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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20
- 서(序)
- 태하당계안의 서문 【무자년(1948)】(台下堂契案序 【戊子】)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20 / 서(序)
태하당계안의 서문 【무자년(1948)】
옛적에는 위로 정치가 융성하고 아래로 풍속이 아름다워 사람들이 권면할 필요도 없이 저절로 선에 교화되었다. 그런데 후대로 내려와서는 정치와 풍속이 모두 쇠퇴하여 백성들이 흥기하여 행하는 경우가 드물어졌다. 이에 뜻이 있는 자가 이를 근심하여 백성들을 이끌고 감발시킬 방법을 생각하였으니, 여남전(呂藍田)이 덕업을 서로 권면한 향약(鄕約)주 115)과 같은 것이 이것이고, 향약을 간략히 하여 계(契)를 만든 것으로는 근대의 문회계(文會契)와 위친계(爲親契), 존사계(尊師契), 목인계(睦婣契) 등이 있다. 대체로 모두 서로 수양하여 선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것이니, 또한 성대한 일인데, 오늘날의 태하당계안(台下堂契案)과 같은 것은 더욱 말을 하면 듣기에 흡족하였다.
태하 거사(居士) 심관국(沈觀國)은 경재(敬齋)의 문인으로, 연옹(淵翁 김창흡(金昌翕))을 사숙하여 은거한 채 영달을 구하지 않았고 인륜을 좋아하였으니, 사람들이 대부분 그의 덕과 선에 감복하였다. 지난번에 고을의 나이 어린 수십 사람이 그의 자제와 조카, 친족과 인척에게 나아가 서로 함께 돈을 갹출하고 계를 세워 노년을 부양할 물자를 돕고, 일제히 당중(堂中)에 모여 격언(格言)을 가슴에 새기고 자신의 몸을 지키는 부절로 삼았으니, 무릇 이 계에 들어간 사람으로 자제와 조카들에게는 어버이를 위하는 계가 되고, 문도에게는 스승을 위하는 계가 되며, 친족과 인척에게는 화목의 계가 되고,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어른을 공경하는 계라 이르는 것도 또한 괜찮을 것이며, 강론하고 예를 펴는 것으로 총괄하여 말하면 또한 문회계라 이를 수 있다. 한 가지 일을 행함에 많은 선이 갖추어져 있으니, 이는 실로 영주(瀛洲 정읍) 남쪽의 아름다운 풍속이라 하겠다. 그러나 태하당의 덕이 아니면 어찌 이런 일을 이룰 수 있겠는가.돌아보건대, 지금 서양의 물결이 우리나라에 밀려 들어와 떳떳한 인륜이 무너져 없어진 것은 전에 없던 일로, 국정(國政)의 초창기에 바로잡을 겨를이 없었는데, 여러 군이 먼저 효도와 공경, 신뢰와 화목의 도를 닦는 데에 이처럼 근면하니, 이로 말미암아 나아가서 고을에서 도로, 도에서 나라로 점점 다른 사람에게 미쳐 간다면 어찌 아름다운 풍속이 융성해지고 절로 교화되는 나라가 될 징조가 되지 않을 줄 알겠는가. 그렇지 않고 유명무실하거나 시작은 있되 끝이 없다면 여러 군들에게 수치일 뿐만 아니라, 태하당에게도 누가 됨이 적지 않을 것이니, 힘써야 할 것이다.
나는 태하당과 어렸을 적부터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였고, 늙어서는 더욱 친하게 지냈기에 그 일을 기쁘게 듣고서 계안의 서문을 지었다.
- 주석 115)여남전(呂藍田)이 …… 향약(鄕約)
- 여남전은 중국 북송(北宋) 때의 학자인 여대림(呂大臨, 1046~1092)으로, 그는 산서성(山西省) 남전현(藍田縣)에 살면서 자신의 형제인 여대충(呂大忠)ㆍ여대방(呂大防)ㆍ여대균(呂大鈞)과 함께 향촌(鄕村)을 교화하고 선도하기 위해 《여씨향약(呂氏鄕約)》을 만들었다.
台下堂契案序 【戊子】
古者, 治隆於上, 俗美於下, 人不待勸而自化於善. 降及後世, 政俗俱頹, 民之興行者鮮矣. 於是有志者憂之, 思所以導率感發之方, 若呂藍田德業相勸之鄕約是也. 自鄕約而畧之以爲契, 則有近世之文會契、爲親契、尊師契、睦婣契. 蓋皆欲交修而歸善, 亦盛事也. 若今日之台下堂契案者, 尤言足聽聞也. 台下居士 沈觀國, 以敬齋門人, 淵翁私淑, 隱居無求, 愛好人倫. 人多服其德善. 迺者鄕黨年少數十人, 就其子姪、族戚, 相與醵金樹契, 助暮年扶養之資, 齊會堂中, 服膺格言, 作自身持守之符. 凡入玆契者, 在子姪則爲爲親, 在門徒則爲尊師, 在族戚則爲睦婣, 其餘則謂敬長之契亦可, 總其講論敍禮而言, 則亦可謂文會契也. 行一物而衆善備, 是固瀛南風俗之美. 然非台下之德, 烏能致此? 顧今西潮東盪, 彛倫喪敗, 前所未有, 國政草創, 不遑救正. 諸君能先修孝敬信睦之道, 其勤如此. 由此而進, 漸及於人, 自鄕而省, 自省而國, 安知不爲兆於隆美自化之域乎? 不然而存名去實, 有始無終, 不惟諸君之可恥, 其爲累於台下也不少矣, 勉之哉. 余與台下少相知而老益親, 喜聞其事而序其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