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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13
  • 잡저(雜著)
  • 스승의 상 때에 동문들에게 두루 고함 【1922년】(師喪時輪告同門 【壬戍】)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13 / 잡저(雜著)

자료ID HIKS_Z038_01_B00001_001.013.0001.TXT.0006
스승의 상 때에 동문들에게 두루 고함 【1922년】
무릇 사람으로서 가르침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니, 나를 도로써 가르쳐 사람을 만들어 준 자가 어찌 스승이 아니겠습니까. 이 때문에 나를 낳아주고 먹고 살게 해 준 군부(君父)와 똑같이 한 몸으로 여겨 치상(致喪), 방상(方喪), 심상(心喪)을 3년 동안 하니, 모두 예서(禮書)에 드러나 있습니다.주 55) 그렇다면 스승의 3년 상은 바로 영원히 바꾸지 못하는 법입니다. 그러나 세풍(世風)에는 고금의 다름이 있고, 예속(禮俗)에는 통변(通變)의 마땅함이 있으니, 선현이 이에 정을 따르고 능력을 헤아리는 논의를 둔 것은 실정에 맞지 않게 억지로 따르는 것이 도리어 예를 범하여 죄를 짓는 데 이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격을 낮추어 나아가게 한 것입니다.
사문(斯文)이 불행하여 우리 선생(간재)께서 갑자기 후학을 버리셨으니, 스승을 잃은 아픔이 어찌 그 다함이 있겠습니까. 지금 우리 동문 중에 바꿀 수 없는 정전(正典)을 똑같이 따를 수 없어 혹 어쩔 수 없이 격을 낮추어 나아가게 한 것을 따르는 자가 만일 3년 상을 치르되 예를 다하지 않는 경우에는 진실로 죄줄 만하고, 이미 3년 상을 하지 않으면서 다시 잘못이 있다면 더욱 죄줄 만합니다. 이는 바로 마땅히 마음을 다하여 서로 힘써 노력해야 하는데 두렵게도 예를 무너뜨리고 스승을 저버리는 것입니다. 근래에 들어와서는 가마(加麻)주 56)에 이름을 기록하고도 나가서는 저잣거리에서 술과 고기를 먹는 자가 간혹 있다고 들은 것 같은데, 이러한 일이 잘못 전해진 것이라면 다행입니다. 그러나 만일 그렇지 않다면 지금도 이와 같으니 장차 다가올 미래도 알 수 있고, 밝은 데서도 이미 그러한데 어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는 짓을 논할 것이 있겠습니까.
그 마음을 속이고 스승을 속이며, 사람을 속이고 하늘을 속여 조롱과 비웃음을 사고 명교(名敎)를 무너뜨림이 과연 어떠하겠습니까. 고인(古人)이 이르기를 "사군자가 한번 실수하면 나머지는 볼만한 것이 없다."라고 하였고, 또 이르기를 "처세할 때 한번 잘못하면 만사가 와해된다."라고 하였습니다. 생각이 이러한 데까지 이르니 어찌 두렵지 않겠습니까. 이에 첨좌(僉座 여러분)에게 두루 고하니, 오직 깊이 살펴 실천하고, 고칠 것이 있으면 힘쓰기를 바랍니다. 신명(身名)을 무너뜨리고 인기(人紀)주 57)를 어기는 지경에 이름이 없으면 매우 다행일 것입니다.
주석 55)치상(致喪) …… 있습니다
《예기》 〈단궁 상(檀弓上)〉에 "부모를 섬기는 데는 숨기는 일은 있어도 범하는 일이 없으며, 좌우에 나아가 봉양하되 일정한 방소가 없으며, 부지런히 일하여 죽음에 이르며, 3년 상을 지극히 한다. 군주를 섬기되 범하는 일은 있어도 숨기는 일은 없으며, 좌우로 나아가 봉양하되 일정한 방소가 있으며, 부지런히 일하여 죽음에 이르며, 상을 부모의 3년 상에 준한다. 스승을 섬기되 범하는 일도 없고 숨기는 일도 없으며, 좌우에 나아가 모시는데 일정한 방소가 없으며, 부지런히 일하여 죽음에 이르며, 심상(心喪) 3년을 한다.[事親有隱而無犯, 左右就養無方, 服勤至死, 致喪三年.事君有犯而無隱, 左右就養有方, 服勤至死, 方喪三年.事師無犯無隱, 左右就養無方, 服勤至死, 心喪三年.]"고 나온다.
주석 56)가마(加麻)
문인(門人)이 스승의 상(喪)에 심상(心喪)을 입는 표시로 겉옷에 삼베 조각을 붙이는 것인데, 여기서는 심상을 입는 사람의 명단을 기록하는 가마록(加麻錄)을 가리킨다.
주석 57)인기(人紀)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이다.
師喪時輪告同門 【壬戍】
夫人而無敎, 則非人也, 而敎我以道而成人者, 豈非師乎? 是以與生我食我之君父同爲一體, 而致方心三喪, 幷著禮書. 然則師喪三年, 乃萬世不易之典. 然世風有古今之殊, 禮俗有通變之宜, 先賢斯有隨情量力之論, 蓋爲其無實强從, 反以犯禮致罪, 故不得已而遷就之也. 斯文不幸, 我先生奄棄後學, 安仰之痛, 曷有其極? 今我同門未能齊循乎正典之不可易者, 或從乎遷就之不得已者, 如有三年而未盡禮者, 固爲可罪, 旣不三年而復有失, 則尤可罪也. 正宜盡心交勖, 恐恐乎壞禮而負師也. 似聞近日入而錄名於加麻, 出而酒肉於市肆者或有之, 此若謬傳則幸矣. 如其未然, 則目下如此, 將來可知, 昭昭旣然, 冥冥奚論? 其爲欺心, 欺師, 欺人, 欺天, 取譏笑, 敗名敎, 果何如哉? 古人云: "士君子失此一著, 餘無足觀.", 又云: "立身一敗, 萬事瓦裂.", 念到于此, 豈不悚然? 玆以輪告于僉座, 惟願猛省實踐, 有改無勉? 毋至陷身名, 乖人紀之地, 幸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