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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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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재선생에게 올림(上艮齋先生 己酉)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1

자료ID HIKS_OB_F9002-01-201801.0001.TXT.0008
간재선생에게 올림
저번에 선친(先親)에 관한 글을 써 주시기를 간청하였는데, (선생님께서) 거절하지 않아 주셨으니 감읍(感泣)할 뿐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다만 행장(行狀)의 초본(草本)이 천루(淺陋)한지라 선친의 실덕(實德)을 잘 밝히지 못하였기에 헤아려 선택하실 수 있는 자료가 되지 못하니 이 점이 부끄럽습니다. 제가 삼가 생각해 보니, 선친께서는 일찍이 빼어난 자질을 타고나서 도(道)가 있는 이에게 나아가 질정(質正)하였을 뿐 과거 공부에 마음을 쓰지 않았습니다. 말년에는 선생을 배알하고서 성현(聖賢)의 학문에 뜻을 두었지만 사고(事故)가 몸을 얽어매어 날마다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곡례(曲禮)의 세세한 절차, 심성(心性)의 담론 등 정세한 부분에 있어서는 비록 힘을 쏟을 수 없었지만 훌륭한 덕행과 고상한 절조는 족히 퇴폐한 풍속을 바로잡아 후세의 사표가 될 만한 것이 있었습니다. 큰 것을 들어 말한다면, 성심(誠心)으로 부모를 섬기고, 의로움으로 자식을 가르치며, 옛 성현의 학문을 배울 뿐 오늘날의 신학을 끊고, 선을 좋아하고 악을 미워하며, 중화를 높이고 오랑캐를 물리친 것 등입니다. 이 다섯 가지는 옛 사람에 비교해 보더라도 부끄러움이 없을 듯하다고 삼가 생각합니다. 이것은 자식으로서 사적인 감정으로 아부하는 말이 아니니, 신령에게 질정하여도 의혹이 없을 것입니다. 모르겠습니다만 선생께서는 이를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만약 맞다고 생각하신다면 이 다섯 가지를 지을 글의 대지(大旨)로 삼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묘표(墓表)와 전(傳)이 오래도록 전해지는 것은 동일하지만 단지 문자로만 전해지기보다는 차라리 묘도(墓道)에 비석을 세워 새기는 것이 더욱 낫다고 생각합니다. 삼가 바라건대, 선생께서 다시 한 번 생각하여 묘표로 써 주신다면 더욱 매우 다행이겠습니다.
上艮齋先生 己酉
向懇先人文字, 旣蒙不却, 感泣何言? 但狀草淺陋, 不能發實德而爲裁擇之資, 是爲可愧。 竊伏念先人夙負卓姿而就正, 無所費心於功令之業。 晚拜先生, 立志於聖賢之學, 而事故纒身, 日不暇給, 於曲禮細節談性說心精細去處, 雖不能致力, 然其懿德高節, 有足以厲頹俗而師來世者。 若擧其大者而言之, 則事親以誠, 敎子以義, 學古絶今, 好善惡惡, 尊華攘夷是也。 此五者, 竊以爲擬諸古人, 似無愧也。 此非人子阿私之言, 可質神明而不惑也。 未知先生以爲然乎? 如以爲然, 則以此五者, 爲下筆之大旨, 如何? 表與傳, 傳久則一也, 與其只傳諸文字, 孰若顯刻墓道之爲尤著也? 伏乞先生再思以墓表下筆, 則尤爲千萬幸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