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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22
  • 제문(祭文)
  • 외종형 만당 김공께 올리는 제문 【신묘년(1951)】(祭外從兄晩棠金公文【辛卯】)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22 / 제문(祭文)

자료ID HIKS_Z038_01_B00001_001.022.0001.TXT.0018
외종형 만당주 122) 김공께 올리는 제문 【신묘년(1951)】
오호, 김공께서는 嗚呼! 惟公,
기린과 봉처럼 빼어나고 麟鳳之秀,
금과 옥처럼 깨끗하여 金玉之潔,
예원의 아름다운 문사가藝苑詞翰,
수천 명 중에 으뜸이셨습니다. 千人之傑.
갑오년 천 명의 과거주 123)에서 靑馬千科,
사람들이 서로 밀며 다투자 人爭相軋,
공은 천하고 번잡하다 여겨 公謂猥雜,
초연히 마음을 거두고 超然不屑,
평소에 품었던 큰 뜻으로 素蓄大志,
세상을 나가리라 생각하고 欲爲世出,
서울을 여기저기 배회하며 徘徊京師,
시대의 물정을 조용히 관찰하셨습니다. 靜觀時物,
옛 의관은 불 꺼진 재처럼 식었고 衣冠灰冷,
오랑캐 복식의 바람은 뜨거우니 卉氈風熱,
돌아가 내 전답을 일구고 歸治我田,
곡식과 과실 거두어 有禾穎栗,
부모님 평안히 모시고 父母孔安,
제사 향기롭게 지내면 祭祀其苾,
이 또한 집안의 정사이니 是亦爲政,
어찌 꼭 나라 일만을 보겠습니까. 于國何必.
시절 형편은 날로 무너져 내리고 世給日降,
곤궁한 선비들은 끝내 숨을 죽이는데 窮士竟窒,
성품 기개 강직하고 호쾌한 공은 性氣介爽,
이런 세상에 나가는게 부끄러워恥與出沒,
인자의 마을을 찾고 골라서 擇卜仁里,
용화산 바위 굴에 머무셨는데 龍華巖穴.
덕은 이웃 있어 외롭지 않아 德鄰不孤,
문 밖에 수레 발자국 이르고 門外車轍,
가슴 열어 시사를 수창하며 開發唱酬,
망국의 슬픈 노래주 124) 끝이 없었네. 風泉餘闋,
만년에는 본심을 공부하여 晩加存養,
석연히 깨달아 통달하고 犁然會達,
인자의 수복을 누려 仁者有壽,
팔순의 높은 나이에 오르며 躋乎大耋,
한결 같이 희고 밝아 始終皦然,
생과 사에 순하며 평안하셨습니다. 順寧存沒.
아아! 嗚呼!
나는 공에게 我之於公,
친형처럼 대하였고 親兄是埒,
공은 나를 公之於我,
친동생 줄에 두셨습니다. 親弟之列,
아홉 살엔 뒤를 따라 九齡隨後,
정읍 남쪽에서 날마다 글 배우고 楚南課日,
열세 살에는 시경을 외워 十三誦詩,
나의 집에 와서 가르쳐주며 就敎我室,
나의 성취를 곁에서 도우면서 助我成就,
간절하지 않음이 없으셨습니다. 蓋無不切.
나는 구산주 125) 선생을 스승으로 모셔余師臼山,
헛된 이름을 밖에 흘렸는데 虛名外溢,
공은 실로 여겨 속으로 반기면서 公實內喜,
잣나무의 기쁨주 126)을 보여 주셨습니다. 自况柏悅,
늘그막에 공부하는 사람처럼 以若老學,
때때로 제게 질문을 하셨는데 時試問質,
공은 몰라서가 아니었고 公豈不知,
나는 긴 설명을 다 못 하면 余豈有說,
이끌어 궁극에 닿게 하시니 引而歸極,
공의 덕은 이처럼 우뚝하셨습니다. 公德斯屹.
남과 더불어 선을 지음은 與人爲善,
맹자가 밝혀낸 순임금의 마음이고 舜心孟發,
아래로 물음을 부끄러워 않음은 不恥下問,
중니가 칭찬한 공문자주 127)의 미덕이라 孔美尼曰,
이에 마음으로 기뻐 감복하였으니用是悅服,
공은 이처럼 탁월하셨습니다. 公乃度越.
먼 곳에 떨어져 살았지만 地雖落落,
해를 걸러 가끔은 마주 앉아 間年促膝,
서로 함께 강설하고 토론하면 互相講討,
그 즐거움은 샘물처럼 솟았고 此樂豈竭,
형제이자 지기의 벗으로 兄弟知己,
진실로 대하지 않음 없었습니다. 莫曰非實,
흥암(興巖)주 128)에서 기축년 興巖己丑,
단오날 작별하며 말하시기를端陽之別,
그대는 몇 살 더 젊은데 子差少我,
다시 한번 와 주지 않겠는가? 盍圖再佸,
공의 정녕한 당부 말씀公言叮嚀,
어찌 감히 잊고 소홀하겠습니까만 豈敢忘忽,
작년 시월 초겨울에 去年初冬,
제 몸이 풍질을 맞아 余中風疾,
공의 말씀 못 맞춘 일 생각하며 念難副敎,
싯구 짓는 이 마음 처절합니다. 作詩悽絶.
오늘이 지나가면 今焉以後,
영원히 유명으로 서로 갈리려니 幽明永截,
끝없이 망망한 이 우주 茫茫宇宙,
어디에서 이 한을 풀어보리까? 此恨莫洩.
그러나 제가 공 뒤를 따를 날도然我從公,
먼 뒷 일은 아닐 터이며 匪久日月,
정령으로 서로 만나 精靈相隨,
천년을 함께 할 것이니 千秋不滅,
슬픔은 짧고 기쁨은 길리라던 悲暫喜永,
한창려주 129)의 작별의 말을 올립니다. 昌黎明訣.
오호 슬프도다! 嗚呼哀哉!
흠향하소서! 尙饗!
주석 122)만당
김희현(金熺鉉, 1872~1951)으로, 본관은 광산, 자는 정오(定五)이다. 김택술은 그를 위해 1944년에 〈만당시고서(晩棠詩稿序)〉를 썼다.
주석 123)갑오년……과거
원문의 '청마(靑馬)'를 갑오년을 뜻한다. 음양오행에서 청색은 나무[木]으로 갑(甲)에 속하고, 말[馬]은 오(午)에 속한다. '천과(千科)'는 수백 명을 뽑기 위한 수천 명의 과거시험을 말하는데, 당시의 갑오년 식년 사마시에서는 1055명이 합격하였다.
주석 124)망국의 슬픈 노래
원문은 '풍천(風泉)'인데, 《시경》의 편명인〈비풍(匪風)〉과 〈하천(下泉)〉을 합친 말이며, 모두 나라의 쇠망을 걱정하며 슬퍼하는 노래이다.
주석 125)구산(臼山)
전우(田愚, 1841~1922) 선생의 호이다. 그는 자가 자명(子明)이고, 구산 이외의 다른 호로 추담(秋潭)과 간재(艮齋)를 썼다.
주석 126)잣나무의 기쁨[栢悅]
친우가 잘 된 것을 함께 기뻐함을 말한다. 진(晉)나라 육기(陸機)의 〈탄서부(歎逝賦)〉에 "참으로 소나무가 무성하니 잣나무가 기뻐하고, 아 지초가 불에 타니 혜초가 탄식하네.[信松茂而柏悅, 嗟芝焚而蕙歎。]"라고 한 말에서 유래하였다. 《文選 卷16》
주석 127)공문자
위(衛)나라 대부 공어(孔圉)이다. 그가 '문(文)'을 시호로 얻은 까닭을 자공(子貢)이 묻자, 공자가 "스스로 명민한데 남에게 배우기를 좋아했고, 아랫사람에게 묻기를 부끄러워하지 않았다."[敏而好學, 不恥下問。]라고 대답하였다. 《논어ㆍ공야장(公冶長)》
주석 128)흥암(興巖)
장성군 북하면 용암리 흥암으로, 단오절 행사로 시회를 하였던 곳인 듯하다.
주석 129)한창려(韓昌黎)
당나라 창려(昌黎) 출신의 사상가 한유(韓愈)이다. 그는 조카를 위한 제문에서 자신도 죽을 날이 멀지 않아 다시 만날 것이니 헤어지는 슬픔은 얼마 안 되고, 함께하며 기뻐할 날은 무궁하다고 말하였다. 《韓昌黎集ㆍ祭十二郞文》
祭外從兄晩棠金公文【辛卯】
嗚呼! 惟公, 麟鳳之秀, 金玉之潔。 藝苑詞翰, 千人之傑, 靑馬千科, 人爭相軋, 公謂猥雜, 超然不屑, 素蓄大志, 欲爲世出, 徘徊京師, 靜觀時物, 衣冠灰冷, 卉氈風熱, 歸治我田, 有禾穎栗, 父母孔安, 祭祀其苾, 是亦爲政, 于國何必, 世給日降, 窮士竟窒, 性氣介爽, 恥與出沒, 擇卜仁里, 龍華巖穴, 德鄰不孤, 門外車轍, 開發唱酬, 風泉餘闋, 晩加存養, 犁然會達, 仁者有壽, 躋乎大耋, 始終皦然, 順寧存沒。 嗚呼! 我之於公, 親兄是埒, 公之於我, 親弟之列, 九齡隨後, 楚南課日, 十三誦詩, 就敎我室, 助我成就, 蓋無不切。 余師臼山, 虛名外溢, 公實內喜, 自况柏悅, 以若老學, 時試問質, 公豈不知, 余豈有說, 引而歸極。 公德斯屹, 與人爲善, 舜心孟發, 不恥下問, 孔美尼曰, 用是悅服。 公乃度越, 地雖落落, 間年促膝, 互相講討, 此樂豈竭? 兄弟知己, 莫曰非實, 興巖己丑, 端陽之別, 子差少我, 盍圖再佸? 公言叮嚀, 豈敢忘忽? 去年初冬, 余中風疾, 念難副敎, 作詩悽絶。 今焉以後, 幽明永截, 茫茫宇宙, 此恨莫洩。 然我從公, 匪久日月, 精靈相隨, 千秋不滅, 悲暫喜永, 昌黎明訣。 嗚呼哀哉! 尙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