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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26
- 부록 선생 차운시(附 先生次韻)
- 삼가 스승께서 퇴계의 가재 시에 차운한 작품에 차운함(謹次師門所次退溪石蟹韻)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26 / 부록 선생 차운시(附 先生次韻)
삼가 스승께서 퇴계의 가재 시에 차운한 작품에 차운함
퇴계 선생께서 15세에 가재에 대해 읊은 시에, "돌을 지고 모래 파서 스스로 집 짓고, 앞으로 갔다 뒤로 물러나는데 다리조차 많구나. 찬 샘 한 굽이 평생 충분하니, 강호의 물이 얼마인지 묻지도 않네."라고 하였다. 근래 일종의 험한 말을 하는 사람이 이 시를 간재 선생의 작품이라 하고 억지로 주석을 붙여, "국난에 달려가지 않고서 스스로 신명을 보전한다."라는 뜻을 써서, 헐뜯고 비방하는 것이 많았으니, 사람 마음이 불량한 것이 어찌 이처럼 극도에 이를 수 있는가? 선생께서 퇴계 선생의 시에 차운하여 "퇴계의 시가 전가에서 나왔다 잘못 알고, 영서연설(郢書燕說)의 오류주 46)가 많으니 웃겨 죽겠구나. 다만 묵묵히 더 공부하기만 구할 뿐, 인간들이 얼마나 비방이 어떤지는 묻지 않으리. 다만 다른 집을 관리하려다 자기 집을 버릴 뿐이라, 집안에 가시를 방치하게 한 일 많구나. 자기 집은 도리어 다른 집에서 안타까워하니 그대의 성이 그와 같으니 어찌 하리오."라고 하였다. 나 역시도 감히 스승의 시에 차운해서, 소인의 천한 견식으로 현자의 출처를 망령되이 논의한 것을 비판한다.
얕은 산과 시냇가에 스스로 집을 지었으니淺淺山溪自作家
미련한 그놈 견식이 참으로 없구나嗤渠見識已無多
아득한 동해엔 깊이가 천 길이나 되니渺茫東海深千尺
신룡의 변화가 얼마인지 어찌 알리오豈識神龍變化何
- 주석 46)영서연설(郢書燕說)의 오류
- 본래의 뜻을 잘못 이해하여 와전(訛傳)하는 것을 가리킨다. 중국의 영(郢) 지방 사람이 연(燕)나라 상국에게 편지를 쓰는 일이 있었는데, 등불이 어두워 옆 사람에게 촛불을 들라 하고는 자기도 모르게 편지에 '촛불을 들라'고 썼다. 그런데 연나라 재상이 그 편지를 받아 보고는 기뻐하기를, "촛불을 들라는 것은 현자를 천거해 쓰라는 말일 것이다."라 하고는 임금에게 아뢰어 그대로 실천하게 하니, 연나라가 크게 다스려졌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韓非子 外儲說左上》
謹次師門所次退溪石蟹韻
退溪先生十五歲時,咏石蟹曰,負石穽沙自作家,進前退後足偏多.寒泉一曲生涯足,不問江湖水幾何?近來一種險口,以此爲艮齋田先生作强爲註釋,作不赴國難,自保身命之意毁謗多,端人心不良,胡至此極.先生次退溪詩曰;"陶詩誤認出田家,笑殺郢書燕說多.只求黙黙加功去,不問人間謗幾何?只管他家棄自家,放敎荊棘室中多.自家還被他家惜,子聖其如可柰何?" 余亦敢次師韻,以譏小人淺見妄論,賢者出處云爾.
淺淺山溪自作家,嗤渠見識已無多.
渺茫東海深千尺,豈識神龍變化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