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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13
- 잡저(雜著)
- 등유가 아들을 버린 것에 대한 변론 【1908년】(鄧攸棄子論 【戊申】)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13 / 잡저(雜著)
등유가 아들을 버린 것주 238)에 대한 변론 【1908년】
아버지와 아들은 하늘이 정한 인륜이기 때문에 살아도 함께 살고 죽어도 함께 죽어야 하니, 아들이 아버지를 버리고 아버지가 아들을 버린다면 모두 천리를 어기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일찍이 등유가 아들을 버리고 조카를 보존한 것을 천리를 어기고 불인(不仁)한 것으로 여기고, 또 상하 천여 년 동안 붓을 잡고 사람에 대해 논한 자들 가운데 한마디 말로 깎아내려 배척한 자가 없는 것을 괴이하게 여겼다.
혹자가 말하기를 "아들은 자기 한 사람이 사사로이 사랑하는 바이고, 형제는 부모의 아들이다. 등유가 자신의 아들을 버린 것은 죽은 아우의 아들을 온전히 하려고 한 것이니, 이는 자기의 사사로운 사랑 때문에 형제의 인륜을 해친 것이 아니라고 이를 수 있다. 정자(程子 정이천)가 이른바 '부모의 자식을 사랑하는 것이 도리어 자신의 자식보다 가볍다.주 239)'라고 한 것으로 말하면 바로 천리를 어기고 불인(不仁)한 것인데 지금 도리어 등유에게 이러한 죄를 뒤집어씌우니, 또한 지나치지 않은가."라고 한다.
등유가 아들을 버린 것은 진실로 아우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왔지만 그 사이에서 일을 처리할 때 이치에 어긋나 자신도 모르게 절로 대죄(大罪)에 빠졌으니, 어찌 애석하지 않겠는가. 부모의 아들이 자기의 아들보다 소중할지라도 천지의 큰 법으로 말하면 아들과 조카는 절로 경중이 있는데, 하물며 생사와 존망의 상황에서 어찌 차마 반대로 자기의 아들을 가볍게 여겨 버리고 조카를 소중하게 여겨 보전한단 말인가. 군자는 일을 처리할 때에 미래의 성패를 묻지 않고, 오직 의리가 합당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볼뿐이다. 그때를 당하여 등유를 위해 생각해 본다면, 아들과 조카를 모두 데리고 둘 다 온전히 하는 것만한 것이 없으니, 아들과 조카가 모두 온전히 살 수 있었다면 진실로 좋았을 것이다.
설령 아들이 살고 조카가 죽었더라도 이미 죽은 아우를 저버린 것이 아니고, 조카가 살고 아들이 죽었더라도 천륜에 유감이 없으며, 불행히 둘 다 온전하지 못했더라도 이는 바로 나의 도를 다하여 부끄러움이 없는 것이다. 다만 이렇게 하지 않고 바로 한 몸의 소중한 것[아들]을 떼어놓아 도적들이 전쟁 중인 곳에 버렸으니, 이런 짓을 차마 하였단 말인가. 이런 짓을 차마 하였단 말인가.
만일 그 조카가 죽은 형의 아들로 종묘의 제사를 주관하는 자라면, 의가 있는 곳에 정(情)은 때로 빼앗긴다주 240)는 것을 혹시 행할 수 있어 오히려 등유를 위한 변명의 여지가 있게 된다. 그러나 이미 지금은 그렇지 않으니 천리를 어기고 불인하다는 이름을 덮어씌우고 싶지 않더라도 어찌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 이 때문에 주자가 《소학》에 기록하려고 하지 않았는데주 241), 결국 유자징(劉子澄)주 242)이 이러한 내용을 기록하였다.
- 주석 238)등유(鄧攸)가 …… 것
- 진(晉)나라 등유가 영가(永嘉) 말년에 석늑(石勒)의 병란 때에 아들과 아우의 아들 수(綏)를 업고 피난하다가 둘을 모두 보호할 수 없겠 되자, 자기 아들은 버려 죽게 하고 먼저 죽은 동생의 아들을 대신 살렸는데, 그 뒤에 끝내 후사를 얻지 못하자 사람들이 애석하게 여겼다는 내용이 《진서(晉書)》 권90 〈등유전(鄧攸傳)〉에 나오고, 《소학》 〈선행(善行)〉에도 실려 있다.
- 주석 239)부모의 …… 가볍다
- 이천 선생이 이르기를 "유독 부모의 자식을 사랑하는 것이 도리어 자신의 자식보다 가벼워, 심한 경우는 원수처럼 여기기도 한다. 온 세상이 다 이러하니, 몹시 미혹된 일이다.[獨愛父母之子, 却輕於己之子, 甚者至若仇敵. 擧世皆如此, 惑之甚矣.]"라고 하는 내용이 《이정유서(二程遺書)》 권18과 《소학》 〈가언(嘉言)〉에 나온다.
- 주석 240)의가 …… 빼앗긴다
- 《맹자》 〈이루 하(離婁下)〉에서 맹자가 말하기를 "대인은 말은 믿게 하기를 기필하지 않고, 행실은 과단성 있게 하기를 기필하지 않으며, 오직 의가 있는 데로 한다.[大人者, 言不必信, 行不必果, 惟義所在.]"라고 하였고, 이에 대해 주자는 《맹자집주》에서 "대인은 언행이 먼저 믿게 하고 과단성 있게 하기를 기필하지 않으며, 다만 의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따른다.[大人, 言行, 不先期於信果, 但義之所在, 則必從之.]"라고 하였다.
- 주석 241)주자가 …… 않았는데
- 주희는 이 일에 대해 유자징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식을 나무에 매어놓고 간 일은 너무 심한 일인 듯하니, 이런 일은 마땅히 제거하는 것이 좋겠다. 만약 그 일을 다 제거할 생각이 없다면, 자식을 버린 앞의 이야기만 제거해도 좋겠다."라고 말하였다. 《주자대전(朱子大全)》 권35 〈여유자징서(與劉子澄書)〉
- 주석 242)유자징(劉子澄)
- 유청지(劉淸之, 1134~1190)이다. 남송 임강군(臨江軍) 사람으로 자징은 그의 자이고, 호는 정춘선생(靜春先生)이다. 주희의 문인으로 《소학》을 편찬할 때 주희의 감수 아래 유자징이 편집에 참여하였다.
鄧攸棄子論 【戊申】
父子天定之倫, 生則俱生死則俱死, 子而棄父, 父而棄子, 皆逆天者也. 故余嘗以鄧攸之棄子保姪爲逆天不仁者, 而又怪夫上下千餘載, 秉筆論人者, 無有一言貶斥也. 或曰: "子者一己之私恩也, 兄弟者父母之子也. 鄧攸之棄其子, 所以全亡弟之子, 是可謂不以己之私恩, 害兄弟之倫者也. 若程주 2)子所謂愛父母之子, 却輕於己子者, 正逆天而不仁也, 今反加攸以是罪, 不亦過乎!". 夫攸之棄子, 固出於愛弟之心, 但於其間處之失理, 不覺自陷於大罪, 豈不惜哉? 蓋父母之子, 雖重於己子, 若以天地之大經言之, 則子之與姪, 亦自煞有輕重, 況於死生存亡之地, 尤何忍反輕其子而舍之, 重其姪而保之也? 夫君子之處事, 不問未來之成敗, 惟觀義理之當否, 當其時也, 爲攸計之, 不如幷取子姪而兩全之, 子姪俱得全生則固好矣. 如使子生而姪死, 旣非負於亡弟, 姪生而子死, 亦無憾於天倫也, 雖不幸而兩不得全, 是乃所以盡吾之道而無愧也. 顧不出此, 乃割一體之愛, 棄之於盜賊兵戈之中, 是可忍哉! 是可忍哉! 如使其姪是亡兄之子, 而爲宗廟祭祀之主者, 則義之所在, 情有時而奪, 容或可爲, 而猶有爲攸分疏之地, 今旣不然, 則雖不欲加以逆天不仁之名, 豈可得乎? 此朱子所以不欲載於《小學》, 而劉子澄竟載之者也.
- 주석 2)程
- 대본에는 '張'으로 되어 있는데 원문의 내용으로 보아 오기로 판단되어 수정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