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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14
- 잡저(雜著)
- 재변론 【1938년】(再辨 【戊寅】)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14 / 잡저(雜著)
재변론 【1938년】
오진영은 이 편지에서 선사께서 묘적(墓籍)의 등록을 허락하셨던 일을 끌어와서 문고의 인허에 대한 말없는 가르침의 분명한 증거로 미루어 삼으면서 말하기를, "참고 견디라는 요결을 주희와 송시열은 가죽과 비단[皮幣]주 23)로 말씀하셨고, 선사는 묘적(墓籍)으로 말씀하셨다."라고 하였고, 또 말하기를, "차마 선조의 묘를 차마 지키지 않을 수 없어 묘적을 등록했다면 차마 선사의 원고를 전하지 않을 수 없어 인허를 받는 것이 또한 무슨 죄가 되겠는가."라고 하였다. 그러나 나는 묘적의 등록과 문고의 인허는 바로 연나라와 월나라처럼 서로 맞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묘적을 등록하지 않았을 때의 재앙에 대해 선사께서 "저들이 묘를 무너뜨리거나 파서 옮기는 등 예측할 수 없는 변고를 행하는 것은 부조(父祖)가 죽임을 당하는 것과 같다."라고 하셨으니, 이것이 참고 견디는 요결을 어쩔 수 없이 사용하신 이유이다. 문고를 간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비록 널리 배포하지는 못 한다 하더라도 탈 없이 보관이 되어 저들이 찢어 파괴하거나 불에 태우는 등 예측할 수 없는 변고를 행하지 못하여 애초에 부조가 죽임을 당하는 것과 같은 일은 없을 것이니, "참고 견디는 요결을 사용하여 어쩔 수 없이 인허를 받았다."라고 말하는 것이 어찌 온당한 말이겠는가. 나는 그래서 "묘적의 등록과 문고의 인허는 바로 연나라와 월나라처럼 서로 맞지 않는 일이다."라고 말한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도리어 묘적의 등록을 문고의 인허에 대한 가르침으로 미루어 삼으면서 또 말하기를, "주희와 송시열도 꺼리지 않은 것을 선사께서 꺼리겠는가. 꺼리는 것이 진실로 의리라면 주희와 송시열이 먼저 꺼렸을 것이다."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바로 인허에 대한 가르침을 선사께서 전수 받은 바가 주자와 송시열 이래로 꺼리지 않고 공공연하게 말할 수 있는 하나의 의리로 삼은 것이다. 그렇다면 어찌하여 서(徐)씨가 이 편지를 드러낸 것을 깊이 미워하면서 선사를 위해 꺼리고자 한 것인가? 또 '어찌하여 간행을 주창하고 인허를 주관한 것을 자신이 만약 스스로 끌어안으면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선사를 위해 꺼리고자 한 것인가?
꺼리고자 하는 것과 꺼리지 않는 것 사이에 일이 있음을 알겠다. 대체로 그는 꺼리지 않고 말하기를, "선사께서는 일찍이 인허를 받으려는 생각이 있으셨다." 하였고,【정재(靜齋)에게 대답한 말】 꺼리고자 하면서 말하기를, "여러 공들은 내가 입으로 말한 것을 듣지 못했고, 내 손으로 쓴 편지를 보지 못했다." 하였다.【〈호남의 여러분에게 답한 편지〉】 꺼리지 않고 말하기를, "선사께서 홀로 계실 때에 헤아려서 하라고 명하셨다." 하였고,【〈김함재(金涵齋)에게 답한 편지〉】 꺼리고자 하면서 "인허를 받을지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으며 말에 구별이 부족했다." 하였다.【〈호남의 여러분에게 답한 편지〉】 꺼리지 않고 말하기를, "선사께서 일찍이 깊이 구애될 것이 없다고 분부하셨다." 하였고,【이자승(李子乘)에게 답한 편지〉】 꺼리고자 하면서 "다른 글을 범범하게 말한 것이지 대고(大稿)를 가리킨 것은 아니다." 하였다.【김세기(金世基)의 〈읍고문(泣告文)〉】 이것은 진실로 잠시 이랬다 잠시 저랬다 하면서 간계를 부려 거짓말을 하는 그의 장기(長技)인데, 지금 또 한 글 내에서 주희와 송시열 이래로 하나의 의리라고 꺼리지 않다가 편지가 드러난 것을 깊이 미워하면서 자신이 끌어안으면 아무런 일이 없다고 꺼리고자 하였다. 한번은 이랬다 한번은 저랬다 하면서 간계를 부려 거짓말을 하는 것이 이와 같으니, 이것이 무엇 때문인가?
처음에는 꺼리지 않았다가 스승을 무함했다는 죄명을 듣는 것이 싫어지자 잠시 입장을 바꾸어 꺼리고자 하였고, 중간에 꺼리고자 하였다가 진장(眞贓 범행의 증거)의 잡힘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자 또 끝에 가서는 차라리 얼굴을 드러낼지언정 꺼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의 정상이 결국 어떻겠는가? 어찌 그가 서씨에게 보낸 첫 번째 편지를 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편지에 문집을 간행하는 일은 세 가지가 불가하니, 그 첫 번째가 진실로 그러한 점이 있습니다."라고 하였으니, 그도 또한 인허를 내는 것이 불가함을 알고 있었다. 또 그 편지에 "제가 바다를 건너가고자 했으나 할 수 없었습니다."라고 하였으니, 그도 또한 인허를 낼 마음이 없었다. 그러나 끝에 가서 말하기를, "사실은 선사의 말없는 가르침을 살펴 따른 것입니다."라고 하였는데, 그도 또한 그것이 불가함을 알았으면서 선사께서는 그것이 불가함을 모르셨다고 하고, 그도 또한 그럴 마음이 없었으면서 선사께서는 그럴 마음이 있으셨다고 하면서 "말없는 가르침을 살펴 따랐다."라고 하는 것이 과연 말이 되겠는가.
그가 이미 그것의 불가함을 알고 있었으니, 마땅히 선사께서는 더욱 그것의 불가함을 아시고 계셨음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가 이미 그럴 마음이 없었으니, 마땅히 선사께서는 더욱 그럴 마음이 없으셨음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오히려 이렇게 한 것은 명명백백하게 선사를 끌어와 사람을 막고, 죄를 벗어 선사에게 덮어씌우려는 계책이다. 그가 인허를 내는 것에 대해 진실로 불가함이 있다는 것으로 제목을 세웠다면 무릇 이 편지 속의 "대신 인허를 받으셨다."거나 "묘적을 등록하셨다.", "참고 견디는 요결을 주희와 송시열이 말씀하셨다." 등의 많은 말들은 모두 논제에서 벗어난 허황된 말일 것이다. 이와 같음을 모르는 것이 아닌데도 오히려 그것들을 말한 것은 명명백백하게 보고 듣는 것을 현혹하고 어지럽혀서 세상 사람을 속여 넘기려는 계책이다. 이것이 선사를 무함한 죄가 되는 이유이다. 그러나 사람들 중에는 오히려 무함이 아니라 사실을 설명한 것이라고 말하는 자가 있다. 이런 사람은 현혹하여 속이는 계책에 정확하게 걸려든 것이니, 내가 진실로 안타깝게 여긴다. 만약 "명철함이 옳고 그름을 알 수 있었음에도 오히려 그렇게 했다."라고 한다면 내가 또 어찌할 수 없을 따름이다.
- 주석 23)가죽과 비단
- 옛적 국가 간의 외교에 사용하는 예물을 가리키는 말이다.
再辨 【戊寅】
震之此書, 引先師許籍墓事, 推作認稿不言之敎之的證而曰: "含認之訣, 朱宋言之皮幣, 先師言之墓籍.", 又曰: "不忍先墓之不守而籍之, 則不忍師稿之不傳而認之, 亦何罪?". 然吾則以爲籍墓之於認稿, 正燕越之不相値也. 墓不籍之禍, 先師謂"彼加陵夷掘移罔測之變. 與父祖被殺同", 此所以含忍之訣不得已用之. 稿不刊, 則雖未廣布, 無恙藏在, 彼未嘗加以裂破焚燒罔測之變, 初無與父祖被殺同者, 則其云"用含忍之訣而不得已認之"者, 何所當乎? 吾故曰: "籍墓之於認稿, 正燕越之不相値也." 渠乃旣以籍墓推作認稿之敎而又曰: "朱宋之之不諱, 先師諱之乎? 諱之苟義也, 朱宋先已諱之矣." 此直以認敎爲先師所受朱宋以來一副義理可不諱而公言者矣. 然則何以深疾徐氏之發此書, 而欲爲先師諱之也? 又何以云"倡刊主認, 鄙若自引, 便都無事", 而欲爲先師諱之也? 於欲諱不諱之間, 知有事在. 蓋渠不諱而言: "先師曾有認意."【對靜齋言】 欲諱而言: "諸公不聞吾口語, 不見吾手筆."【〈答湖南書〉】 不諱而言: "先師獨命料量爲之."【〈答金涵齋書〉】 欲諱而言: "不及認否. 語欠區別."【〈答湖南僉座書〉】 不諱而言: "先師嘗敎不必深拘."【〈答李子乘書〉】 欲諱而言: "泛論他書非指大稿."【金世基〈泣告文〉】 此固乍此乍彼閃奸打僞之長技, 而今又一文之內, 朱宋以來一副義理之不諱, 深疾發書自引無事之欲諱. 一彼一此之閃打者如此, 此何以故? 始之不諱而惡聞誣師之罪名也, 則暫轉身而欲諱, 中之欲諱而莫脫眞贓之被捉也, 則又終之寧露面而不諱. 然則渠之情狀, 竟如何也? 盍觀渠與徐氏初書乎? 其曰: "刊集事, 三不可, 其第一則誠有然者." 則渠亦知出認之不可矣. 其曰: "鄙欲越海而不得." 則渠又無出認之心矣. 而終之曰: "其實原從先師不言之敎也." 渠亦知其不可者, 謂先師不知其不可, 渠亦無其心者, 謂先師有其心, 而曰"原從不言之敎"者, 果成說乎? 渠旣知其不可, 則宜知先師之尤知其不可矣. 渠旣無其心, 則宜知先師之尤無其心矣. 然猶且爲此者, 明明是援師禦人脫罪加師之計. 渠旣於出認, 以誠有不可立箇題目, 則凡此書中代認籍墓含忍之訣朱宋言之等許多云云, 皆題外之荒說. 非不知其如此, 而猶且爲之者, 明明是眩亂視聽瞞過世人之計. 此其所以爲誣師之賊也. 然人猶有謂之非誣而爲之分疏者. 此等人正中眩瞞之計. 吾誠爲之憫然. 若曰: "其明足以知是非而猶然." 則吾又末如之何也已.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