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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26
- 부록 선생 차운시(附 先生次韻)
- 장행가(長行歌)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26 / 부록 선생 차운시(附 先生次韻)
장행가
때는 무신년(1908) 가을, 적(일본)의 창궐이 매우 심하여 단발령을 강제로 시행하였다. 간재 선생께서 바다로 가려고 하실 때, 내가 해암에 이르러 전송하려는데 마음이 매우 슬펐다. 마침 최경존이 장편 한 수를 지어 이별의 마음을 썼기에 나 역시도 붓을 움직여 시를 적는다.
만 리 큰 바다는 드넓어 끝이 없고萬里滄溟浩無邊
한 점 왕등도는 아득하기도 하여라暀嶝一點正蒼茫
어찌 나로 하여금 눈물 떨구게 하나夫何使我雙涕零
이 마음은 취한 듯 또 미친 듯하네此心如醉復如狂
나라의 운명 하늘이 돕지 않아 오랑캐 활개치고邦運不天島夷猾
우리의 의관을 훼손하여 오랑캐로 만들었네주 97)毁我冠裳作裔戒
춘추의 대의는 해와 별처럼 빛나陽秋大義昭日星
만세에 부자의 궁장을 우러러 보았네萬世瞻仰夫子宮
생각하건대 옛날 공자는 세도를 상심하는 뜻 품고憶昔夫子傷世志
하나의 뗏목을 바다로 가서 가는 대로 맡기려 하였네주 98)一桴浮海任所之
선생께서 외로운 섬 가리키며 행차하려니先生此行指孤嶼
고금 천년에 공자와 같은 때이로다古今千載同一時
나루터에서 이별하니 마음 가누기 어렵거니와渡頭別離難爲懷
다만 한스러운 건 자로처럼 따르지 못함이라只恨未作由也從
바람이 앙상한 나무에 부니 슬픔 거문고처럼 보내오고風從落木悲送瑟
조수가 옛 바위에 부딪치니 노여움 종소리처럼 들린다潮激古石怒聽鍾
외로운 돛 아득하게 점차 멀어짐을 바라보니孤帆渺渺看漸遠
가슴 가득 답답해서 기운이 평온하지 못하네滿腔鬱鬱氣不平
그대 보지 못했는가 추운 겨울 서리와 눈이 다시 봄이 되는 것을君不見大冬霜雪還爲春
모든 음의 극처에는 하나의 양이 생긴다네衆陰極處一陽生
기대하노라 맑은 때 노를 돌리는 날에는佇待淸時回棹日
직과 설주 99)의 훌륭한 계책으로 세상에 보탬되리稷契訏謨裨世程
- 주석 97)우리의……만들었네
- 여기서 관상(冠裳)은 유품을 말한다. 《주역》에서 공자의 사당을 허물고 공자의 위패를 불태우려고 보니 거기에 "후세에 어떤 남자가 내 사당에 들어가 내 의관과 옷을 훼손하면 사구평대에서 죽으리라〔後世有一男子, 入我堂, 毁我冠裳, 卒於沙丘平臺〕"라는 글귀를 보고 두려워 결국 공자의 사당을 허물지 못했다는 고사가 전해진다.
- 주석 98)하나의……하였네
- 공자가 난세(亂世)를 개탄하면서 "도가 행해지지 않으니, 뗏목을 타고 바다로나 나갈까 보다.〔道不行 乘桴浮于海〕"라고 말한 내용이 《논어》 〈공야장(公冶長)〉에 나온다.
- 주석 99)직과 설
- 요(堯) 임금의 현신(賢臣)들이다.
長行歌
歲戊申秋,周夷猖獗益甚,勒行薙髮,艮翁先生作浮海之擧,余送至海岸,心甚悵然,適崔敬存作長篇一首,叙別離之情,余亦走筆步韻.
萬里滄溟浩無邊,暀嶝一點正蒼茫.
夫何使我雙涕零?此心如醉復如狂.
邦運不天島夷猾,毁我冠裳作裔戒.
陽秋大義昭日星,萬世瞻仰夫子冠.
憶昔夫子傷世志,一桴浮海任所之.
先生此行指孤嶼,古今千載同一時.
渡頭別離難爲懷,只恨未作由也從.
風從落木悲送瑟,潮激古石怒聽鍾.
孤帆渺渺看漸遠,滿腔鬱鬱氣不平.
君不見大冬霜雪還爲春,衆陰極處一陽生.
佇待淸時回棹日,稷契訏謨裨世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