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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21
- 제발(題跋)
- 신재실기 발문 【병인년(1926)】(新齋實紀跋 【丙寅】)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21 / 제발(題跋)
신재실기 발문 【병인년(1926)】
군자의 언행은 세상의 법칙이 될 수 있다. 그런즉 세상 사람들이 군자의 실기(實紀)를 만들고 그것을 가져다가 한 나라 한 고을의 법칙으로 삼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다. 저 신재(新齋) 채(蔡)공의 어짐과 효성은 능히 하늘을 감동시켜 어머니의 먼 눈을 뜨게 하였고, 그것을 남들이 배워 따라했고 마을에 전해져 칭송을 받았다. 그리하여 사관이 기록하고 방백이 추천하여, 정려와 증직의 포상이 조정에서 내리고 사림이 제향하며 존숭하였다. 그 훌륭한 자취와 아름다운 명성은 이제 고을의 법이 되었다. 그런데 채동필(蔡東必) 군이 실기의 자료를 편집하는 것은 선조를 위하는 훌륭한 일이긴 하지만 너무 지나친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다. 요순(堯舜) 같은 성인도 우사(虞史) 두 책주 154)이 있은 다음에야 요(堯)임금의 공경하고 밝으며 공평하고 문채로움, 그리고 순(舜)임금의 깊고 지혜로우며 신중하고 아름다움과 같은 허다한 덕업(德業)이 오래도록 잘 드러났다. 이 두 책은 바로 요와 순의 실기이다. 무릇 실기가 비록 군자의 덕을 실제 그대로 싣지 못하더라도, 그 다행스러운 바는 후세 사람이 기리며 사모하는 것이다. 동필 군이 흩어진 원고와 스승님의 가르침 그리고 제가의 칭송의 글을 모아 《신재실기(新齋實紀)》를 만든 것은 장래 선조의 유업을 본받으려는 후손들로 하여금 더욱 밝히 알고 더욱 기리도록 할 것이니 이를 어찌 그칠 수 있겠는가.
공이 진리를 깨달은 나머지 얻은 바의 주옥같은 말씀들이 전해지지 않고, 행실과 업적을 살펴보기 어려운 것은 애석하다. 비록 그러하나 공이 농암(礱巖)주 155)을 사사하고 도암(陶菴)주 156)과 교분을 맺어 학문의 바른 연원과 도의의 큰 보탬을 얻었다. 그리고 공경(恭敬)을 주로 하여 이치를 궁구하는 것은 바로 유학의 근원인데, 이를 또 농암에게 배우셨다.
대체로 옛 현자들은 일이관지(一以貫之) 및 성(性)ㆍ천도(天道)에 관한 말주 157)을 듣고서 증자(曾子)와 자공(子貢)의 학문을 보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대의 고금과 지위의 고하에 차이가 있지만, 바로 이 경(敬)과 지(知)의 전수에 의해서 다른 말 필요 없이 공의 학문을 알 수 있으니, 이것을 여기에 쓴다.
- 주석 154)우사(虞史) 두 책
- 우(虞)는 순(舜)임금의 나라를 말하며, 두 책은 《서경》의 〈요전(堯典)〉과 〈순전(舜典)〉을 가리킨다.
- 주석 155)농암(礱巖)
- 농암은 김택삼(金宅三 1649~1703)의 호이며, 김택술의 방계 육대조이다. 송시열의 문인으로 여러 차례 관직에 제수되었으나 실제로 나아간 적은 없다. 숙종 때 세워진 부안의 '유천서원' 에 배향되었다. 문집으로는 『농암유고』가 있다.
- 주석 156)도암(陶菴)
- 이재(李縡, 1680-1746)의 호이다. 이재는 본관이 우봉(牛峰). 자는 희경(熙卿), 호는 도암(陶菴)·한천(寒泉). 이유겸(李有謙)의 증손으로, 할아버지는 이숙(李䎘)이다. 아버지는 진사 이만창(李晩昌)이며, 어머니는 민유중(閔維重)의 딸이다. 김창협(金昌協)의 문인이다.
- 주석 157)일이관지(一以貫之)……관한 말
- 공자가 "증삼(曾參)아 나의 도(道)는 일이관지(一以貫之)이다." 하자 증삼이 "예(알겠습니다)!" 하고[子曰: 參乎! 吾道一以貫之。《論語.里仁》], 또 자공(子貢)의 물음에도 일이관지라고 대답한 것[予, 一以貫之。《論語.衛靈公》], 그리고 자공(子貢)이 "선생님께서 성(性)과 천도(天道)를 말씀하시는 것은 들어보지 못하였다.[夫子之言性與天道, 不可得而聞也。]"라고 한 것을 가리킨다.
新齋實紀跋 【丙寅】
君子言行可以爲天下法則, 則天下人爲其實紀, 降此而法則乎一國一鄕者亦然。 若新齋蔡公之賢孝能感天而致母瞖之明, 學及乎人而有傳里之稱。 故史氏錄之, 方伯薦之○旌贈褒朝家, 祠祝崇士林, 懿蹟徽韻至今爲鄕邦法。 東必君之捃摭實紀爲爲先能事。 不已勤乎? 未然也。 夫以堯舜之聖, 猶待虞史二典之述, 然後欽明平章、濬哲愼徽, 許多德業著詳乎萬世。 玆二典者, 卽堯舜之實紀。 蓋紀雖無與君子實德, 所幸在後人誦慕。 君之裒稡逸稿、師訓及諸家贊述, 合成新齋實紀, 俾來許箕裘模範者, 得以愈詳愈慕, 烏可已哉! 惟其粹言得於契悟之餘者無傳, 難以考行業之有自惜哉! 雖然公師事礱巖, 託契陶菴, 旣得淵源之正, 道義之益。 至若主敬窮理, 乃斯學源頭, 而又與聞於礱翁。 蓋昔賢以一貫、性、道之聞謂見曾貢之學, 則雖世有古今, 地殊高下, 卽此敬知之傳授, 有不待言而知公之學者, 是可以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