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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20
  • 서(序)
  • 백군 중립【남주】에게 주는 서문 【기사년(1929)】(贈白君中立【南柱】序 【己巳】)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20 / 서(序)

자료ID HIKS_Z038_01_B00001_001.020.0001.TXT.0036
백군 중립【남주】에게 주는 서문 【기사년(1929)】
"자사(子思)의 곁에 사람이 없다."에서의 사람은 보살피고 뜻을 전달하는 사람이고, "목공(繆公)의 곁에 사람이 없다."에서의 사람은 유지하고 보호하는 사람이니주 127), 한 사람은 평범한 사람이고, 한 사람은 어질고 지혜로운 사람이다.
백군 중립(白君中立)이 나에게 편지를 부쳐 선생 곁에 사람이 없을까 근심하였는데, 이것이 어찌 물품을 공급하고 심부름을 담당하는 평범한 사람이 내 곁에 없음을 말한 것이겠는가. 아마 학문에 힘쓰고 도를 구하여 어질고 지혜로운 자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이 없음을 말하였을 것이니, 중립의 근심은 한 개인의 사사로운 근심이 아니라, 바로 학계에서 공공으로 근심하는 것이다. 비록 그렇지만 한갓 근심할 줄만 알고 근심을 제거하는 방도를 모르면 안 될 것이다.
중립도 또한 일찍이 내 곁에 있다가 지금은 비록 한가로운 곳에서 홀로 지내고 있지만, 그대의 마음과 힘을 전일하게 하고, 그대의 보고 듣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 등을 단정하게 하여 예전에 스승에게 배운 것으로 그대의 앎을 이루고, 그대의 실천을 채워가면서 날마다 위로 도달해 마지않을 수 있다면 나와 그대가 비록 북과 남으로 멀리 떨어져 일 년쯤 서로 만나지 못한다 하더라도 정신이 함께 나아가고 마음이 함께 모여서 화락한 즐거움이 종고(鍾鼓)와 금슬(琴瑟)이 한 자리에서 연주되는 것과 같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중립이 날마다 내 곁에 있으면서 무리를 따르고 대열을 쫓되 일정함이 없이 하다 말다 하면서 큰 새가 날아오거든 활을 쏘아 잡을 것만 생각한다면 학문을 강론하고 설명하는 것이 책상 위에서 떠들썩하게 일어나고, 절을 하고 읍을 행하는 예절이 술잔과 제기 앞에서 어지럽게 행해진다 한들 한갓 형식일 뿐이고 즐거움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사람이 만약 더해져서 열이 되고 백이 된다면 나의 귀를 시끄럽게 하고 나의 마음을 소란스럽게 함으로써 그 괴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도망치게 될 것이니, 또한 어찌 내 곁에 사람이 있기를 바라겠는가.
중립이여! 다른 사람이 스승의 곁에 있기를 구하지 말고 스스로 몸이 아닌 마음으로 스승의 곁에 있을 방법을 꾀하여 그대부터 먼저 행함으로써 이와 같은 자가 많아진다면 나는 날마다 형체가 없는 데에서 서로 성장하는 즐거움을 얻어서 외롭지 않을 것이니, 이 글을 중립에게 주는 것이 어찌 중대한 일이 아니겠는가.
주석 127)자사(子思)의 …… 사람이니
《맹자》 〈등문공 하(滕文公下)〉에 "옛날에 노나라 목공은 자사의 곁에 자신의 성의를 전달해 줄 사람이 없으면 자사에 대하여 편안히 여기지 못하였고, 설류(泄柳)와 신상(申詳)은 목공의 곁에 보좌할 만한 사람이 없으면 그 몸을 편안하게 하지 못하였다.〔昔者, 魯繆公無人乎子思之側, 則不能安子思, 泄柳、申詳無人乎繆公之側, 則不能安其身.〕"라는 구절이 보인다.
贈白君中立【南柱】序 【己巳】
無人乎子思之側之人, 伺候道達之人; 無人乎繆公之側之人, 維持調護之人, 一是凡衆之人; 一是賢智之人也. 白君 中立寄余書, 以無人乎先生之側爲憂. 此豈謂供給使令凡衆人之無吾側哉? 蓋云力學求道希賢智者之無有也. 中立之憂, 非爲一人之私, 乃爲學界公共而憂之也. 雖然, 徒知憂之, 而未知所以去憂之方, 則未也. 中立亦嘗在乎吾側矣. 今雖索居燕處, 能專爾心力, 端爾視聽, 將前日所受乎師長者而致爾知實爾踐, 日進上達而不已焉, 則吾與子雖朔南遠而歲年睽, 神與之往, 心與之會, 融融之樂, 若鍾鼓琴瑟之作於座矣. 使中立日在乎吾側, 隨羣逐隊, 作輟無常, 鴻鵠將至, 思授弓繳而射之, 則講說騰乎几案, 拜揖紛乎樽俎, 徒爲文具, 未足以爲樂矣. 如此者, 若加而爲十百, 則將聒聒乎吾耳, 擾擾乎吾心, 不勝其苦而走之也, 亦奚願有人乎吾側哉? 中立乎, 無求別人之在師長側, 自圖所以在師長側之以心而不以身, 從子先之, 而若是者衆, 則吾將日獲相長之樂於無形, 而不見其孤也. 是爲中立賜, 顧不大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