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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22
- 제문(祭文)
- 족제 김재술을 애도하는 글(悼族弟在述文)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22 / 제문(祭文)
족제 김재술을 애도하는 글
유세차 을해년(1935) 8월 8일 문중의 형 후창(後滄)이 글로써 아우 김재술(金在述)의 영전(靈前)에 애도하며 말한다.
아아, 횡사(橫死)와 요절(夭折)은 육극(六極)에서도 첫 번째이니,주 177) 그 누가 억울하지 않으랴만, 하물며 이 사람은 부들이 아니고 난초이며, 돌이 아니고 옥석인데도 난초처럼 불타고 옥석처럼 깨졌으니, 이를 또 어쩌면 좋은가! 너는 나이 열다섯에 칠경(七經)을 다 읽었고, 열일곱에는 장편의 시를 지었으니, 난초에서 꽃이 피어나고 옥석에서 귀한 그릇이 나오기를 눈 비비며 기다렸다. 이처럼 사문(斯文)이 망하고 도학(道學)이 쇠퇴한 때를 당하여서, 네가 칠일 뒤면 싹을 틔우는 종자(種子)주 178)가 되어줄 것을 기대하였거늘 오늘에 이를 줄을 누가 알았겠느냐? 진실로 함께 사는 온 세상의 선비들이 희망을 잃었구나.
생각건대 오늘날은 하늘과 땅이 뒤집어져 선비를 재갈 물려 오랑캐로 만들고 사람을 억눌러 짐승으로 만드는데, 나이 젊은 초학자가 먼저 그 화를 당하는구나. 무릇 사람이 오랑캐나 짐승이 되어 장수를 누리기보다는, 선비가 되고 사람이 되어 죽는 것이 나은 줄은 눈이 밝은 사람이 아니어도 다 안다. 지금 네가 이미 오랑캐가 되거나 짐승이 될 화를 떨쳐 벗어버리고, 선비와 사람의 본래 면목을 온전히 지니고 돌아갔다. 후인은 너의 묘에 '고(故) 사인(士人) 김군(金君) 아무개의 묘'라고 하리라. 그런 즉, 불행하게 일찍 죽은 것은 얼마 안 되는 기간이고, 사람으로 죽은 행복을 길이 지니는 시간은 무궁할 것이다. 이것으로 구천에 있을 네게 위로가 되겠느냐? 아아, 슬프도다!
- 주석 177)횡사와……첫 번째이니
- 《서경 홍범(書經 洪範)》에 오복(五福)과 육극(六極)을 열거하였다. 오복은 장수, 부유, 강녕, 덕을 좋아함, 올바르게 수명을 다함이고, 반대로 육극은 요절ㆍ횡사, 질병, 근심, 가난, 악함과 나약함을 말한다.
- 주석 178)칠일……종자
- 《주역(周易)》 복괘(復卦)의 '칠일이 지나면 회복하는 것은 하늘의 운행이다'[七日來復, 天行也。]'에서 온 말로, 사물과 인사(人事)의 변환이 대개 7일을 한 주기(周期)로 일어나는 것이 천지자연의 법칙이므로 다시 양기(陽氣)를 회복하는 씨앗이 되어줄 희망을 두고 있었다는 뜻이다.
悼族弟在述文
維歲乙亥八月八日, 後滄族兄爲文悼汝族弟在述之靈, 曰: 嗚呼! 凶短折居六極之首, 其孰不掩抑, 矧此非蒲伊蘭, 非石伊玉, 蘭樊玉碎, 又將奈何! 汝年十五誦貫七經, 十七能作舂容大篇, 蘭之抽花, 玉之成器, 拭目可俟。 當此文喪道衰之時, 七日種子於汝焉望之, 孰知今日以至於此? 此固幷世羣彦之所失望也。 顧今天地翻覆, 勒士爲夷, 壓人作獸, 而年少初學, 先受其禍。 夫人與其爲夷爲獸而壽, 不若爲士爲人而死, 不待明者而後知。 今汝旣己超脫乎夷獸之禍, 而全得士人本面而歸, 俾後人題其墓, 曰: 故士人金君某之墓。 然則不幸而夭者不幾時, 而幸福而長存者無窮期矣。 是可以慰汝於九原者耶? 嗚呼, 悲夫!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