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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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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치명혁기에게 답함(答魏致明赫基 ○癸酉)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3

자료ID HIKS_OB_F9002-01-201801.0003.TXT.0009
위치명혁기에게 답함
춘추시대는 고대 성인의 시대와 멀지 않아서 성인의 은택이 아직 다 민멸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공자께서는 "뜻있는 선비는 구렁 속에 시신이 뒹굴게 될 것을 항상 잊지 않는다."주 16)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하물며 오늘날이 어떤 시대인데 선비들이 구렁 속에 시신이 뒹굴 근심을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저는 "선비가 오늘날에 살면서 구렁 속에 시신이 뒹굴 것을 근심하지 않는 자는 참된 선비가 아니다"라고 말하겠습니다.
아! 우리들은 이미 나라가 없으니 임금을 성군으로 만들고 백성에게 은택을 베풀 수 있겠습니까? 또한 지위와 재주가 없으니 천하를 깨끗이 청소할 수 있겠습니까? 아울러 재력과 힘이 없으니 사람에게 은혜를 베풀고 만물을 이롭게 할 수 있겠습니까? 이것들은 모두 하늘에서 얻을 수 없는 것들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것으로부터 좋은 칭송을 구하려고 한다면 어느 것에서도 시작할 수 없습니다. 오직 도를 실현할 뜻을 지니고 자신의 힘으로 먹고 살며 죽어서 구렁 속으로 돌아가는 것을 편안히 여기면서 의롭지 않은 것이 털끝만큼이라도 몸을 더럽히지 않고, 저 상제가 부여해준 티 없이 맑고 깨끗한 성(性), 신령스럽고 밝은 심(心)주 17), 바르고 빼어난 형체를 완벽하고 깨끗하게주 18) 받들어 돌려줄 것을 기약하는 것, 이것이 바로 평생의 더할 나위 없는 좋은 모습일 것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주석 16)뜻있는……않는다
맹자가 말하기를 "옛날에 제(齊)나라 경공(景公)이 사냥할 적에 대부(大夫)를 부를 때 쓰는 정(旌)이라는 깃발로 사냥터를 관리하는 우인(虞人)을 불렀으나 오지 않자, 그를 죽이려고 한 일이 있었다. 공자께서 우인을 칭찬하시기를 '지사(志士)는 자신의 시신(屍身)이 도랑에 버려지더라도 한하지 않을 것을 항상 생각하고, 용사(勇士)는 전투를 하다가 자기 머리를 돌아보이 않을 항상 생각한다' 하셨으니 공자께서는 그의 어떤 점을 높이 사신 것인가? 자기 신분에 맞는 부름이 아니면 불러도 가지 않은 점을 높이 사신 것이다. 그런데 내가 어떻게 올바름 부름을 기다리지 않고 갈 수 있겠는가?〔孟子曰, 昔齊景公, 招虞人以旌不至, 將殺之, 志士不忘在溝壑, 勇士不忘喪其元, 孔子奚取焉. 取非其招不往也. 如不待其招而往, 何哉〕라고 하였다. 《맹자(孟子)》 〈등문공 하(滕文公下)〉
주석 17)티없이……심(心)
전우는 "대개 리는 것은 순수한 성이기 때문에 태극은 상대가 없는 진재(眞宰)가 되고, 심은 정영한 기이기 때문에 리와 더불어 간격이 없는 묘용(妙用)이 된다.〔蓋理者純粹之性, 所以爲太極無對之眞宰也, 心者, 精英之氣, 所以爲與理無閒之妙用也〕"라고 하였다. 《간재집(艮齋集)前篇》 권10 〈답양기소(答梁基韶)〉
주석 18)바르고 빼어난 형체를 완벽하고 깨끗하게
전우는 "천지는 이미 나에게 굳세고 바른 형기를 부여하였다〔天地旣賦我以強壯正秀之形氣〕"라고 말하였다. 《간재집(艮齋集)前篇》 권15 〈성산서사시제군(惺山書社示諸君)〉
答魏致明赫基 ○癸酉
春秋之時, 去古未遠, 聖澤不泯, 孔子尚云: "志士不忘在溝壑。" 而况今日何日, 而士子可無溝壑憂乎? 吾故曰: "士居今日, 而無憂乎溝壑者, 非真士也。"
噫! 吾輩既無國家, 可以致君澤民? 又無位才, 可以掃清天下? 并無財力, 可以惠人利物? 此皆不得於天者。 故求善狀於此類, 則其道無由。 惟有求志食力, 安歸溝壑, 不以一毫非義汙身, 期以完完潔潔奉還他上帝所賦純粹之性ㆍ靈明之心ㆍ正秀之形, 是爲生平之無上善狀。 如何如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