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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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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지천상규에게 답함(答蘇芝泉尚奎 ○壬午)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3

자료ID HIKS_OB_F9002-01-201801.0003.TXT.0008
소지천상규에게 답함
편지에서 말씀하신 뜻은 잘 알았습니다. 선척(先戚)의 도리와 장유(長幼)의 분수로 헤아려 보면 감히 명을 따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생각해보면, 저의 부친과 조부 이상 여러 대가 장수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지극한 원통함이 마음을 사로잡고 있어 다른 사람의 회갑과 회근(回巹)주 15)의 잔치에 스스로 나아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축하하는 시와 문장의 경우에 있어서도 마음속으로 스스로 생각을 운용하여 구사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후 30년 동안 항상 줄곧 이런 법을 지켜왔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일은 치우치고 고루하게 되며 감정은 두루 미치지 못한다고 스스로 여기니, 스스로 이렇게 하는 것이 과연 중도를 얻었는지의 여부는 알지 못하겠습니다.
후에 스승의 원고를 읽었는데, 병인양요(丙寅洋擾, 1866)로 부친의 수연(晬宴)을 마련하지 못하고, 이어서 부친이 세상을 떠나 미처 효도하지 못한 것을 탄식하신 뒤로는 돌아가실 때까지 슬픔을 간직하고서 절대로 다른 사람의 수연에 대해 시나 서문을 짓지 않았다는 내용을 보았습니다. 그런 후에 비로소 스승께서 먼저 저와 같은 마음을 터득하셨음을 알고는 저의 견해가 스승의 태도와 암암리에 부합함을 스스로 다행스럽게 여겼습니다. 이제 와서 또한 감히 계율을 깨고 명에 부응할 수 없으니 혹시라도 가련하게 여겨 주시고 심하게 책망하지 않으실 수 있겠습니까?
주석 15)회근(回巹)
회근례(回巹禮)로 혼인을 한지 60주년이 되는 것을 기념하는 예식이다.
答蘇芝泉尚奎 ○壬午
示意謹悉。 揆以先戚之誼ㆍ長少之分, 敢不惟命? 但念父祖以上累世無壽, 至冤貫心, 凡於人家周甲回?之宴, 非惟足自不能進步, 至於祝詩賀章, 心自不能運思。 故孤露後三十年來, 純用一切法。 然猶自以事涉偏固, 情闕周偏, 不自知此果得中與否。
後讀師稿, 有以丙寅洋亂不得爲大人設晬宴, 而因哭風樹, 終身含恤, 絕不作人晬壽詩序之語。 然後始知先師之先獲我心, 而自幸淺見之亦與暗合也。 今亦未敢破戒副命, 或可哀矜而不深罪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