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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주백에게 보냄(與金周伯 庚寅)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3

자료ID HIKS_OB_F9002-01-201801.0003.TXT.0018
김주백에게 보냄
형이 권순명을 데리고 나에게 와서 그와 화해시키려는 의도는 좋습니다. 그러나 이 일은 제 자신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라 선사(先師)와 관련이 있는 것입니다. 내가 일찍이 권순명에게 "만약에 간옹께서 인가받으라는 뜻을 지니셨다면 어찌 간옹선생이 되셨겠습니까?"라고 하니, 권순명이 내 무릎을 어루만지며 온화하게 말하기를, "이와 같다면 온당치 않습니다. 이제 그만합시다."라고 했습니다. 내가 "우리들이 맹자가 공자를 존중하듯이 간옹을 존중한다면 무슨 온당치 않음이 있겠습니까. 맹자가 '공자가 위나라에서 옹저(癰疽)를 주인 삼았다면주 48) 어떻게 공자가 될 수 있었겠는가'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라고 말하자, 권순명은 아무 말도 없었습니다. 후에 다시 편지로 질문했는데도 답장이 없었고, 계속 음성의 오진영을 존경하며 믿었습니다. 근래에 친구 정교원(鄭喬源)이 '은행나무 밑 대나무 평상에서 말한 것이 있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애매하게 대답하지 않고 "이런 말을 하필 나한테 묻습니까?"라고 말하고, 바쁜 일이 있어 가야 한다고 하면서 바로 나가버렸습니다. 그의 뜻을 살펴보건대, 선사께서 인가받으라는 뜻을 지니셨다는 그의 말이 뚜렷하니, 이는 어찌 선사를 무함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내가 저들과 30년 동안 절교하지 않았지만 저절로 절교된 것은 단지 이 하나의 일 때문이고, 저들이 사람을 보내와 화해를 청한 것이 한 번이 아닌데 끝내 응하지 않은 것도 단지 이 하나의 일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70이 되어 죽게 된 때에 갑자기 이 일을 잊고 스승을 무함한 자들과 함께 화해를 한다면 어찌 똑같이 스승을 무함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들이 만약 이전의 견해를 통렬히 고쳐서 반기를 들어 오씨를 성토하고 선사의 묘소에 달려가 고하고서 동문의 여러 사람들에게 돌아가며 사과한다면 내가 장차 가서 만나는 것도 안 될 것이 없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저들이 비록 나를 찾아온다 하더라도 어찌 얻는 것이 있겠습니까?
형은 이 일에 대하여 이전에 있었던 양쪽의 시비에 대하여 다소간 말한 것이 있는데, 지금 화해시키려 하는 것은 그들이 잘못을 고쳤는가의 여부를 묻지도 않고 하겠다는 말 아닙니까? 그러나 일처리 하는 의리에 대해서는 그 마음의 변화를 완전히 알기 전에는 절대로 가볍게 허락할 수 있는 이치는 없습니다. 비록 그러할지라도 형은 이미 저 사람과 인친관계를 맺어 친밀함이 더욱 절실하니, 반드시 성심으로 그들을 깨우쳐서 그들로 하여금 선뜻 뉘우치고 깨달아 끝내 사문(師門)의 죄인이 되지 않게 한다면 나도 그들과 화해할 날이 있을 것이니 오직 이것을 바랄 뿐입니다.
주석 48)맹자가……삼았다면
《맹자(孟子)》 〈만장 상(萬章上)〉에 다음과 같은 대화가 수록되어 있다. "만장이 물었다. '혹자가 이르기를 공자가 위나라에서는 옹저를 주인으로 섬겼고, 제나라에서는 내시인 척환을 주인으로 섬겼다고 하는데 이런 일이 있었습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아니다. 그렇지 않다. 일을 꾸미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지어낸 말이다〔萬章問曰 : 或謂孔子於衛, 主癰疽, 於齊主侍人瘠環, 有諸乎? 孟子曰 : 否. 不然也. 好事者爲之也)〕
與金周伯 庚寅
兄之欲携權就我, 與之和解者, 意亦善矣。 但此事非關吾身, 關乎先師。 吾嘗語權曰: "若有認意, 何以爲艮翁?" 權按吾膝而溫言曰: "如此則未安, 已之已之。" 吾曰: "吾輩之尊艮翁, 若孟子之尊孔子, 有何未安? 孟子豈不曰: '孔子主癰疽, 何以爲孔子乎?'" 權無言。 後又書質, 亦無答, 而一向尊信陰吳。 近於鄭友喬源杏下竹床說有無之問, 模糊不對而曰"如此說, 何必問我?", 方傯忙當去即出。 觀其意, 其謂先師有認意者躍如, 則是豈不爲誣師乎?
吾之與彼三十年不絕而自絕者, 只爲此關, 自彼遣人請和者非一, 而終不應者, 只爲此關。 今於七旬將死之日, 忽然打破此關, 與誣師者共和, 則豈不同爲誣師乎? 彼若痛改前見, 反旗討吳, 走告先師之墓, 輪謝同門諸人, 吾將往見, 亦無不可。 不然, 彼雖就我, 安所得乎?
兄於此事, 從前之兩邊是非, 有多少云云之說, 今之欲和解者, 亦非謂不問其改革與否而爲之? 然處事之義, 未悉其心面變化之前, 萬無輕許之理矣。 雖然, 兄既與其人通家而親益切, 必將誠心喻之, 使之幡然悔悟, 不終爲師門罪人, 則吾之和解亦有其日, 惟是之望焉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