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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20
- 서(序)
- 채성만【동필】에게 주는 서문 【뒤에 동건으로 개명하였으며, 자는 중일이다. 병인년(1926)】(贈蔡聖萬【東必】序 【後改名東建, 字中一. 丙寅】)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20 / 서(序)
채성만【동필】에게 주는 서문 【뒤에 동건으로 개명하였으며, 자는 중일이다. 병인년(1926)】
내가 일찍이 천하의 물을 살펴보건대, 졸졸 흐르는 샘물이나 콸콸 쏟아지는 계곡물부터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과 세차게 흐르는 하수에 이르기까지 온갖 물줄기와 물갈래가 혹 멀리 돌아 흐르기도 하고 혹 가까이 곧바로 흐르기도 하면서 비록 각기 다르게 흐르지만, 그 귀착한 곳을 궁구해 보면 천 번 만 번 휘돌고 굽이져 흐르되 반드시 동쪽 바다로 모여들었다.
또 일찍이 옛적의 성현(聖賢)과 절열(節烈)을 살펴보건대, 세상의 모든 험담과 칭찬, 영광과 치욕, 기뻐할 만한 것과 슬퍼할 만한 것, 상도(常道)와 변도(變道)에서부터 도랑에 버려지고 목숨을 잃은 것에 이르기까지 비록 만나는 바가 만겁토록 같지 않다 하더라도 의리에 귀의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대체로 만 번 굽이져도 반드시 동해로 흐르는 것은 물의 본성이고, 만겁토록 의리에 귀의하는 것은 선비의 분수이다.
아, 물은 사사로운 정이 없는 사물이기에 아래로 흘러 나아가고 동해로 귀의할 때에 스스로 주저함이 없고, 스스로 그침이 없이 자연의 본성을 따라 쉽게 흘러간다. 그런데 사람은 그렇지 않아서 밖으로는 기호와 안일에 이끌리고, 안으로는 지혜와 기교, 계략과 요량이 발생하기 때문에 천사만종(千駟萬鍾)주 116)과 도거정확(刀鋸鼎鑊)주 117)이 앞에 번갈아 다가올 때에 평탄한 한 줄기의 바른 길을 어리석게도 보지 못하니, 이것이 어짊과 절개를 얻기 어려운 이유이다.
돌아보건대, 지금은 천하가 혼란하여 이욕(利欲)이 하늘까지 넘쳐나고, 의리가 땅을 쓴 듯 사라져서 마침내 자식이 번번이 부모를 버리고, 신하가 번번이 나라를 팔며, 제자가 번번이 스승을 모함하는 것을 마치 다반사처럼 여기고, 사람들도 또한 태연하게 바라보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지경에 이르렀다. 세상의 도가 이런 지경에 이르렀으니 어찌 한심하지 않겠는가.
채군 성만(蔡君聖萬)의 거처가 송정천(松汀川) 가에 있는데, 대저 송정(松汀)의 냇물이 줄기차게 장구히 흘러 밤낮을 쉬지 않고 동진강(東津江)주 118)으로 들어가니, 성만이 항상 이 냇물을 따라 거닐고, 이 냇물에서 씻으면서 사물을 보고 감흥을 일으키는 바에 어찌 스승으로 삼아 본받을 것이 없겠는가. 바라건대 성만은 홀로 가는 뜻을 떨쳐 이 일을 향해 전력하여 의리와 이욕을 매우 미세한 부분까지 정밀하게 변별하고, 그릇됨과 올바름을 칼로 자르듯 구분하여 만겁토록 의리에 귀의한 현절인(賢節人)이 되게나. 나는 이미 바다에서 반드시 동쪽으로 흘러가는 물을 보았고, 또 사람에게서 고상한 선비인 성만을 보았으니, 성만이여! 힘쓸지어다.
- 주석 116)천사만종(千駟萬鍾)
- 많은 녹봉을 비유하는 말로, 말 네 마리를 사(駟)라 하고, 쌀 6석(石) 4두(斗)를 1종(鍾)이라 한다.
- 주석 117)도거정확(刀鋸鼎鑊)
- 원문의 '鼎钁'은 문맥에 근거하여 '钁'을 '鑊'으로 바로잡아 번역하였다. 도거정확은 죄수에게 형벌을 가하거나 사형을 시킬 때 사용하는 기구로, 도(刀)는 궁형(宮刑)에 쓰는 칼이고, 거(鋸)는 월형(刖刑)에 쓰는 톱이며, 정확(鼎鑊)은 사람을 삶아 죽이는 가마솥이다.
- 주석 118)동진강(東津江)
- 전라북도 정읍시 산외면 풍방산에서 발원하여 전라북도 남부를 북서쪽으로 흘러 황해로 들어가는 강이다.
贈蔡聖萬【東必】序 【後改名東建, 字中一. 丙寅】
余嘗觀乎天下之水矣. 涓涓㶁㶁之泉澗, 以至滔滔浮浮之江河, 支支派派, 或遠或近, 雖各不同, 究其歸, 則千回萬折, 而必朝宗于東海. 又嘗觀乎古之賢聖節烈人矣. 凡世間毁譽榮辱, 可欣可慽, 若常若變, 以至於溝壑喪元, 雖所遭萬劫之不同, 莫不歸乎義. 蓋萬折必東, 水之性也; 萬劫歸義, 士之分也. 嗚呼, 水無情私之物, 其就下而歸東也, 無自沮焉, 無自息焉, 順其性之自然而易如也. 至於人則不然, 嗜好安佚牽乎外, 智巧計量生乎內. 故當其千駟萬鍾、刀鋸鼎钁之迭臨乎前也, 坦然一條正路, 矇不見焉. 此其賢與節之難得者乎. 睠今天下淆亂, 利欲之滔天, 義理之掃地, 乃至於子輒棄父, 臣輒賣國, 弟輒陷師, 若茶飯然, 而人亦恬視不怪. 世道至此, 寧不寒心?蔡君 聖萬之居在松汀川上. 夫松汀之水, 滾滾長逝, 不舍晝夜, 入于東津. 聖萬之所常沿斯濯斯者, 覽物起興, 豈無所師法者乎? 願聖萬奮獨往之志, 專力向此事, 銖精乎義利之辨, 刀截乎邪正之分, 作萬劫歸義之賢節人也. 吾旣於海而見必東之水矣, 又將於人而見聖萬之高士也. 聖萬乎勉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