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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13
- 잡저(雜著)
- 남산재에서 제군을 깨우쳐줌 【1924년】(南山齋喩諸君 【甲子】)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13 / 잡저(雜著)
남산재에서 제군을 깨우쳐줌 【1924년】
사람이 태어날 때 하늘에서 받은 것 가운데에 순수한 성(性), 신령스럽고 밝은 마음, 바르고 준수한 몸이 있고, 자기에게 속한 윤리 가운데에 부자(父子), 군신(君臣), 부부(夫婦), 장유(長幼), 붕우(朋友)가 있다. 성은 마땅히 길러야 하고 마음은 마땅히 보존해야 하며, 몸은 닦아야 하고 아버지는 자애롭고 아들은 효도하며, 임금은 인자하고 신하는 공경하며, 부부는 분별이 있고 장유는 차례가 있으며, 붕우는 신의가 있어야 하니, 이는 모두 우리 몸에 절실한 직무이기 때문에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본래 태나면서부터 아는 뛰어난 성인의 자질이 아니면 반드시 선각자에게 배워야 하고 사우(師友)에게 물은 뒤에야 본분을 다하는 방법을 알 수 있으니, 이는 학문의 이름이 세워진 이유이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학문의 본의(本意)를 모르고, 이는 문달(聞達)주 407)을 구하는 것이고 이록(利祿)을 구하는 것이며, 현묘(玄妙)함을 바라는 것이라고 여긴다. 이에 겨우 몇 부의 경전을 읽고 조금의 수고로움을 하고는 이름과 봉록이 창성하지 않고 기이한 효과가 이르지 않으면 갑자기 학문을 포기하고 권모술수와 공명의 길로 좇아가니, 천년의 실학(實學)의 폐해짐이 모두 이 때문인데, 하물며 지금의 세상에 있어서이겠는가.
큰 성인[大聖]에게 용서할 수 없는 죄를 덮어씌우고, 윤리와 강상은 사람을 죽이는 짐독(鴆毒)주 408)으로 돌리는데, 넓고 넓은 천지에서 한 자 되는 주름진 소매가 달린 도포를 입은 그대들이 이러한 때에 적막한 물가에 모여 부지런히 글을 읽으니, 직분을 다하면서도 바라는 것이 없어야 하는 것을 깊이 아는 자가 아니면 이처럼 할 수 있겠는가. 다만 서로 장점을 관찰하여 본받는 선(善)주 409)이 없고, 쓸쓸한 처지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오는 것을 기뻐하기만 하니, 어찌 거들어줄 한마디 말이 없겠는가.
내가 듣건대 군자의 학문은 처음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잘 마치는 것이 어렵고, 예기(銳氣)를 떨쳐 일으키는 것이 다만 귀한 것이 아니고 지성(至誠)으로 투철하게 하는 것이 참으로 두려울 만하다고 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성(性)과 심(心)과 신(身)이 없으면 바야흐로 이를 기르고 보존하며 닦는 공이 없고, 부자, 군신, 부부, 장유, 붕우가 없으면 바야흐로 자애[慈], 효(孝), 인자[仁], 공경[敬], 분별[別], 차례[序], 신의[信]의 도가 없음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천하에 신심(身心)과 윤속(倫屬)주 410) 없는 사람이 없으니, 도와 공을 마땅히 배우고 물어서 잠시도 버릴 수 없음이 분명하다.
주자가 이르지 않았던가. "한 숨이 남아있는 순간까지 이 뜻이 조금이라도 해이해짐을 용납하지 않는다.주 411)"라고 하였다. 이는 그대들과 생사를 함께 하는 영부(靈符)와 진결(眞訣)주 412)이니, 보배롭게 간직하고 또 유념하라. 이를 비유하면 오곡이 풍년일 때에 많은 곡식을 갈무리하는 일은 오히려 쉽게 할 수 있지만, 흉년이 들어 굶주린 해에 많은 곡식의 종자를 저장하여 다가오는 해의 파종에 대비하는 일은 더욱 어려운 것과 같다.
앞으로 그대들의 성취가 어떨지는 오직 재능의 고하(高下)와 노력의 심천(淺深)에 달려 있으니, 내가 감히 예언하지 않겠다. 가령 크게 성취하지 못하여 공자가 말한 삼사중품(三士中品)주 413)과 맹자가 말한 이중사하(二中四下)주 414)에 그치더라도, 그 세도(世道)에 도움 되는 공이 어찌 갑자기 다스림과 교화가 아름답고 밝은 때의 한 대군자(大君子)보다 못하겠는가. 이 때문에 내가 "오늘 그대들 몇 사람이 뒷날 온 백성의 생활종자(生活種子)이다."라고 말하겠다. 이러한 데까지 생각이 이르렀으니, 어찌 매우 중요하지 않겠으며, 어찌 감히 잠시라도 머뭇거리겠는가.
오직 학문의 실제는 신심(身心)과 윤리에 있다. 그러므로 공자가 말하기를 "행하고 여력이 있으면 글을 배워야 한다.주 415)"라고 하였고, 맹자가 말하기를 "학문의 길은 다른 것이 아니라 그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것일 뿐이다.주 416)"라고 하였으니, 이는 성현(聖賢)이 세운 만대의 표준이다. 그런데 근래 이후로 밖을 중시하고 안을 경시하여 실제적인 것을 버리고 공허한 것을 숭상하며, 몇 조항의 명리(名理)주 417)로 화로의양(畵蘆依樣)주 418)하고, 몇 편의 사장(辭章)으로 작은 기교를 부린다. 그리고 곧바로 우뚝 선각(先覺)으로 자처하고 사람들도 우뚝한 선각으로 대우하여 더이상 그의 심술과 덕행이 어떠한가를 묻지 않으니, 아! 이는 학문의 적(賊)이다.
원컨대 그대들은 학문의 적을 몹시 미워하고, 성인의 표준에 정성과 노력을 다하여 효제충신(孝弟忠信)에 종사하라. 그리고 성찰하여 극기복례를 하는 데 실제로 체행하라. 게으름 없이 부지런히 하여 참되게 쌓고 오랫동안 노력한다면 하학(下學)이 이름에 어찌 상달(上達)할 날이 없겠는가. 하물며 여사(餘事)주 419)인 이른바 문사(文辭)에 있어서이겠는가.
붕우(朋友)는 덕업(德業)에 있어 필요로 하여 이루는 자이기 때문에 오륜(五倫)의 한 조목에 해당되는데, 후대에 우도(友道)가 모두 없어져 서로 필요로 하여 이루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간혹 배척하여 실패하니, 너무나 통탄스럽다. 지금 그대들은 동당(同堂)에서 도와 뜻과 업을 함께 하니, 그 정의가 두텁지 않겠는가. 오직 원하건대 서로 권면하고 각자 채찍질하여 성찰하며, 학문을 믿고서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지 말며,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며, 과실을 보고도 바로잡아주지 않지 말며 선을 보고도 싫어하거나 꺼리지 말라. 연이은 산봉우리는 양쪽으로 솟아나 더욱 높고, 두 개의 못이 붙어 있는 것은 서로 도움을 주어 더욱 깊어지니, 말세의 나쁜 풍습을 한번 깨끗하게 씻고 각자 그대들의 아름다운 덕을 공경하라.
법복(法服)을 언행보다 우선시 한 자는 공자(孔子)이고주 420), 의관(衣冠)을 첨시(瞻視)보다 우선시 한 자는 주자(朱子)이니주 421), 이는 진실로 학문의 수제(首題 표제(標題))이다. 이는 태평한 세상에서도 오히려 삼가는데 이 오랑캐를 만난 날에 있어서야 더 말할 것이 있겠는가. 한가하게 지낼 때에도 내팽개치지 않는데 경전을 대독(對讀)할 때에 있어서야 더 말할 것이 있겠는가. 청컨대 그대들은 항상 폭이 넓은 소매의 상의(上衣)를 입고, 한편으로는 옛것을 본받고 지금의 것을 끊는 뜻을 확고히 하며, 한편으로는 밖을 제어하여 마음을 수양하는 방법으로 삼되, 표방한다고 하여 이를 꺼리거나 외면을 꾸민다고 하여 이를 경시하지 말라. 내가 장차 의복을 삼가는지 않는지를 가지고 그대들의 진수(進修)주 422)를 시험할 것이다.
한 번 예를 잃으면 이적(夷狄)에 들어가고, 두 번 잃으면 금수(禽獸)에 들어가니, 이것은 금일 을 두고 하는 말이다. 내가 원하건대 그대들은 몸단속 할 때 시동처럼 앉고 재계하는 것처럼 서며, 발은 무겁게 하고 손은 공손하게 하는 곡례(曲禮)주 423)를 삼가며, 집에서 지낼 때 관례(冠禮), 영상(迎相)주 424), 초상(初喪)을 삼가고 멀리 돌아가신 분들을 추모하는 네 가지 예를 다하라. 그래서 점점 훗날에 행동거지와 주선(周旋)이 예에 맞게 되면 나라의 예법을 주창해 밝히고, 더러운 이 세상을 깨끗이 씻어서 태평성대에 올려놓는 것이 그대들에게서 나오지 않을 줄을 어찌 알겠는가. 힘써 노력하라!
학문하는 방도는 진실로 생각을 성실히 하여 실천하는 데 있다. 그러나 이에 앞서 또 조용히 심신을 수양하는 공부가 본원(本源)이 된 뒤에야 행동할 때 품절(品節 절도(節度))에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 그 지극한 것을 논하면 진실로 갑자기 말할 수 없지만, 분수에 따라 공을 베풀어 점차 효험을 보는 것에 이르러서는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것이 있다. 사색하고 번뇌하며 강송(講誦)하고 근로(勤勞)한 뒤에, 눈을 감고 바르게 앉아 이 마음을 맑게 보존하고, 긴장하지도 않고 느슨하지도 않으며, 잊지도 말고 조장하지도 말아야 하니, 이것이 그 공부이다. 이렇게 해나가서 익숙해지면 마치 달이 하늘에 떠 있어 사방이 모두 환하게 밝고, 물결 없는 연못에 한 웅덩이가 자재(自在)한 것 같은 기상(氣象)을 거의 볼 것이니, 어찌 쾌활하지 않겠는가.
글자의 모양은 천지의 이상(理象)에 근본하고, 글자의 소리는 음양의 성률(聲律)에 맞는다. 따라서 만일 하나의 점획(點畫)과 발음의 사이에서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바로 다른 글자와 소리가 되니, 문의(文義)의 횡결(橫決 단절)과 인사(人事)의 오패(誤敗 오판하여 그르침)는 오히려 작은 일이다. 심한 경우 혹 천지가 뒤집히고 윤리가 뒤바뀌어 거꾸로 되는 지경에 이른다. 예를 들면 동쪽과 서쪽, 통함과 막힘이 바뀌면 해와 달의 출입하는 길이 바뀌고, 부(夫)와 부(婦), 평성과 거성이 섞이면 남녀의 명칭이 자리가 다르게 되니, 어찌 크게 걱정하고 두려워할 만한 것이 아니겠는가.
천지가 만물을 내는 것과 성인이 만사에 응하는 것은 모두 정성[誠]이니, 천지와 성인도 그러한데 배우는 자가 정성스럽지 않고도 이룰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정성은 사물의 시작이며 끝이니, 정성스럽지 못하면 사물이 없게 된다.주 425)"라고 하였다. 이상 고한 내용이 비록 잡다하지만 과연 그대들이 정성으로 행한다면 또한 족히 수신하고 법을 행하여주 426) 학문하는 실제에 부끄러움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그렇게 하지 못하면 말한 것은 무의미하게 되고 들은 것은 잊어버린 것 같아, 피차에 도움 될 것이 없고 도리어 남의 조롱만 사게 될 것이니, 유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주석 407)문달(聞達)
- 이름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는 것을 말한다.
- 주석 408)짐독(鴆毒)
- 짐새의 깃에 있다는 맹독(猛毒)이다.
- 주석 409)서로 …… 선(善)
- 대본의 '相觀之善'은 《예기》 〈학기(學記)〉에 "서로 장점을 보고 배워 착한 길로 이끌어가는 것을 마라고 한다.[相觀而善之謂摩.]"라고 한 데서 나왔다.
- 주석 410)윤속(倫屬)
- 천륜(天倫)의 친속(親屬)을 말한다.
- 주석 411)한 …… 않는다
- 《논어집주》 〈태백(泰伯)〉에서 주자가 "인이란 인심의 온전한 덕이니, 반드시 몸으로써 체행하여 힘써 행하려고 한다면 책임이 중하다고 이를 만하고, 한 숨이 남아있는 순간까지 이 뜻이 조금이라도 해이해짐을 용납하지 않는다면 멀다고 이를 만하다.[仁者人心之全德, 而必欲以身體而力行之, 可謂重矣, 一息尙存, 此志不容少懈, 可謂遠矣.]"라고 하였다.
- 주석 412)진결(眞訣)
- 진법(眞法) 또는 비결(秘訣)이란 뜻으로, 도를 전하는 정수(精粹)를 말한다.
- 주석 413)삼사중품(三士中品)
- 《논어》 〈옹야(雍也)〉에 "중등 인물[中人] 이상의 사람에게는 높은 것을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으나, 그 이하의 사람에게는 이를 말해 줄 수 없다.[中人以上, 可以語上也, 中人以下, 不可以語上也.]"라고 공자가 말한 내용이 나온다.
- 주석 414)이중사하(二中四下)
- 《맹자》 〈진심 하(盡心下)〉에서 맹자가 자신의 제자 악정자(樂正子)를 평하여 "악정자는 두 가지의 중간이요, 네 가지의 아래이다.[樂正子, 二之中, 四之下也.]"라고 말하였는데, 이는 선인(善人)과 신인(信人)의 사이에 위치하고, 미인(美人), 대인(大人), 성인(聖人), 신인(神人)의 아래에 위치하는 것을 말한다.
- 주석 415)행하고 …… 한다
- 《논어》 〈학이(學而)〉에 나온다.
- 주석 416)학문의 …… 뿐이다
- 《맹자》 〈고자 상(告子上)〉에 나온다.
- 주석 417)명리(名理)
- 위진(魏晉) 시대의 청담가(淸談家)들이 사물의 명(名)과 이(理)를 분석하며 시비(是非)와 동이(同異)를 따지던 것을 가리킨다.
- 주석 418)화로의양(畵蘆依樣)
- 호로(葫蘆 조롱박) 모양만을 본떠서 그려 낸다는 뜻으로, 참신함이 없이 단순히 남을 모방하는 것을 말한다. 《유설(類說)》 권17 〈동헌필록(東軒筆錄)〉에 나온다.
- 주석 419)여사(餘事)
-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을 말한다.
- 주석 420)법복(法服)을 …… 공자이고
- 《효경(孝經)》 〈경대부장(卿大夫章)〉에 "선왕의 법도에 맞는 옷이 아니면 감히 입지 않으며, 선왕의 법도에 맞는 말이 아니면 감히 말하지 않으며, 선왕의 덕행이 아니면 감히 행하지 않는다.[非先王之法服, 不敢服, 非先王之法言, 不敢道, 非先王之徳行, 不敢行.]"라는 말이 나온다.
- 주석 421)의관(衣冠)을 …… 주자이니
- 주자의 〈경재잠(敬齋箴)〉에 "그 의관을 바르게 하고 그 시선을 존엄하게 하며, 잠심하여 거처하고 상제를 대하듯이 하라.[正其衣冠, 尊其瞻視, 潛心以居, 對越上帝.]"고 하였다.
- 주석 422)진수(進修)
- 진덕수업(進德修業)의 줄임말로, 덕을 쌓고 학업을 닦는 것을 말한다.
- 주석 423)곡례(曲禮)
- 구체적인 소절목(小節目)의 위의(威儀)로, 《예기》 〈예기(禮器)〉에 "곡례가 3천 가지이다.[曲禮三千]"라고 하였다.
- 주석 424)영상(迎相)
- 도와줄 아내를 맞이한다는 뜻으로, 친영을 의미한다. 《의례(儀禮)》 〈사혼례(士婚禮)〉
- 주석 425)성은 …… 끝이다
- 《중용장구》 〈제25장〉에 보인다.
- 주석 426)법을 행하여
- 《맹자》 〈진심 하〉에서 맹자가 말하기를 "군자는 법을 행하여 명을 기다길 뿐이다.[君子行法以俟命而已矣.]"라고 하였다.
南山齋喩諸君 【甲子】
夫人之生稟乎天者, 有純粹之性, 靈昭之心, 正秀之身焉, 倫屬乎己者, 有父子君臣夫婦長幼朋友焉. 性之當養, 心之當存, 身之當修, 父子君臣之慈孝仁敬, 夫婦長幼朋友之別序信, 皆吾切身之職務, 而不容不盡者也. 然自非生知上聖之資, 必學之於先覺, 問之於師友, 然後 乃能知盡分之方, 此學問之名, 所以立也. 世之人不知學問之本意, 以爲是求聞達也, 干利祿也, 希覬玄妙也. 纔讀得幾部經傳, 喫得些少勤苦, 而名祿不昌, 奇效不至, 輒抛棄之, 趨而之權術功名之途, 千載實學之廢, 皆坐乎此, 而況乎今之世乎? 大聖之加罔赦罪科, 倫綱之歸殺人鴆毒, 廣天地之恢恢, 一尺袖之蹙蹙諸君, 乃以此時, 聚首劇讀於寂寞之濱, 非深知職分之當盡而無所希求者, 能若是乎? 顧未有相觀之善, 喜在空谷之跫, 豈闕一辭之贊? 吾聞君子之學, 有其始之非難, 克其終之爲難, 奮發銳氣之非徒貴, 至誠透徹之眞可畏, 須知無此性無此心無此身, 方可無養之存之修之之功, 無父子君臣夫婦長幼朋友, 方可無慈孝仁敬別序信之道, 天下無無身心無倫屬之人, 則道與功之當學當問, 而不得暫捨也決矣. 朱子不云乎? "一息尙存, 此志不容少懈.". 此爲諸君與生俱死之靈符眞訣, 其寶藏之, 抑又念之. 譬之五穀樂歲之多藏厚蓄, 尙可易力也, 至於凶年饑歲, 能儲得多少穀種, 以待來歲布播, 其功爲尤難. 諸君前頭成就之多少, 惟在材之高下, 功之淺深, 吾不敢預言. 雖使未能大就, 止於孔子所稱三士中品, 孟子所稱二中四下, 其裨益世道之功, 豈遽下於治敎休明之時一大君子哉? 余故曰: "今日諸君幾箇人, 異時萬姓生活種子.". 念到于此, 豈不十分關重? 豈敢一晷虛徐?
惟其學問之實之在身心倫理也. 故孔子曰: "行有餘力, 則以學文.", 孟子曰: "學問之道無他, 求其放心而已.", 此聖賢之萬世準的也. 挽近以來, 重外而輕內, 棄實而尙虛, 幾款名理之畵蘆依樣, 幾篇辭章之雕蟲施巧, 便巍然自處以先覺, 人亦以巍然先覺待之, 更不問其心術德行之如何, 嗚呼! 此學問之賊也. 願諸君痛心疾首於學賊, 竭誠盡力於聖的, 從事乎孝弟忠信之上, 實體乎省察克復之際, 孜孜無怠, 眞積力久, 則下學之至, 豈無上達之日? 而況所謂文辭, 又其餘事哉!
朋友德業之所須而成者, 故居五倫之一, 後世友道喪盡, 不惟不相須而成, 反或相擠而敗, 可勝痛哉? 今諸君以同道同志同業于同堂之中, 其誼顧不重歟? 惟願互相勸勉, 各自策省, 勿恃學而矜人, 勿愧恥於下問, 勿見過而不規, 勿見善而厭忌. 連峯對起而增高, 麗澤互資而益深, 一洗末俗之惡習, 各敬爾身之美德也.
法服之先於言行, 孔子也, 衣冠之先於瞻視, 朱子也, 此固學問之首題也. 平世之猶謹, 値此卉氊之日乎! 燕處之不放, 對讀經傳之時乎! 請諸君恒著廣袖上衣, 一以確師古絶今之志, 一以爲制外養中之方, 勿以標榜而忌之, 外飭而輕之. 吾將以衣服之謹不謹, 驗諸君之進修也.
禮一失則入於夷狄, 再失則入於禽獸, 今日之謂也. 吾願諸君撿身而謹坐尸立齊足重手恭之曲禮, 居家而盡冠首迎相愼終追遠之四禮, 馴致異日動容周旋之中禮, 倡明邦國之經禮, 洗斯世之汚而升之隆, 安知不出諸君乎? 勉之哉!
爲學之道, 固在乎誠思實踐. 然前此又有靜養工夫爲之本源, 然後動而得以品節不差. 若論其極, 固不可驟語, 至於隨分施功, 漸次見效, 則不可已者. 思索煩惱之餘, 講誦勤勞之後, 閉目端坐, 澄存此心, 不緊不歇, 勿忘勿助, 是其功也. 此而到熟, 庶見如月當空, 四面皆徹, 如淵無波, 一泓自在底氣象, 好不快活?
字形本諸天地之理象, 字音協諸陰陽之聲律, 若其小差一點畫一脣舌之間, 便成別字異音, 文義之橫決, 人事之誤敗, 猶是小事. 甚或至於天地之翻覆, 倫理之倒錯, 如卯酉通塞之換, 日月之出入易路, 夫與婦平去之混, 男女之名稱異位, 豈非大可憂懼者乎?
天地之所以生萬物, 聖人之所以應萬事, 皆誠也, 天地聖人亦然, 而學者可不誠而成哉? 故曰: "誠者物之終始, 不誠無物.". 以上所告, 雖甚粗淺, 果諸君之以誠行之, 亦足以修身行法, 無愧學問之實. 如其未也, 言者歸虛, 聽者如遺, 彼此無補, 反貽人譏, 可不念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