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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21
  • 기(記)
  • 봉덕재기 【갑신년(1944)】(鳳德齋記 【甲申】)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21 / 기(記)

자료ID HIKS_Z038_01_B00001_001.021.0001.TXT.0015
봉덕재기 【갑신년(1944)】
본조(本朝)가 여씨(麗氏 고려)의 숭불(崇佛)을 이어받은 나머지 선릉(宣陵 성종)의 시대에 이르러서도 폐단이 여전히 혁파되지 않아 온 나라가 문란하였고, 조정에서 심지어 불도(佛道)는 지극히 높아 상대가 없다고 방자하게 말하는 자까지 있었다. 이러한 때에 우부승지 영귀당(咏歸堂) 손공(孫公)과 같은 분이 경연에 입시하여 부처는 영험함이 없고 화복이 사람을 속인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말하여 임금이 감동하고 깨달아서 많은 것을 혁파하고 수백 년 유학의 성세를 열게 하였으니, 당시에는 그 분의 말을 마치 봉황이 동쪽 언덕에서 우는 것처럼 들었고, 후대에는 그 분을 마치 상서로운 봉황이 세상에 나온 것처럼 우러러 보았다. 대체로 돌아가신 뒤에 부풍(扶風 부안) 소재지 남쪽 봉덕(鳳德) 마을에 안장되었으니, 지명을 인하여 덕을 상상하면 또한 칭송할 말이 있기에 충분하였다.
묘의 동쪽에 옛적부터 4칸짜리 병사(丙舍)가 있었는데, 세월이 오래 지남에 따라 후손의 수가 더욱 번성하여 해마다 제사를 지낼 때에 재계하고 하룻밤 지내는 인원을 수용할 수 없었다. 이에 계미년 겨울에 여러 후손이 함께 의논하여 옛 병사를 고치고 묘 남쪽에 새로운 재실을 도모하여 다음해 봄에 이르러 공사를 마치니, 으리으리하게 크고 넓어서 사람들의 이목을 놀라게 하였다. 대문과 글방으로 호위하고 담장으로 둘러싸자 참으로 완벽하고 아름다웠다.
내가 공의 14대손 성호(聖晧)와 성교(聖敎) 두 군의 요청으로 인하여 바로 '봉덕'이라 명명하고 다시 말하였다.
"들으니, 옛말에 '이름을 돌아보고 그 뜻을 생각한다.'라고 하였고, 또 '조상을 생각하여 덕을 닦는다.'라고 하였다. 대저 승지공은 생전에 성대한 시대를 만나 빛나는 덕을 보고 내려온 봉황으로, 훌륭한 말과 아름다운 행실이 세상의 모범이 되어 후손을 윤택하게 하였기 때문에 이 분을 이어 도봉(道峯)과 한계(寒溪), 초은(楚隱) 등의 어질고 충성스러운 증손과 현손이 있게 되었으니, 이른바 단산(丹山)주 55)에 평범한 새가 없다는 것이 이러한 것이다.
지금 손씨의 여러 현자들이 이 재실에 거처하면서 조상의 자취를 계승할 것을 기약하여 옛 허물을 작은 것까지 다 떨어 없애고 더욱 새로운 덕에 나아가 성대하게 할 수 있다면 그 용감함과 진실함이 또한 재실의 공사를 마치는 것과 같을 것이다. 이렇다면 '봉덕'이라는 두 글자가 어찌 재실에만 있겠는가. 간직한 곧음을 직접 내 몸에 드러내고, 길이 손씨의 세전(世傳)이 될 것이니, 이것을 일컬어 '이름을 돌아보고 그 뜻을 생각한다.'라고 하는 것이며, 이것을 일컬어 '조상을 생각하여 덕을 닦는다.'라고 하는 것이다. 여러 현자들이여, 힘쓸지어다."
주석 55)단산(丹山)
봉황이 산다는 전설적인 산 이름으로, 단혈(丹穴)이라고도 한다. 《산해경(山海經)》 〈남산경(南山經)〉에 "단혈의 산에……새가 사는데, 그 모양은 닭과 같고 오색 무늬가 있으니, 이름을 봉황이라고 한다.〔丹穴之山……有鳥焉, 其狀如雞, 五采而文, 名曰鳳皇.〕"라고 하였다.
鳳德齋記 【甲申】
本朝承麗氏崇佛之餘, 至于宣陵之世, 獘猶未革, 擧國泯泯, 朝廷之上, 至有恣言佛道之極尊無對者 時則有若右副承旨咏歸堂 孫公, 累侍經筵, 反覆言佛無靈驗, 禍福誑人, 以致君上感悟, 多所革罷, 啓數百年儒學之休運.當時聽其言, 若鳳鳴朝陽; 後世仰其人, 若瑞鳳出世.蓋沒而藏於扶風治南鳳德之里.因地而想德, 亦足以有辭矣.墓之東舊有丙舍四間, 歷世久而麗彌蕃, 則無以容歲祀之齊宿.乃於癸未冬, 諸孫協謀, 易其舊而新是圖于墓南, 至翌年春而功告訖, 輪奐曼碩, 聳人觀瞻.門塾以衛之, 垣墻以周之, 信完且美焉.余因公十四世孫聖晧、聖敎二君之請, 卽以鳳德名之, 復爲之言曰 : "聞之古語有云 : '顧名思義.' 又云: '念祖修德.' 夫惟承旨公, 生當晟際, 而爲覽輝之鳳, 昌言懿行, 範世而裕後.故繼是而有道峯、寒溪、楚隱賢若忠之曾玄, 所謂丹山無凡羽者是已.今孫氏僉賢, 居是齋而期繩祖武, 能盡祛舊瑕之微, 加進新德之盛.其勇且誠, 亦如齋功之訖.是則鳳德二字, 豈惟於齋乎? 存直親見於吾身, 而永爲孫氏之世傳矣.是謂顧思, 是謂念修.僉賢乎, 勉之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