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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성삼고(錦城三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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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사람에게 보낸 편지 【함께 귀양 갔던 영남 사람으로 성명은 전하지 않는다. 1592년 6월 일 회령 귀양지에 있을 때이다.】(與人書 【嶺南人同被謫者, 而姓名無傳. 壬辰六月日在會寧謫所時】)
금성삼고(錦城三稿) / 금봉습고
어떤 사람에게 보낸 편지 【함께 귀양 갔던 영남 사람으로 성명은 전하지 않는다. 1592년 6월 일 회령 귀양지에 있을 때이다.】
호남과 영남으로 떨어져 살다가 변방 너머에서 서로 만나게 되어 여러 해를 어울리며 함께 가슴 속까지 내보였으니 인정과 의리의 친분이 혈육을 뛰어넘습니다. 지난번 방문하셨을 때에 사랑하고 염려하시는 뜻을 크게 입어 더욱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동강(東岡)주 73) 선생께서 떠나신 뒤로【아마도 빠진 글자가 있는 듯하다.】 우리들의 처지가 더욱 쓸쓸한데,주 74) 그대와의 거리가 멀지 않으나 각자 쓸데없는 일들에 얽매여 조석으로 정답게 만날 수 없으니, 사람으로 하여금 번민에 잠기게 합니다.
근래에 듣기로는 적의 형세가 기세등등하여 임금께서 수례를 타고 또 서경(西京)주 75)으로 피신하셨다고 합니다. 게다가 안변(安邊)주 76)이 함락되어 방백(方伯)들은 몸을 숨기고 왕주(王胄)주 77)처럼 깊이 들어오려는 계책이 있으니, 고금 천하에 오늘날과 같은 참화가 어디 있겠습니까. 우리나라는 본래 인재를 모아 양성하지 않았으니 이러한 큰 환란을 당하여 누가 거친 주먹을 휘두르고 크게 발길질하며주 78) 평정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 또한 몸을 숨겨 달아날 곳이 없어 하루아침에 화가 닥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매우 걱정이니 한번 오셔서 의논하시기를 바랍니다.
〈부제학 김성일에게 올린 편지〉 한 통을 숨기지 않고 찾아 부칩니다. 이 편지의 첫 부분은 남들이 보면 번거로운 일이 있을까 두려워 감히 마음속 말을 다 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품고 있는 생각을 충분히 알 수 있을 테니 끝내 동지에게 침묵하고자 하지는 않습니다. 차운시 또한 지어 올리니 아울러 헤아려주십시오. 틀림없이 만날 테니 일일이 쓰지 않겠습니다.
- 주석 73)동강(東岡)
- 김우옹(金宇顒, 1540~1603)으로, 본관은 의성(義城), 자는 숙부(肅夫), 호는 동강ㆍ직봉(直峯)이다. 조식(曺植)의 문인이며, 외손서이다. 1558년 진사가 되었고 1567년 식년시(式年試) 병과(丙科)에 급제한 후 이조 좌랑, 홍문관 직제학, 성균관 대사성, 사간원 대사간, 이조 참판 등을 지냈다. 저술로 《속자치통감강목(續資治通鑑綱目)》, 《경연강의(經筵講義)》, 《동강집》이 있다.
- 주석 74)쓸쓸하고
- 원문의 '우우(踽踽)'는 친한 사람이 없어 쓸쓸한 모습을 뜻한다. 《시경》 〈당풍(唐風) 체두(杕杜)〉에 "쓸쓸히 홀로 길을 가니, 어찌 타인이 없으랴마는, 내 형제만 못하니라. 아 길 가는 사람들은, 어찌 도와주지 않는고.[獨行踽踽, 豈無他人. 不如我同父. 嗟行之人, 胡不比焉.]"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 주석 75)서경(西京)
- 고려시대 사경(四京) 가운데 하나로 지금의 평양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 주석 76)안변(安邊)
-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함경도에 속한 도호부였다. 지금은 북한의 강원도에 속한 군(郡)이다.
- 주석 77)왕주(王冑)
- 수(隋) 나라 시인이다. 수 양제(隋煬帝)보다 시가 낫기 때문에 늘 미움을 받다가 그로 하여 해침을 당했다.
- 주석 78)거친 …… 발길질하며
- 주희(朱熹)가 진량(陳亮)에게 준 편지에 "공자가 어찌 지극히 공정하고 지극히 정성스럽지 않았으며, 맹자가 어찌 거친 주먹을 휘두르고 크게 발길질하지 않았겠는가.[孔子豈不是至公至誠, 孟子豈不是麤拳大踢.]"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晦庵集 卷28 答陳同夫書》
與人書 【嶺南人同被謫者, 而姓名無傳. 壬辰六月日在會寧謫所時】
湖嶺分住, 塞外相遇, 數年遊從, 共輸心肝, 情義之親, 有逾骨肉. 頃日之訪, 多荷眷眷之意, 尤不知所喩. 自東岡先生出【恐脫字】, 吾儕益自踽踽, 與君相去, 亦不相遠, 而各有宂絆, 未得朝夕之款, 令人憒憒也. 近聞賊勢長駈, 乘輿又移西京, 且破安邊, 方伯遁身, 王冑有深入之計, 古今天下安有今日之慘禍耶. 我國素不儲養人才, 當此大禍難, 孰有麤拳大踢, 可以戡定耶. 吾輩亦無藏身之所脫, 一朝禍迫, 何以爲之, 甚可慮也, 幸一來謀之. 上金部提學書一通, 不隱搜付. 此書在初頭, 恐煩人見, 不敢罄其所懷, 然亦足以知其所存, 不欲終默於同志也. 次韻亦錄呈, 幷惟采之許多. 須面不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