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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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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재선생에게 올림(上艮齋先生 丙辰)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1

자료ID HIKS_OB_F9002-01-201801.0001.TXT.0020
간재선생에게 올림
'성(性)은 서로 비슷하다[性相近]'고 한 말에서의 성은 기질지성(氣質之性)입니다. 기질지성이 비록 본연지성(本然之性)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사람마다 자체로 하나의 성이 된 것은 바로 그 기질의 강유(剛柔)와 완급(緩急)을 따라 그러한 것이니 이 또한 기질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아래 장의 주(註)에서는 단지 기질만을 말하고 '성(性)' 자는 쓰지 않은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장자(張子 장재(張載))가 이른바 '기질지성은 군자가 성으로 여기지 않는 경우가 있다'주 80)고 한 것입니다.
율곡(栗谷)이 만약 당초에 품수한 기질만 말했을 뿐이라면 누가 감히 의심하겠습니까? 지금 기질지성이 발용(發用)하는 데 나타난 것을 가지고 품수할 때를 기준으로 앞서 말한다면 진실로 처리할 수 없는 염려가 있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는 아마도 율옹(栗翁)의 뜻은 각기 다른 성은 본래 발용한 뒤의 일이고 각기 다르게 된 까닭은 당초에 이러한 기질을 품수하였으므로 발용함에 미쳐서 이러한 기질지성이 된 때문인 것인 듯합니다. 이는 '당초에 품수한 기질에 따라 자체로 하나의 성이 된다'라고 할 때의 성과 같고, 당초에 하늘에서 품수한 기질지성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당초에 품수한 것은 단지 기질일 뿐이라는 뜻이 분명히 그 속에 포함되어 있는 것입니다.
만약 이처럼 융통성 있게 보지 않고 사람과 동물이 기품(氣稟)이 달라 서로 다른 성을 품수하였다고 한다면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릅니다. 즉 사람과 동물이 품수하여 성이 된 것은 바로 하늘의 명(命)이고 천명(天命)은 하나의 근본인데 지금 사람마다 다른 성을 받고, 동물마다 다른 성을 받는다고 한다면 이른바 천명이라는 것은 장차 본령(本領)이 천만 개로 나뉘어 자잘하기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것입니다. 또 태극(太極)의 용(用)은 원래 다름이 있어 사람과 동물의 기질지성이 서로 다르게 되는 근본이라고 한다면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릅니다. 즉 태극이라는 것은 본래 진실(眞實)하여 거짓이 없고 체(體)와 용(用)이 하나의 근원인지라 만물의 뿌리가 되는 것인데 지금 그 용(用)이 갖가지로 달라 기질지성이 다르게 되는 근본이 된다고 한다면 이는 하늘에 이미 치우친 태극(偏太極)과 온전한 태극(全太極), 아름다운 태극(美太極)과 추악한 태극(惡太極)이 있는 것이니 이러한 태극이 어찌 족히 만물의 뿌리가 될 수 있겠습니까?
주석 80)장자(張子)가……있다
장재(張載)가 말하기를, "형체가 있게 된 뒤에 기질지성이 있으니, 이를 잘 돌이키면 천지지성이 있게 된다. 그러므로 기질지성은 군자가 성으로 여기지 않는 경우가 있다.〔形而後, 有氣質之性, 善反之, 則天地之性存焉. 故氣質之性, 君子有弗性者焉〕"라고 한 것을 가리킨다. 《근사록집해(近思錄集解)》 권2 〈위학(爲學)〉
上艮齋先生 丙辰
性相近之性, 是氣質性。 氣質性雖曰不外乎本然性, 然其人人而自爲一性者, 乃隨其氣質之剛柔緩急而然也, 是亦氣質而已。 故下章註, 只言氣質而不著'性'字, 此正張子所謂'氣質之性, 君子有弗性者焉'也。
栗谷若只言當初禀受氣質而已, 則夫孰敢疑之? 今以氣質性之見於發用者, 早言於禀受時, 誠有區處不得之慮矣。 然竊恐栗翁之意, 以各異之性, 固發用以後事, 而其所以各異者, 以其當初稟如此之氣質, 故及其發用而爲如此之氣質性也。 此如曰隨當初稟受氣質, 而自爲一性之性也, 非謂氣質之性, 當初禀受於天也。 然則其當初禀受者, 只氣質而已之意, 瞭然在其中矣。
若不如此活絡看, 而以爲人物異氣稟, 受異性, 則人物之所受而爲性者, 卽在天之命也。 天命者一本也, 今曰人人而受異性, 物物而受異性, 所謂天命者, 將千萬本領, 而不勝細碎矣。 又以爲太極之用, 元自有殊而爲人物氣質性異之本, 則太極者, 眞實無妄而體用一源, 所以爲萬物之根柢也, 今曰其用萬殊, 而爲氣質性異之本, 是在天已有偏太極全太極美太極惡太極, 烏足爲萬物之根柢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