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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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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선명에게 답함(答朴善明 庚辰)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3

자료ID HIKS_OB_F9002-01-201801.0003.TXT.0016
박선명에게 답함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형님을 방문하고 싶은데, 형님이 저하고 서로 친하여 의리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감히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말하였다 합니다.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매우 가소롭습니다. 맹자는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똑같이 옳다고 여기는 것은 리와 의이다."주 46)라고 했으니, 천하에 어찌 같지 않은 의리가 있겠습니까?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똑같이 옳다고 여기는 것"으로 기준을 삼는다면, 이쪽이 옳으면 반드시 저쪽이 그르고 저쪽이 그르면 반드시 이쪽이 옳으니 만약 다른 사람이 옳고 내가 그르다면 나는 마땅히 견해를 바꾸어 그의 견해를 따라야 할 것이고, 만약 내가 옳고 다른 사람이 그릇되어 일깨워주었는데도 고치지 않는 경우에는 관련된 것이 크니 마땅히 분별하여 물리쳐야 합니다. 그가 의리는 서로 같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그가 인식하는 의리는 한 개인의 사적인 견해일 뿐 모든 사람들이 마음으로 똑같이 여기는 의리가 아닙니다. 오직 그는 자신의 견해만을 의리라고 여기고 자신의 신념을 옳다고 하기 때문에 역시 '누구나 똑같이 여기는 마음'에서 나온 타인의 견해에 대하여 불복할 뿐만이 아니라 오히려 의리가 아니어서 옳지 않다고 하며 배척하니, 이런 경우를 일러 의리를 알지 못한다 합니다. 비록 그러할지라도 이미 이와 같다면 역시 그만입니다. 그런데 지금 옳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과 친한 사람을 방문하고 싶어 하면서, 그 사람에 대하여 약간의 사모하는 뜻을 보이고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것은 또 무슨 경우입니까? 양화(陽貨)가 공자(孔子)에게 한 것주 47)처럼 잠깐 수단을 써서 형님으로 하여금 먼저 와서 자신을 만나게 하려는 게 아닙니까? 만약 그렇다면 더욱 가소롭습니다.
이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형님이 스스로 나는 간재의 문도가 아니라고 말한 것과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또한 타당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 사람이 이미 음성의 오진영과 당여가 되어 스승을 무함했다면, 의리는 천하에 누구나 인정하는 공변된 것이고, 선비는 공정한 의론이 있는 곳이니, 어찌 유독 간재의 문도에만 그 일이 해당되고, 다른 선비는 관련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 부친을 소를 훔쳤다고 무함하는 자가 있는데, 이웃집 사람이 형님에게 '나와 그 집은 친족이 아니니 무슨 관련이 있다고 그 자식의 죄를 논하겠는가.'라고 말한다면 형님은 장차 그 말이 이치에 맞다고 인정하시겠습니까? 이 일이 어찌 이것과 다르겠습니까? 이점에 대해서도 또 생각해볼 일입니다.
우연히 생각이 이에 미쳐서 대강 들어 삼가 서술하니 한강(寒江)형과 함께 보면서 그 정묘한 곳까지 살펴주시고, 불필요한 일을 한다고 비웃지 마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것은 참으로 격물치지의 한 가지 일일 따름입니다.
주석 46)사람들이……의이다
맹자는 "입이 맛에 있어서 똑같이 즐김이 있고, 귀가 소리에 있어서 똑같이 들음이 있으며, 눈이 색에 있어서 똑같이 아름답게 여김이 있다고 하는 것이니, 마음에 이르러서만 홀로 똑같이 옳게 여기는 것이 없겠는가? 마음에 똑같이 옮게 여기는 것은 어떤 것인가? 리이며 의이다.〔口之於味也, 有同耆焉, 耳之於聲也, 有同聽焉, 目之於色也, 有同美焉. 至於心, 獨無所同然乎? 心之所同然者何也? 謂理也, 義也〕"라 했다. 《맹자(孟子)》 〈고자 상(告子上)〉
주석 47)양화(陽貨)가 공자(孔子)에게 한 것
양화가 공자를 만나려 하였으나 공자가 만나주지 않자 먼저 돼지를 선물로 보낸다. 이에 공자는 양화가 없는 틈을 타서 찾아가 사례하고 돌아오는 길에 공교롭게 양화를 만나게 된다. 그리하여 양화는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이 일은 《논어(論語) 〈양화陽貨〉에 나온다.
答朴善明 庚辰
某人之語人以欲訪兄, 而以與弟相親, 義理不同, 故不敢云云。 歸而思之, 甚可笑也。 孟子曰: "人之所同然者, 理也義也。" 天下豈有不同之義理乎?
準之以人心之同然, 而此是則必彼非, 彼是則必此非, 茍人是而我非, 則當改見而從之, 若我是人非, 喻之不改, 而所係者大, 則當辨斥之。 渠以義理爲不同之物, 則是所認以爲義理者, 乃一己之私見, 非人心之同然也。 惟其以己見爲義, 而自信為是, 故亦於人見之出於同然者, 非惟不服, 反以爲非義不是, 而斥之, 此之謂不知義理也。 雖然, 既如此則亦已矣。 今乃欲訪與所不是者相親人, 而畧示景仰之意, 以語夫人者, 又何也? 無乃乍用手段, 使其先來見己, 如陽貨之於孔子也耶? 若然則尢可笑也。
此則既然矣, 至於兄所自言我非艮徒, 何關之有? 亦恐未安。 渠既黨陰而誣師, 則義者天下之公, 士者公論之所在, 豈獨艮徒有事, 而他士可無關乎? 人有誣其父盜牛者, 而其隣人復於兄曰: "我與其家非族親, 何關而論其子之罪乎云爾,' 則兄將許其言之合義乎? 何以異於是? 此又可思者也。
偶念及此, 聊舉仰陳, 幸與寒江兄同看, 而究其極致, 勿以爲多事而笑之, 如何? 此實竆格之一事故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