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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20
- 서(序)
- 대암서사에서 여러 군들에게 주는 서문 【당시 최재용의 손자 동선과 김락춘이 나를 따라 학문하였다. 병자년(1936)】(臺巖書社贈諸君序【時崔載鏞孫東宣、金洛春從余遊. 丙子】)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20 / 서(序)
대암서사에서 여러 군들에게 주는 서문 【당시 최재용의 손자 동선과 김락춘이 나를 따라 학문하였다. 병자년(1936)】
학문을 하는 것은 인도(人道)를 배우는 것이고, 명예와 이익을 구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까닭으로 옛날의 학자들은 얻는 바가 있다고 해서 학문에 부지런하지 않았기 때문에 얻는 바가 없다고 해서 학문을 그만두지도 않았고, 알려지는 바가 있다고 해서 학문에 부지런하지 않았기 때문에 알려지는 바가 없다고 해서 학문에 게으르지도 않았으며, 단연코 도를 구하는 것을 마음으로 삼았으니, 이는 참으로 그러했다.
다만 사람은 피와 살로 이루어진 신체를 갖추고 있어 자신을 사사롭게 여기는 이치가 있기 때문에 주(周)나라 때에 빈흥(賓興)의 예주 145)가 있자 선비들이 학문을 하지 않는 자가 없었고, 진(秦)나라 때에 분서갱유(焚書坑儒)의 화가 있자 사람들이 모두 학문을 꺼려했으니, 이는 인지상정이고, 형세상 반드시 그렇게 되는 것이다.
아, 오늘날의 학자들은 모욕을 받고 해침을 당하니, 세상에 용납 받지 못하는 것이 어찌 진나라 시대를 기다린 뒤에만 화가 되겠는가. 제군들은 이러한 때에 도리어 경전을 끌어안고 깊은 산 속에서 머리를 맞댄 채 나에게 청하여 학문을 묻고, 제군들은 나이가 매우 적어서 아직 공부를 쌓고 뜻을 정립한 시기가 없음에도 이러한 일을 잘 해내고 있으니, 어찌 하늘로부터 얻은 본성이 남다른 점이 있어 맹자가 일컬은 호걸의 부류에 버금가지 않겠는가.
나는 학문에 대해 스스로 터득한 바가 없기에 제군들의 요청에 응답할 수 없지만, 생각건대 운수에는 막힘과 형통함이 있고 때에는 어둠과 밝음이 있어 막힘이 극도에 이르면 형통하고, 어둠이 극도에 이르면 밝아지게 되는데, 지금 이미 극도에 이르렀으니, 7일 뒤 양이 진동하고 오성(五星)이 규성(奎星)의 자리에 모이는 운수가주 146) 머지않은 날에 회복되어 도를 배우는 몸에 존귀함과 영화로움을 직접 보게 될 줄 어찌 알겠는가.
설사 운수가 막힌 시대라 하더라도 선비의 이른바 명리(名利)는 볼 수 있는 것과 보지 못하는 것, 먼 훗날에 있는 것과 가까운 시기에 있는 것 등의 구별이 있으니, 집안과 나라에 처해서는 훌륭한 명성이 드러나고 조정에 있게 되어서는 두터운 봉록을 누리는 것은 형통하고 밝은 시대를 만났을 때에 볼 수 있는 것으로 가까운 시기에 있는 것이며, 도가 이에 높아져서 백세토록 우러러보고 가르침이 후세에 전해져서 천하가 은택을 입는 것은 막히고 어두운 시대를 만났을 때에 보지 못하는 것으로 먼 훗날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쇠퇴한 세상에서 얻는 것이 도리어 성대한 시대보다 큼이 있고, 세상이 더욱 쇠퇴하고 곤궁함이 더욱 심해지면 후세에 드러나는 것이 더욱 클 것이다. 대체로 사람들이 도가 쇠퇴하는 것을 보고 학문을 하지 않는 것은 이러한 이치를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업신여김과 해침을 돌아보지 않는 제군들은 얻음이 없는 옛사람과 같을 뿐만이 아니라 분발하여 도에 뜻을 둔 자들이니, 절로 응당 위하는 바가 없되 학문을 권면하고 학문에 힘쓴다면 반드시 일이 있을 것인데, 내가 어찌 감히 명리의 말에 가탁하여 번거롭게 고하겠는가. 다만 오늘날 사람들은 애초에 교화(敎化)가 없으면 곧 금수(禽獸)가 된다는 경계를 생각하지 않아 학문에 힘써 도를 구하지 않고, 아울러 사물이 극도에 이르면 반드시 돌아온다는 이치를 몰라 몸을 닦아 천명을 기다리지 않으며, 더욱이 지금은 보지 못하지만 먼 훗날에는 큰 명리가 있게 되는 줄 모르고 한갓 가까운 때에 볼 수 있는 작은 명리만을 추구한다. 때문에 이러한 말로 깨우쳐 주어서 돌아가 학문에 근면하지 못하는 예전의 동반자에게 고하게 하니, 또한 납약자유(納約自牖)주 147)의 뜻이다. 학문을 하는 방법은 제군들이 읽는 경전에 있으니, 또한 나에게 물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 주석 145)빈흥(賓興)의 예
- 인재를 추천하는 예절로, 향대부(鄕大夫)가 그 고을의 소학(小學)에서 어질고 유능한 인재를 천거하여 국학(國學)에 들어가게 하였는데, 이들을 전송할 때에 빈객(賓客)으로 예우한 데서 유래한 말이다. 《周禮 地官 司徒》
- 주석 146)7일 …… 운수
- 원문의 '7일(七日)'의 '일(日)'은 '월(月)'을 뜻하는 것으로, 7개월 만에 양효(陽爻)가 아래에서 하나 생겨남을 말한다. 이는 《주역》 〈복괘(復卦)〉에 "그 도를 반복하여 7일 만에 와서 회복하니, 가는 바를 둠이 이롭다.〔反復其道, 七日來復, 利有攸往.〕" 한 데서 온 말이다. 오성이 규성에 모인다는 것은 금(金), 목(木), 수(水), 화(火), 토(土)의 다섯 별이 문운(文運)을 관장하는 별인 규성의 자리에 모인 것을 말하는 것으로, 문운이 크게 번창하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는 송 태조(宋太祖) 건덕(乾德) 5년에 오성이 규성의 별자리에 모인[五星聚奎] 일이 있었는데, 당시 복자(卜者)가 인재가 많이 배출될 조짐이라고 점친 데에서 온 말이다.
- 주석 147)납약자유(納約自牖)
- 상대방이 잘 알고 있어 받아들이기 쉬운 곳으로 이야기하여 차츰 깨닫도록 인도한다는 뜻으로, 《주역(周易)》 〈감괘(坎卦)〉육사(六四)에 "인군에게 아뢸 때에는 인군이 밝은 곳으로부터 하면 끝내 허물이 없으리라.〔納約自牖, 終无咎.〕"라고 한 데에서 유래하였다.
臺巖書社贈諸君序【時崔載鏞孫東宣、金洛春從余遊. 丙子】
學者學人道, 非求名利也. 是故古之學者, 不爲其有所得而勸, 故不爲其無所得而廢; 不爲其有所聞而勤, 故不爲其無所聞而怠, 斷然惟以求道爲心, 此固然矣. 但人具血肉之身, 便有自私之理. 故周有賓興之禮, 而士無不學; 秦有焚坑之禍, 而人皆諱學. 此人之常情, 勢之必然也. 嗚呼, 今之學者, 受侮見害, 不容於世者, 豈待秦世而後爲禍哉? 諸君乃以此時, 抱經聚首於萬山之中, 請余問學, 諸君年甚少, 尙未有積功定志時節而能辦此, 豈得於天者有異, 而孟子所稱豪傑流亞歟? 余於學, 自無所得, 無以爲對. 但惟運有否泰, 時有晦明, 否極則泰, 晦極則明. 今旣極矣, 安知七日之雷、五星之奎, 行將有復, 而親見尊榮於學道之身乎? 借使否也, 士之所謂名與利者, 有可見不見在近在遠之別, 處家邦而彰令譽, 在廟堂而享厚祿, 此遭泰明之可見而在近者也; 道尊於此而百世仰止, 敎垂諸後, 而天下蒙澤, 此値否晦之不見而在遠者也. 然則衰世之所得, 反有大於盛時, 而世益衰、困益甚, 則發於後者益大矣. 蓋人之見道衰而不學者, 由不知此理也. 余於學, 自無所得, 無以爲對. 但惟運有否泰, 時有晦明, 否極則泰, 晦極則明. 今旣極矣, 安知七日之雷、五星之奎, 行將有復, 而親見尊榮於學道之身乎? 借使否也, 士之所謂名與利者, 有可見不見在近在遠之別, 處家邦而彰令譽, 在廟堂而享厚祿, 此遭泰明之可見而在近者也; 道尊於此而百世仰止, 敎垂諸後, 而天下蒙澤, 此値否晦之不見而在遠者也. 然則衰世之所得, 反有大於盛時, 而世益衰、困益甚, 則發於後者益大矣. 蓋人之見道衰而不學者, 由不知此理也. 若諸君之不顧今之侮害, 不啻若古之無得而已, 而奮發志道者, 自應無所爲, 而勸斯勤斯, 必有事在, 吾何敢託於名利之說而瀆告之? 顧今之人, 初不念無敎卽獸之戒, 而勉學求道, 幷不知物極必反之理, 而修身俟命, 尤不知有不見、在遠名利之大者, 而徒求可見、在近名利之小者. 故爲此說而喩之, 俾歸而告舊日同伴之不勤學者, 亦納約自牖之意也. 至於爲學之方, 有諸君所讀經傳在, 亦不須問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