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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13
- 잡저(雜著)
- 주리와 주기에 대한 대답 【간재 선생이 〈주리주기문〉을 짓고 치대하게 하였다. 1903년】(主理主氣對【艮齋先生作主理主氣問, 令置對. 癸卯】)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13 / 잡저(雜著)
주리와 주기에 대한 대답 【간재 선생이 〈주리주기문〉을 짓고 치대하게 하였다. 1903년】
무릇 정학(正學)은 주리(主理)이고 이학(異學)은 주기(主氣)이지만, 주리자(主理者)는 일찍이 기(氣)를 버리지 않았다. 그러므로 공자로부터 송나라 유학자에 이르기까지 모두 심(心)을 기에 속하게 하였고, 또 마음이 주재(主宰)가 된다는 논이 있었다. 주기자(主氣者)는 일찍이 이(理)를 말하지 않은 적이 없다. 그러므로 불씨(佛氏)는 "여래(如來)가 성(性)이다.주 1)"라고 하였고, 고자(告子)는 "생(生)의 본능을 성이라 한다.주 2)"라고 하였으며, 또 "식색(食色)이 성이다.주 3)"라고 하였다. 육상산(陸象山)주 4)은 '이 이가 이미 나타났다.주 5)'라는 말을 하였고, 왕양명(王陽明)주 6)은 '심의 본체가 곧 천리이다.주 7)'라는 말을 하였으니, 그들이 한 말을 가지고 살펴보면 주리자가 반대로 주기 같고, 주기자가 반대로 주리 같다.
그러나 그 실상을 궁구해보면 텅 비고 밝은 영각(靈覺 영묘한 깨달음)은 불씨의 이른바 성이며, 지각(知覺)하고 운동(運動)하는 것은 고자의 이른바 성이며주 8), 육상산의 이른바 차리(此理)는 마음의 징영(澄瑩 맑고 밝음)함을 가리켜 말한 것이며, 왕양명의 이른바 천리는 마음의 양지(良知)를 가리켜 말한 것이니, 이 사가(四家)가 인식하고 있는 이와 성은 바로 우리 유가(儒家)의 이른바 기이고 심이다. 그러므로 우리 유가는 그들을 주기로 처리한다.
우리 유가가 비록 성이 이, 심이 기에 속한다고 여기지만, 발휘하고 운용하여 일하는 것은 전적으로 이 기에 의지하니, 이것이 마음이 일신의 주재가 되는 까닭이다. 비록 마음이 주가 되지만 일찍이 스스로 주가 되지 않고, 반드시 성에 근원하여 일신을 주재하니 또한 어찌 주리가 아니겠는가. 노자와 불가(佛家)가 기를 말하지 않은 이유는 전적으로 기를 이로 여겼으므로 다시 말할 만한 기가 없기 때문이다. 율옹(栗翁 이이(李珥))의 이른바 '기를 검속(檢束)한다.주 9)'라는 말은 기의 본연(本然)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니, 기가 그 본연을 회복하면 성은 회복을 기다리지 않더라도 저절로 회복될 것이다. 그렇다면 성을 회복하는 것은 주리이고 기를 이로 여기는 것은 주기인 것을 분명하게 알 수 있으니, 주기의 이름을 버리고 주리의 실(實)을 하고자 한다면 스스로 의지하여 따라야 할 바를 알 수 있을 것이다.
- 주석 1)여래(如來)가 성(性)이다
- 여래는 범어(梵語)로 타타아가타(tatha-gata)라고 한다. 부처의 10가지 이름[如來十號] 가운데 하나로, 여실히 오는 자 또는 진여에서 오는 자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불교에서 여래는 부처[佛]와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며, 부처가 될 성품[佛性]을 모든 중생이 지니고 있다[一切衆生悉有佛性]고 말한다.
- 주석 2)생(生)의 …… 한다
- 《맹자》 〈고자 상(告子上)〉에 나온다.
- 주석 3)식색(食色)이 성이다
- 《맹자》 〈고자 상〉에서 고자가 말하기를 "식색이 성이니, 인은 내면에 있고 외면에 있는 것이 아니며, 의는 외면에 있고 내면에 있는 것이 아니다.[食色性也, 仁內也, 非外也, 義外也, 非內也.]"라고 하였다.
- 주석 4)육상산(陸象山)
- 육구연(陸九淵, 1139~1193)이다. 호는 상산(象山) 또는 존재(存齋)이고, 자는 자정(子靜)이다. '마음이 곧 이(理)이다.[心卽理]'라는 설을 주장하였고, 유교의 고전인 육경(六經)도 '내 마음의 주각(註脚)'이라 하였다.
- 주석 5)이 …… 나타났다
- 《상산집(象山集)》 권4 〈상산어록(象山語錄)〉에서 육상산이 "선생이 눈으로 맞이하여 보고 '이치가 이미 드러났다.'[先生目逆而視之曰: '此理已顯也.']"라고 말한 내용이 나온다.
- 주석 6)왕양명(王陽明)
- 왕수인(王守仁, 1472~1528)으로, 양명은 그의 호이다. 이름은 수인(守仁)이고, 자는 백안(伯安)이며, 시호는 문성(文成)이다. 주자학에 대해 그는 독자적인 유학 사상을 내세우고 특히 육상산(陸象山)의 사상을 계승하였다.
- 주석 7)심의 …… 천리이다
- 《왕문성전서(王文成全書)》 권5 〈답서국용(答舒國用)〉에서 왕양명이 말하기를 "무릇 심의 본체가 곧 천리이고, 천리의 밝은 영각이 이른바 양지이다.[夫心之本體即天理也, 天理之昭明靈覺, 所謂良知也.] "라고 하였다.
- 주석 8)지각(知覺)하고 …… 성이며
- 《맹자집주(孟子集註)》 〈고자 상〉에서 주자가 말하기를 "생은 인물이 지각하고 운동하는 것을 가리켜 말한 것이다.[生指人物之所以知覺運動者而言.]"라고 하였다.
- 주석 9)기를 검속(檢束)한다
- 《율곡전서(栗谷全書)》 권10 〈답성호원(答成浩原)〉에서 율곡이 말하기를 "성현의 수없이 많은 말은 다만 사람들에게 기를 검속하게 하여 기의 본연을 회복하게 한 것일 뿐이다.[聖賢之千言萬言, 只使人檢束其氣, 使復其氣之本然而已.]"라고 하였다.
主理主氣對【艮齋先生作主理主氣問, 令置對. 癸卯】
夫正學主理, 異學主氣, 然主理者未嘗棄氣. 故自孔子至宋儒, 皆以心屬氣, 而又有心爲主宰之論. 主氣者未嘗不言理, 故佛氏曰: "如來是性.", 告子曰: "生之謂性.", 又曰: "食色性也.", 象山有此理已顯之說, 陽明有心之本體卽天理之說, 卽其言而觀之, 主理者反似主氣, 主氣者反似主理. 然究其實, 則空明靈覺, 佛氏之所謂性, 知覺運動, 告子之所謂性, 象山之所謂此理, 指心之澄瑩而言, 陽明之所謂天理, 指心之良知而言, 彼四家之所認爲理也性也者, 卽吾儒之所謂氣也心也者也. 故吾儒處彼以主氣. 吾儒雖以性屬理, 以心屬氣, 而發揮運用做得事者, 全藉此氣, 此所以心爲一身之主宰也. 雖心之爲主也, 未嘗自主, 必本原乎性, 而主宰于身, 又豈不爲主理耶? 老佛之所以不說著氣者, 專以氣爲理, 故更無可說之氣也. 栗翁之所謂檢束其氣者, 所以復氣之本然也, 氣復其本, 則性不待復而自復矣. 然則復其性者爲主理, 而以氣爲理者爲主氣, 昭然可知也, 欲辭主氣之名, 而爲主理之實, 自見其所可適從矣.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