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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22
- 제문(祭文)
- 종숙부 태암 공께 올리는 제문(祭從叔台庵公文)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22 / 제문(祭文)
종숙부 태암 공께 올리는 제문
유세차 신유년(1921) 7월 기해삭(己亥朔) 22일 경신일은 나의 종숙부 태암(台庵)주 59) 공의 소상입니다. 종질 김택술(金澤述)은 하루 전날에 비로소 부족한 제물을 갖춰 영전에 밝게 아룁니다.
오호! 저는 아버지의 형제가 적어서 공을 백부나 숙부처럼 모셨습니다. 공께서도 저를 친 조카처럼 대해주셨습니다. 이는 남들의 종숙질 사이에 견줄 바가 아니었습니다. 전에 제 아버지께서는 일찍 친상을 당하여 할아버지께서 어렵게 이루신 가업이 손상될 우려가 있었지만 애써 노력하여 유업을 잇고 옛 자산을 온전히 보존하셨는데, 이것은 실은 공의 공로였습니다. 이런 일은 공께는 일상의 보통 일이셨겠지만 그 후인으로서는 어찌 감히 잊을 수 있겠습니까? 또 생각건대,
제가 처음 스승을 모시고 공부하기 시작하였을 때에 공께서는 진심으로 그것을 좋아하며 안으로는 두터이 격려하고 밖으로는 칭찬하고 자랑하며, 제가 학문을 이루고 가문의 명예를 빛내기를 기대하셨습니다. 맨 나중에는 공께서도 흔연히 공부에 뜻을 두어 높은 관과 넓은 소매의 옛 복장을 엄연히 갖추고 《석담요결(石潭要訣)》주 60) 전부를 마치 당신의 말씀처럼 외우셨습니다. 때로는 의심되는 문제를 저에게 하문하며 허심탄회하고 거리낌 없으심이 마치 친구 사이 같았습니다. 아! 이것은 참으로 남의 선을 취하여 나를 깊이 사랑함입니다. 오늘날 어디서 이런 분을 다시 보겠습니까?
오호! 저는 기유년(1909, 융희3, 26세) 이후로는 예전의 가업이 나날이 위축되어 더 견뎌 나갈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공께서는 이를 깊이 걱정하며 마치 당신의 일인 것처럼 하셨습니다. 이것은 비록 형기(形氣 유형의 물자)에 관한 근심이었지만 그 역시 저를 깊이 걱정하시는 마음의 발현이었습니다. 몇년 전 내가 월호(月湖)에 살게 되었을 때 공께서는 눈물로 작별하며 말씀하시기를, "바닷가의 바람과 장기(瘴氣)를 어찌 견디며 살겠느냐?" 하였습니다. 그리고 또 우거(寓居)에 찾아와 위로하시며, "사정이 이미 여기에 이르렀으니 옛 집을 마음에 두지 말거라." 하였습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면서 저는 마음이 슬프고 한스러워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제가 우거에서 벗어나 옛 마을로 되돌아 왔사오니, 공께서 아시면 기뻐하기 마지 않으실 터인데 어이하여 기다리지 않고 가셨단 말입니까? 계시던 옛 집에는 처량한 바람 불고 쓰시던 서안에는 먼지만 쌓여있습니다.
오호! 해가 두 번 바뀌어 이제 살아계신 듯 모시던 궤연을 물리게 되었습니다. 공의 얼굴과 목소리는 날마다 멀어져 가고, 가문의 형편은 점점 쇠락해 가는 것이 슬프기만 합니다. 옛날을 우러러보고 지금을 굽어보며 감개와 서글픔에 점점 더 아립니다. 오호 슬프도다! 부디 흠향하소서!
- 주석 59)태암(台庵)
- 김낙준(金洛俊)을 말한다. 1849(헌종15, 기유)~1921(신유), 자는 덕화(德和), 호는 태암이다. 부안김씨 직장공파 28세손이며, 아버지는 김의순(金義淳, 1830~1896), 어머니는 여산송씨(1828~1887)이고, 부인은 남양홍씨(1847~1920)이다.
- 주석 60)석담요결(石潭要訣)
- 《격몽요결(擊蒙要訣)》의 저자인 율곡 이이(栗谷李珥, 1536~1584)의 별호가 석담(石潭)인 것을 따라 붙인 이름이다. 간재 전우가 《석담요결》을 중히 여겨 가르친 것은 신철균(申鐵均)ㆍ유일준(俞日濬) 등의 문하생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볼 수 있다. 《간재집》(권3,4)
祭從叔台庵公文
維歲次辛酉七月己亥朔二十二日庚申, 我從叔台庵公之祥事也。 前一日, 從姪澤述始具薄奠, 昭告于靈前, 曰: 嗚呼! 姪以先君終鮮之故, 視公猶伯叔父。 公之於我, 亦親姪之視焉, 是豈他人從叔姪之比哉! 昔先君之夙遘憫凶也, 我王考艱致之業, 豈無耗損之虞, 而幹蠱惟勤, 俾完舊物, 公實有功。 此在於公, 雖曰常事, 其在後人, 安敢忘也? 又念姪初從事于學, 公實心好之, 旣敦勉于內, 或稱揚於外, 冀其有成而昌家聲也。 最晩, 公亦欣然而有意, 峨冠濶袖, 古貌儼然, 一部潭訣, 若誦己言。 時將疑難, 下問于姪, 虛懷亹亹, 有若朋儕。 噫! 此眞取人之善, 而愛我之深也。 今日何處復得見此? 嗚呼! 姪自己酉之後, 舊業日蹙, 殆不可爲, 公深以爲憂, 若己遭也。 此雖涉形氣之憂, 憂我之深亦惟見。 公曩年月湖之寓也, 公釀淚而別, 曰: 海曲風瘴何以奠居? 復枉寓所而慰之, 曰: 事已到此, 勿念舊居。 此言悲悵, 心肝欲碎。 旣而余不安寓, 復返故里, 公宜歡喜之不暇, 胡爲乎不待而逝? 但見空堂風凄, 舊案塵堆。 嗚呼! 星霜再易, 象生將撤, 痛音容之日遠, 慨門戶之零替, 俛仰今昔, 感愴冞切。 嗚呼哀哉! 尙饗!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