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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14
- 잡저(雜著)
- 오준선 씨의 유고 중에 어떤 사람에게 답한 편지를 보고나서 【1940년】(觀吳氏駿善稿中答人書 【庚辰】)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14 / 잡저(雜著)
오준선주 165) 씨의 유고 중에 어떤 사람에게 답한 편지를 보고나서 【1940년】
모인(某人)의 '성은 스승이고 심은 제자이다[性師心弟]'와 '기를 밝힌다[明氣]'는 의논이 혹 제 귀에 들어오긴 했지만 더불어 논변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논변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삿된 학설이 정도를 해치는 것이 어느 시대인들 없었겠습니까. 심(心)ㆍ성(性)ㆍ정(情)의 구 분은 매우 명백한데, 지금 "성은 높고 심은 낮다.[性尊而心卑]"고 말하여 둘로 나눈다면 심 에는 '미발(未發)'과 '이발(已發)'이 있어 성과 정이 이미 구분되는 것과 '심이 성과 정을 통 솔한다[心統性情]'는 말을 어떻게 구분하여 처리할 수 있겠습니까. "기를 밝힌다"는 학설은 형의 의논이 명백합니다. 다만 저 사람이 애써 전대의 사람을 뛰어넘고자 하여 새로운 학설 을 만들어 내는 것이 본래의 재주인데, 그와 쟁변(爭辨)하는 것이 또한 수고롭지 않겠습니 까.
대체로 도리(道理)는 보기 어려운 까닭에 의론이 같지 않으니, 예로부터 그러했다. 그러나 그 극처(極處)가 존재하니, 진실로 마음을 공정하게 하여 찾는다면 절로 의론이 하나로 정해질 날이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퇴계(退溪) 선생이 말하기를, "뜻이 도를 밝히는 데 있어 사사로운 생각이 없는 자라면 반드시 하나로 일치할 날이 있을 것이고, 그 마음이 이기는 것을 추구하고 도를 헤아리지 않는 자라면 끝내 합치할 리가 없을 것이다.주 166)" 하였다. 지금 이 글을 보니 그의 마음과 뜻을 알 수 있다. '성이 스승이고 마음은 제자이다.'와 '기를 밝힌다.'는 설은 우리 선사께서 창조해서 논한 것이 아니라, 선성현(先聖賢)께서 이미 가르침이 있었던 것이니, 내가 우선 간략하게 그것을 말해 보겠다.
맹자가 말하기를, "돌아가서 찾는다면 남은 스승이 있을 것이다.주 167)" 하였는데, 주자(朱子)가 이 말을 해석하기를, "성분(性分) 안에 만 가지 이치가 모두 갖추어져 있으니 스승으로 삼지 않을 수 없다." 하였다. 돌아가서 스승으로 삼는 것이 마음이라면 이는 성이 스승이고 마음이 제자가 아니겠는가. 공자가 말하기를, "군자는 도를 배우니, 도는 성이다." 하였으니, 그것을 배우는 것이 마음이라면 이는 성이 스승이고 마음이 제자가 아니겠는가. 공자가 말하기를, "명덕을 밝힌다.[明明德]주 168)" 하였는데, 주자가 이 말을 해석하기를, "명(明)은 밝힘이요, 명덕은 허령(虛靈)하고 어둡지 않아서 이치를 갖추고 있고 만사에 응하는 것이다." 하였으며, 또 말하기를, "허령이 기의 밝은 곳이다." 하였으니, 이는 기를 밝힌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맹자가 논한 "아침녘의 기[平朝之氣]"를 주자는 '기가 청명한 때에 양심(良心)이 발현한다.'는 것으로 해석했으니, 이는 기를 밝힌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성현께서 이미 말씀하신 이 모든 것들이 태양과 별처럼 분명하니 눈만 있으면 모두 보았을 것이고, 선사의 학설도 또한 어찌 깊이 헤아려 봄을 기다린 뒤에 그것이 이치의 극처를 본 정론(定論)임을 알겠는가. 그러나 이 글은 조금도 헤아려보거나 신중하게 여기지 않고 대번에 삿된 학설이 정도를 해친다는 것으로 배척하고, 다시 새로운 학설을 창조하는 것이 본래의 재주라고 결말을 지으니, 공자ㆍ맹자ㆍ주자 세 성현의 가르침에 대해 어떻게 구분해 처리할지 모르겠다. 이는 비단 이김을 추구하는 사심이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사람을 배제시키려는 생각이 있음을 면치 못했기 때문에 먼저 객기(客氣)에 혼란하여 눈이 있어도 성현의 가르침을 보지 못한 것이니, 이른바 "사슴만 쫓고 태산은 보지 못한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애석하구나, 그가 일생동안 학문을 하고도 기를 밝히고 성을 스승으로 삼아, 도리를 보아 정론에 함께 돌아갈 수 없음이여.
- 주석 165)오준선
- 1851~1931. 자는 덕행(德行)이고, 호는 후석(後石)이며, 본관은 나주(羅州)이다. 광주 광산(光山) 출신으로, 노사(蘆沙) 기정진(奇正鎭)의 문인이며, 저서로는 《후석유고(後石遺稿)》가 있다.
- 주석 166)뜻이 …… 것이다
- 《퇴계선생문집(退溪先生文集)》 권16 〈답기명언(答奇明彦)〉에 보인다.
- 주석 167)돌아가서 …… 것이다
- 《맹자》 〈고자 하(告子下)〉에 "도(道)는 대로(大路)와 같으니, 어찌 알기 어렵겠는가. 사람들이 구하지 않는 것이 병통일 뿐이니, 그대가 돌아가서 찾는다면 남은 스승이 있을 것이다.〔道若大路然, 豈難知哉? 人病不求耳. 子歸而求之, 有餘師.〕"라는 구절에서 나오는 말이다.
- 주석 168)명덕(明德)을 밝힌다
- 《대학장구》 경 1장에 "《대학》의 도는 명덕을 밝힘에 있으며, 백성을 새롭게 함에 있으며, 지선에 그침에 있다.〔大學之道, 在明明德, 在新民, 在止於至善.〕"라는 구절에서 인용한 말이다.
觀吳氏駿善稿中答人書 【庚辰】
某人性師心弟與明氣之論, 或入於賤者之耳, 而非惟不與辯, 亦不必辨也. 邪說害正, 何時無 之? 而心性情界分, 則甚昭昭, 今曰"性尊而心卑", 判焉爲兩件, 則心之有未發已發而性情已分 與夫心統性情之語, 何以區處? 明氣之說, 兄論之明矣. 但彼人務欲突過前人, 創爲新說, 自是 本來伎倆. 與之爭辨, 不亦勞乎?
夫道理難見, 故議論不同, 從古而然. 然其極處有在, 苟公其心而求之, 則自有論定之日矣. 是故退溪先生曰: "志在明道而無私意者, 必有同歸之日, 其心求勝而不揆諸道者, 終無可合之理." 今觀此文, 其心志可知已. '性師心弟''明氣'之說, 非吾先師之所創論, 先聖賢已有訓, 我且略言之. 孟子曰: "歸而求之, 有餘師" 朱子釋之曰: "性分之內, 萬理皆備, 無不可師." 求而師之者是心也, 則此非性師心弟乎? 孔子曰: "君子學道, 道是性也." 學之者是心也, 則此非性師心弟乎? 孔子曰: "明明德" 朱子釋之曰: "明, 明之也. 明德, 虛靈不昧, 具理應事者." 又曰: "虛靈是氣之明處." 此非明氣乎? 孟子所論"平朝之氣", 朱子釋之以"其氣淸明之際, 良心發見", 此非明氣乎? 凡此聖賢之所已言, 昭如日星, 有目皆覩. 先師之說, 亦何待深加揣度而後, 知其爲見理極處之定論哉? 然而此文略不商量難愼, 遽以邪說害正斥之, 復以創爲新說本來伎倆結之. 未知於孔孟朱三聖賢之訓, 將何以區處? 此非但有求勝之私, 實不免有擠人之念. 故先被客氣之所昏亂, 而眼不見聖賢之訓也. 所謂"逐鹿而不見泰山"者非耶? 惜乎, 其爲學一生, 不能明其氣師其性, 見得道理而同歸於定論也.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