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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12
- 서(書)
- 형복에게 보냄 병진년(1916)(寄炯復 丙辰)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12 / 서(書)
형복에게 보냄 병진년(1916)
벼는 참새를 쫓는 일과 불가분의 관계란다. 일을 맡아 대응하는 것이 바로 학문의 실지다. 이미 그 일에 대응할 적에는 그 일을 처리하는 방도를 다하는 것이 또한 학문에 실로 힘을 얻는 방법이다. 진대사(陳大士)는 농사를 지으며 시를 읊어주 110) 이름이 천하에 알려졌단다. 조문열공(趙文烈公)주 111)은 고기 잡고 나무 하며 글을 읽어 문묘에 배향되었지. 이것이 모두 옛사람의 뛰어난 심력(心力)이다. 너의 나약한 근간과 유약한 뜻으로 비록 여기까지 바라지는 못하겠다만, 그러나 늘 스스로 용기를 내어 고인의 발자취 중 만분의 일이라도 뒤따르기를 어찌 감히 잊겠느냐. 모름지기 일에 응하는 여가로 조금이라도 학업을 정하여 자세히 생각하고 부지런히 읽으면서 손을 빌릴 곳이 있으면 네 아비에게 보이도록 하여라.
네 아우 또한 조금이라도 일과(日課)를 주어 풀어놓은 돼지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옛 현자가 이르길 "독서는 가문을 일으키는 근본이다."주 112)고 하였으니 훌륭하다, 그 말이여! 무릇 사람의 집안에 문자가 한 번 끊어지면, 비록 금과 비단이 산처럼 쌓이고 자손이 벌떼처럼 흥하여도 그 적막하여 떨치지 못함은 이보다 심함이 없을 것이니 한심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한 집안에는 모름지기 다스리는 기강이 있어야 천지가 뒤집히는 데에 이르지 않는 법이다. 내가 여기에 있으니 너의 계부(季父)가 곧 한 집안의 주인이다. 남녀노소 모두 오직 그 지시를 따라야 하거늘 하물며 너는 어떻겠느냐. 《예기(禮記)》에 이르기를 "형제의 아들은 내 아들과 같이 본다."주 113)고 하였다. 그렇다면 아버지의 형제 또한 당연히 자기 아버지와 같단다. 네가 집에 있는 날에는 한 마디 말 한 가지 일에 있어 털끝만큼도 명을 어기지 말거라. 만약 이와 같이 하지 않으면 네 아비를 공경하는 것이 아니다.
- 주석 110)진대사(陳大士)
- 명나라 진제태(陳際泰, 1567~1641)이다. 대사(大士)는 자이다. 호는 방성(方城)이다. 어려서 집이 가난하여 아버지가 농사일을 시키면 책을 몸에 끼고 다니며 읽었다. 《明史》 卷288 列傳 第176 文苑4
- 주석 111)조문열공(趙文烈公)
- 조헌(趙憲, 1544~1592)의 시호이다. 본관은 백천(白川), 자는 여식(汝式), 호는 중봉(重峯)·도원(陶原)·후율(後栗)이다. 경기도 김포 출생이다. 아버지는 조응지(趙應祉)이다. 이이(李珥)·성혼(成渾)의 문인이다. 임진왜란 때 금산전투에서 전사하였다.
- 주석 112)독서……근본이다
- 주자(朱子)가 말하기를 "화순(和順)은 제가(齊家)의 근본이요, 근검(勤儉)은 치가(治家)의 근본이며, 독서(讀書)는 기가(起家)의 근본이요, 순리(順理)는 보가(保家)의 근본이다.[朱子曰:和順齊家之本, 勤儉治家之本, 讀書起家之本, 循理保家之本.]"라고 하였다.
- 주석 113)형제의……본다
- 《예기》 〈단궁 상(檀弓上)〉에 "상복에 있어서 형제의 아들 즉 조카에 대한 복을 내 아들과 같이 한 것은 대체로 끌어당겨 올린 것이고, 수숙의 사이에 복이 없는 것은 대체로 밀어내서 멀리 한 것이다.[喪服, 兄弟之子猶子也, 蓋引而進之也, 嫂叔之無服也, 蓋推而遠之也.]"라는 말이 나온다.
寄炯復 丙辰
稻曰驅雀, 係不得已.當事而應, 自是學問實地.旣應其事, 則盡其應事之方, 又是學問實得力處也.陳大士服田而哦詩, 名聞天下;趙文烈漁樵而讀書, 升祀聖廡.此皆古人絶倫之心力.汝之弱幹脆志, 雖不敢以此爲望, 然常自賈勇追古人步武之萬一, 安敢忘也? 須於應事之暇, 少定課業, 靜思劇讀, 俾有藉手見乃父. 汝弟亦少授日課, 無至爲放豚, 可也.昔賢云:"讀書, 起家之本.", 旨哉, 言乎! 凡人門戶, 文字一絶, 雖金帛山積, 子姓蜂興, 其蕭索不振, 莫此爲甚, 可不寒心哉! 一家之內, 須有統紀, 不至天飜地覆.吾旣在此, 則汝之季父, 乃一家之主.內外少長, 惟其指使是從, 況在於汝乎? 禮曰:"兄弟之子, 視之若吾子." 此旣然矣, 則父之兄弟, 亦當視之猶吾父.汝於在家之日, 一言一事, 毫勿違命也.若不如此, 非所以敬汝父也.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