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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20
  • 서(序)
  • 북으로 돌아가는 김예옥【선진】을 전송하는 서문 【병오년(1906)】(送金睿玉【璿鎭】北歸序 【丙午】)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20 / 서(序)

자료ID HIKS_Z038_01_B00001_001.020.0001.TXT.0001
북으로 돌아가는 김예옥【선진】을 전송하는 서문 【병오년(1906)】
무릇 사람이 벗을 사귈 적에 거처의 멂과 가까움으로 인하여 감정의 친근함과 소원함이 있으니, 이는 이치와 형세상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나의 동문인 벗 김예옥(金睿玉)은 나와의 거리가 천여 리가 되는데도 4년 사이에 두 차례나 찾아왔으니, 거처하는 곳이 매우 먼데도 감정의 친근함이 또 이와 같은 것은 무엇 때문이겠는가? 사람이 서로 찾는 것은 소리와 기운[聲氣]주 1)이 같기 때문이다. 소리와 기운이 진실로 같다면 비록 남쪽과 북쪽으로 멀리 떨어져 있고 월나라와 진나라처럼 소원할지라도 도리어 한 눈에 바라보이는 거리만큼이나 가깝게 느껴지고 정분이 두터운 친척처럼 친근하게 여겨질 뿐만이 아닐 것이니, 이 또한 필연의 이치이다.
오늘날 사람과 벗하는 것만 그러할 뿐만 아니라,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옛 사람과 벗하는 것도 또한 그러하다. 대저 옛사람이 뜻을 두었던 것은 도학(道學)이고, 보존했던 것은 인애(仁愛)이며, 지켰던 것은 의리(義理)이니, 후대 사람이 진실로 성명(性命)과 윤상(倫常)의 도학을 구해서 문장이나 일의 공적과 같은 허물에 동요되지 않고, 만물을 한 몸처럼 여기는 인애를 이루어서 남과 나의 서로 다른 형체의 사사로움에 부림을 당하지 않으며, 굳세고 변하지 않는 의리를 세워서 빈천이나 위력의 곤란에 옮겨가지 않을 수 있다면 이는 후대 사람이 옛사람과 또한 소리와 기운이 같게 되는 것이다. 소리와 기운이 같다면 세대가 서로 멀다 한들 또 어찌 그 친근함에 틈을 낼 수 있겠는가.
지금 나와 예옥은 비록 말세에 태어났지만 벗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옛사람이고, 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옛사람의 학문이니, 하고자 하는 것이 이미 같다면 이는 소리와 기운이 같은 것이다. 이것이 거처하는 곳이 멀어도 감정이 친근한 이유이다. 다만 옛사람의 학문에 대해 안목이 어두워 명철하지 못한데다 입장이 확고하지 못하여 안주하는 것도 어려워 하니, 이것이 또 우리 두 사람이 함께 힘써야 할 것이다. 끊임없이 힘써 각기 그 소원을 이룬다면 거처의 멂은 멀게 여겨지지 않고 더더욱 가깝게 느껴지며, 친근한 감정은 더더욱 친근해지고 소원해지지 않아서 옛사람과 더불어 세 벗이 될 것이니, 어찌 다행한 일이 아니겠는가. 이에 서문을 지어 서로 더불어 돌아가 그렇게 되기를 기다린다.
주석 1)소리와 기운[聲氣]
친구 사이에 함께하는 뜻이나 취향을 비유하는 말로, 《주역》 〈건괘(乾卦) 문언(文言)〉에 "같은 소리는 서로 응하고, 같은 기운은 서로 구한다.〔同聲相應, 同氣相求.〕"라는 말에서 유래하였다.
送金睿玉【璿鎭】北歸序 【丙午】
凡人之爲友也, 因居之遠近而有情之親疏, 此理勢然也. 余同門友金睿玉, 與余相去也, 凡千有餘里, 而得見再訪於四載之間, 居之甚遠而情之相親, 又若此何也? 人之所以相求者, 以聲氣之同也. 聲氣苟同, 雖朔南之遠, 越秦之踈, 反不啻莽蒼之近, 懿戚之親, 此亦必然之理也. 非惟與今人友爲然, 尙而與古人友亦然. 夫古人之所志者道學也, 所存者仁愛也, 所守者義理也. 後之人誠能求得性命倫常之道, 而不動乎文章事功之累, 成得萬物一體之仁, 而不役乎人我相形之私, 立得强矯不變之義, 而不移乎貧賤威武之困焉, 則是後人之於古人, 亦同一聲氣也. 聲氣之所同, 世之相遠, 又何以間其親也? 今余與睿玉, 雖生於叔季之世, 然所欲友者, 乃古人也, 所欲爲者, 乃古人之學也, 所欲者旣同, 則是聲氣之同爾, 此所以居遠而情親者也. 第於古人之學, 眼力黭黮而未明, 脚跟依違而難住, 是又吾二人之所共勉者. 勉之不已, 至於各遂其願, 則居之遠也, 不遠而愈近, 情之親也, 愈親而不踈, 直可與古人而幷爲三友矣, 豈非幸哉? 於是乎書之, 相與歸而俟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