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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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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종형 김만당희현에게 답함(答外從兄金晚棠熺鉉 ○甲申)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3

자료ID HIKS_OB_F9002-01-201801.0003.TXT.0006
외종형 김만당희현에게 답함
이전 편지에 답장을 올리지 못한 무례함에 대해서는 책망을 받아야 마땅한데도 불구하고 책망하지 않으시고 더구나 다시 은혜로운 편지를 매우 은근하고 돈독하게 내려주셨습니다. 형님께서 저를 깊이 사랑하시니, 새해의 즐거움 중에 이보다 더한 것이 없습니다. 또한 생각해보니 본가에는 친종형이 없고 이성(異姓)으로 종형이 몇 명 계시지만, 오로지 형님만이 80세가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저를 돈독하게 사랑하심이 더욱 깊으니 늘그막에 이보다 더 큰 위로가 어디 있겠습니까?
제 나이가 회갑이 되었다고 말씀하신 부분에 이르러서는 그 말씀을 듣자 마음이 처량하여 말씀하신 까닭을 살피지 못했습니다. 부친과 조부 이상 4대는 장수한 사람이 없으니 이는 형님께서 아시는 바이고, 5세조는 66세까지 사셨고, 9세조까지는 족보에 생졸년이 기록되어 있지 않으니, 만약 장수하셨다면 이치상 어찌 기록하지 않았겠습니까? 10세조는 장수하여 70세까지 사셨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집안에서 회갑을 지낸 사람은 10세조 이후에 처음으로 있는 일이니, 어찌 애통하고 이상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지금 형님이 저를 축하하는 것이 오히려 저를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니 차라리 말하지 않을지언정 무슨 말로 사랑해주신 것에 대해 보답하겠습니까. 다만 기억하건대 선군께서 임종 시에 저의 손을 잡고 "너의 증조는 32세까지 살았고, 너의 조부는 43세까지 살았으며, 나는 지금 51세이니 이미 차례로 10년씩 더해졌다. 이를 가지고 이후를 추론해본다면 너는 마땅히 60세를 넘길 것이고, 너의 아들은 70세를 넘길 것이며, 너의 손자는 80세를 넘길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이 말이 몹시 비통하여 읊조리고자 해도 차마 읊조릴 수 없고, 들려주려 해도 차마 들려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제 제 나이가 이미 증험되었으니 자손들도 역시 장차 차례로 이를 따를 것입니다. 형님께서 외가가 침체되지 않기를 바라는 뜻이 혹시라도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생일이 아직 멀었는데 마침 형님의 편지를 받으니 심기가 촉발되어 부모님 봉양을 다하지 못한 아픔을 절로 견딜 수가 없습니다. 또 내일 아침은 선군의 휘신(諱辰)주 13)입니다. 시절의 변화를 느끼며 자신을 돌이켜보니 어떻게 마음을 가눌 수 있겠습니까. 이 때문에 저도 모르게 이렇게까지 감정을 쏟아냈습니다. 삼가 생각하건대 묵묵히 이해하시고 불쌍히 여겨주실 것입니다.
주석 13)휘신(諱辰)
기일(忌日)이다. 《능엄경(楞嚴經)》에서 나온 말인데 본래는 재일(齋日)이란 뜻이다.
答外從兄金晚棠熺鉉 ○甲申
前書闕覆, 無禮可誅, 尚矣無誅, 矧復惠教, 殷切周摯甚矣。 兄丈愛我之深也, 新年喜樂, 無過於此。 且念本無親從, 有異姓從若而人, 而惟兄丈親愛, 八耋愈篤, 勝於親從, 暮年慰幸, 亦何加此?
至於賤年回甲之云, 聞之戚戚, 莫省所喻。 父祖以上四世無壽, 兄丈所知, 五世祖六十六世, 至九世譜無生卒, 如得其壽, 理豈不錄? 惟十世祖壽至七十, 然則吾家囬甲, 十世後初有, 豈不痛且怪焉? 今兄丈所以祝我者, 無乃反爲病我也耶? 念到于此, 寧欲無言, 將何辭以答見愛也? 但記先君臨終, 執不肖手有言曰 : "汝曾祖壽三十二, 汝祖四十三, 吾今五十一, 既遞加十年矣。 推此以往 汝當逾六十, 汝子逾七十, 汝孫逾八十。" 此言絕悲, 誦不忍誦, 聞不忍聞。 然今賤年已見驗, 則子孫亦將次第準此, 而兄丈之希望外家不替者, 其或在斯歟?
弧日尚遠, 適奉尊書, 觸發心機, 匪莪之痛, 自不能住。 且明晨即先君諱辰, 感時撫躳, 何以爲心? 茲不覺罄情至此。 伏想有以默會而憐之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