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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21
  • 기(記)
  • 남계기 【무인년(1938)】(藍溪記 【戊寅】)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21 / 기(記)

자료ID HIKS_Z038_01_B00001_001.021.0001.TXT.0022
남계기 【무인년(1938)】
내가 벗 강여 장보(姜汝章甫)의 남계실(藍溪室)을 방문하였을 때에 주인에게 편액의 뜻을 어디에서 취했는지 묻자, 주인이 말하기를,
"이는 간옹 선사(艮翁先師 전우(田愚))께서 써 주신 것인데, 당시에 물을 수 없었고, 또한 가르침을 듣지도 못했네. 그러나 삼가 생각건대 거처하는 곳이 남산(南山)인 것을 인하여 음이 같음을 취했을 것이네."
하니, 내가 말하였다.
"이는 반드시 우리 그대가 겸양하여 감히 편액의 뜻을 감당하지 못하고, 우선 이렇게 나에게 고하였을 것이네. 만약 그렇지 않고 참으로 그대의 말과 같다고 한다면 청컨대 한번 그 뜻을 말해 보겠네.
남산은 본디 옛적부터 은둔자들이 거주하는 곳이네. 때문에 주자가 〈초은조(招隱操)〉에 사용한 것이네.주 77) 주인 또한 은둔하는 사람이니, 은둔자의 집에 편액을 건다면 바로 거처로 삼고 있는 남산의 본래 있는 '남(南)'을 취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고 곁으로 가서 음이 같은 '남(藍)'을 취하였으니, 어찌 깊은 뜻이 있지 않겠는가.
대저 천하의 의리는 무궁하고, 나아갈 덕은 높고 커서 또한 헤아리기 어려우니, 선사께서 비록 어진 선각자라 하더라도 지극히 정미한 식견과 헤아리기 어려운 덕을 제자에게 바라고서 자기보다 뛰어나기를 원하지 않음이 없었겠는가. 성현이 후학에게도 또한 그러할 것이네. 만약 나의 학문이 후대 사람이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여긴다면 이는 우리 선사의 마음이 아닐 것이네. 나는 선사께서 이러한 점에서 아마도 '쪽빛 보다 푸르다'라는 옛 말의 뜻을 취하여 우리 그대에게 바란 것임을 알겠네.
우리 그대는 안으로는 밝고 밖으로는 순박하여 크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니, 바라건대 그 밝음을 인하여 더욱 옳음과 그름의 근원을 구하고, 그 순박함을 인하여 더욱 도덕과 학문을 높이 쌓아서 지행이 함께 닦이고 내외가 한결같게 함으로써 지극히 고명(高明)한 경지에 이르도록 더욱 유념하게나. 이는 배우는 자가 감히 자신을 작게 여기지 않는 뜻이고, 제자가 선사의 뜻을 공경히 체득하는 도이니, 본시 천리의 바름이고, 사람으로 하여금 감히 선사보다 뛰어나기를 구하는 마음을 품게 하여 먼저 스스로 인욕의 사사로움에 빠지게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네."
주석 77)주자가 …… 것이네
〈초은조(招隱操)〉는 주희(朱熹)가 《초사(楚辭)》의 〈초은(招隱)〉을 모방하여 지은 노래로,  "남산의 계수나무에 가을이 오니, 바람 구름이 어둑하네. 그 아래 가난한 늙은이 살고 있어, 나무 열매 먹고 시냇물 마시며 계절이 가는 줄도 모르네〔南山之中桂樹秋, 風雲冥濛. 下有寒棲老翁, 木食澗飮迷春冬.〕"라고 하여 남산을 은둔자가 머무르는 곳으로 지칭하였다.《朱子大全 卷1》
藍溪記 【戊寅】
余過姜友 汝章甫 藍溪之室, 問扁義之取於主人.主人曰: "此艮翁先師書贈者.當時旣不能有問, 亦不聞有敎.然竊意其因所居南山而取音同者爾." 余曰: "此必吾子謙讓, 不敢當扁意, 而姑以是告我也.如曰不然而誠如子言, 請得而一言之.南山固自昔隱者攸廬.故朱子用於招隱之操.主人亦隱者, 扁隱者之室也, 宜其直取所居南山自在之南, 不然而從傍去, 取音同之藍者, 豈無深意者存? 夫天下之義理無窮, 進德之高大亦難量, 師雖先覺之賢, 莫不以極精之識、難量之德望於弟子, 而欲其勝我? 聖賢之於後學亦然.如曰吾學已至後人無以復加, 則非吾先師之心也.吾知先師於此, 蓋取古語靑於藍之義, 而望於吾子也.吾子內明而外淳, 可以大進.惟願因其明而益求是非之源, 因其淳而益積德學之崇, 知行交修, 內外如一, 於以至乎極其高明者加之意焉.此在學者不敢自小之志、弟子敬體師意之道, 自是天理之正, 非欲人敢懷求勝先師之心, 而先自陷人慾之私也云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