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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20
- 서(序)
- 청제를 배송하는 서문 【을축년(1925)】(拜送靑帝序 【乙丑】)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20 / 서(序)
청제를 배송하는 서문 【을축년(1925)】
전몽적분약(旃蒙赤奮若 을축년) 건진월(建辰月 3월) 30일 병자(丙子) 날에 청제(靑帝)주 35)가 정령(政令)를 펼쳐 시행한 지 90일이 되어 공적이 이루어지고 임기가 만료됨으로써 적제(赤帝)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수레를 타고 돌아가자, 만백성이 그의 공덕을 생각하고 차마 떠나보내지 못하여 허둥지둥 나와 전송하는 자가 산천을 뒤덮고 거리를 메우니, 천지의 조화 중에 살아가는 내가 두견새 우는 봉우리주 36)에 올라 맑은 물을 떠서 조전(祖奠)을 차려 놓고 두 손 모아 절한 다음에 글을 올려 청하기를,
"아, 청제(靑帝)께서 군주가 되셨을 때에 인자하고 온화하시어 살리기를 좋아하는 덕이 만물에 두루 미쳤습니다. 이에 만물이 즐겁고 화락하여 모두 그 은택을 입은 것이 마치 자애로운 그물에 걸린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갑자기 버리고 떠나시니, 모든 사람이 어떻게 마음을 가눌 수 있겠습니까. 부디 힘써 머물러서 큰 은혜를 끝까지 베풀어 주소서."
하니, 청제가 말하기를,
"아니다. 오직 황천(皇天)께서 사계절을 정하여 만물을 이루고, 이에 사방의 군주를 명하여 각기 그 운행에 따라 그 공덕(功德)을 이루게 하셨다. 춘목(春木)에 만물을 낳는 것은 청제의 공이니, 그 덕은 인(仁)이다. 하화(夏火)에 만물을 자라게 하는 것은 적제(赤帝)의 공이니, 그 덕은 예(禮)이다. 추금(秋金)과 동수(冬水)에 만물이 이루어지고 만물이 저장되는 것은 백(白)과 흑(黑) 두 제(帝)에게 공이 있으니, 의(義)와 지(智)가 그 덕이다. 인과 생(生)에 비록 내가 능하다고 하지만, 의ㆍ예ㆍ지와 장(長)ㆍ성(成)ㆍ장(藏)은 각각의 유사(有司)에 있는 것이고, 내가 실제로 부여한 것은 없다. 가는 것이 지나가고 오는 것이 이어지는 것은 도의 본체이고, 옛 것이 물러나고 새로운 것이 대신하는 것은 이치에 당연한 것이다. 나는 갈 것이니, 너는 슬퍼하지 말라."
하였다. 내가 또 청제에게 두 손 모아 절하고 대답하기를,
"봄은 사계절의 시작이고, 인은 사덕(四德 인의예지) 중에 으뜸입니다. 만물을 낳아주는 봄이 아니면 무엇에 의지하겠으며, 성장하고 수장(收藏)하는 공은 사사로움이 없는 인이 아니면 어느 곳에 예ㆍ의ㆍ지의 덕을 보이겠습니까? 그러므로 자라게 하는 것은 이 낳은 것을 자라게 하는 것이고, 거두는 것은 이 낳은 것을 거두는 것이고, 저장하는 것은 이 낳은 것을 저장하는 것이며, 이 인을 절제하는 것이 예이고, 이 인을 마땅하게 하는 것이 의이고, 이 인을 아는 것이 지이니, 공과 덕은 청제께서 그 조종이 되고, 세 방위는 그 갈래가 됩니다. 그런데 그 아름다움을 독차지하지 않고 각기 그 권능을 돌리시니, 이것이 인이 되는 이유입니다.
아, 운명에 맡기고 천리를 따르는 것은 위대한 지혜이고, 현인을 추대하여 자기를 대신하게 하는 것은 성대한 덕이니, 청제의 거취를 어찌 감히 고집스럽게 청하겠습니까. 다만 한 가지 청이 있습니다. 현재 천지의 기운이 막혀 예의가 땅에 떨어져 똥이 되고 피와 살이 도탄에 빠진 것은 또한 한 시대의 기운 중에 한겨울에 해당하니, 원컨대 청제께서는 돌아가 황천을 모시는 날에 청제처럼 큰 인덕(仁德)의 성인을 빨리 태어나도록 간절하게 청하여 팔방의 요사한 기운을 쓸어버리고 온 세상을 천수를 누리는 태평한 세상으로 올려주기를 마치 청제께서 곡풍(谷風 동풍)을 불어넣어 얼음을 풀리게 하고 단비를 내려 여러 무리에게 은혜를 베푸는 것처럼 하소서. 황천은 지극히 인자한지라 어진 말을 반드시 들어줄 것이니, 청제께서는 도모하소서. 그러면 비록 하루를 행하더라도 오히려 일 년을 머무르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하니, 청제께서 이를 듣고서 측은해 하는 것이 마치 가엾게 여기는 점이 있는 듯하고, 잠자코 있는 것이 마치 생각하여 수긍하는 점이 있는 듯하였다. 이윽고 가벼운 바람이 잠깐 일어나더니 수레를 재촉해 서둘러 떠나가시자 하직하고 물러나 돌아오니, 산의 두견새는 울음을 그치고, 날은 저물어 갔다.
- 주석 35)청제(靑帝)
- 봄을 주관하는 동쪽의 신(神)을 가리킨다. 오행설(五行說)에 의하면 청색과 봄은 모두 목(木)에 속한다. 적색(赤色)과 여름은 화(火)에 속하여 여름을 주관하는 남쪽의 신을 적제(赤帝)라 하고, 가을과 백색(白色)은 금(金)에 속하여 가을을 주관하는 서쪽의 신을 백제(白帝)라 하고, 겨울과 흑색(黑色)은 수(水)에 속하여 겨울을 주관하는 북쪽의 신을 흑제(黑帝)라고 한다.
- 주석 36)두견새 …… 봉우리
- 원문의 '망제(望帝)'는 전국 시대 말엽의 촉(蜀)나라 왕 두우(杜宇)로, 억울하게 왕위를 선양한 뒤에 서산(西山)에 들어가 은거하다가 죽었는데, 그의 원통한 넋이 두견새가 되어 봄이면 밤낮으로 애절하게 피를 토하며 운다는 전설로 인해 두견새를 비유하기도 한다. 《華陽國志 卷3 蜀志》
拜送靑帝序 【乙丑】
惟旃蒙赤奮若建辰月三十日丙子, 靑帝布政行令之九旬, 以功成期滿, 禪位赤帝, 駕言退歸. 惟萬衆民庶, 思其德, 不忍去, 望望焉出餞者, 蓋遍山塡街. 化中生金澤述, 登望帝之峯, 酌淸泉而設祖, 拜手進文而請曰: "於戲, 靑帝之爲君也, 乃仁乃和, 好生之德, 洽于萬物. 萬物熙皞, 咸沐厥澤, 若嬰乎慈. 今忽舍去. 凡厥衆生, 何以爲心? 願且勉留, 以卒大惠. " 靑帝曰: "否. 惟皇天定四時遂萬物, 乃命四方主君, 各用厥行, 成厥功德. 春木生物, 靑帝功也, 厥德仁; 夏火長物, 赤帝功也, 厥德禮; 秋金冬水, 物成物藏, 白、黑二帝有功, 義、智, 其德也. 夫功惟集衆, 德難兼全. 惟仁惟生, 雖曰'予能', 義、禮與智, 長、成且藏, 各司攸存, 予實無與. 且往過來續, 道之體也; 舊謝新代, 理之常也. 予其逝矣, 爾其勿悲. " 澤述又拜手復于帝曰: "春爲四時之首, 仁爲四德之長, 非春之生物, 何資? 而成長收藏之功, 非仁之無私, 安所見禮義智之德乎? 故長者, 長此生, 收者, 收此生, 藏者, 藏此生, 節斯仁者爲禮, 宜斯仁者爲義, 知斯仁者爲智. 惟功惟德, 惟帝其宗, 三方其支, 乃不專其美, 各歸其能, 此其所以爲仁歟. 嗚呼, 任運順理, 大智也, 推賢代己, 盛德也. 惟帝去就, 豈敢固請? 但有一焉, 見今天地閉塞, 禮糞義壤, 血塗肉炭, 亦一世運之大冬. 願帝歸侍皇天之日, 懇懇請亟生大仁德聖人如帝者, 掃八宇之妖沴, 躋一世於仁壽, 若帝之噓谷風而解氷凍, 降甘雨而惠群類也. 皇天至仁, 仁言必聽, 帝其圖之. 雖行之日, 猶留之年也. " 靑帝聞之, 惻然若有所㦖, 黙然若有所思而首肯者. 俄而輕風乍起, 趣駕翛然而行. 辭退歸來, 山鵑啼罷, 日之夕矣.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