矣, 以衛武公九十五而作抑戒觀之, 其實非老伊少, 亦無待炳燭也。 只在當人才志如何爾。 幸惟勉。
金事姑未聞其詳, 果如盛喻, 則亦一儒門之變也。 金之強尊其祖, 而妄舉此事, 固可駭。 本家之不念累及於祖而許之, 亦無謂也。 據理喻之而罷之, 則善矣。 雖其不從, 至於門人之公共聲討, 恐不必然。 此於先師累則累矣, 有非陰震誣認改稿破節幻旨之比。 誣改而不討, 則先師之心, 千古莫白, 不得已也。 若同享之, 非賢舉之, 許之者之過, 實無損於先師之德, 此不可以已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