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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12
- 서(書)
- 계제 여안에게 보냄 무인년(1938)(與季弟汝安 戊寅)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12 / 서(書)
계제 여안에게 보냄 무인년(1938)
이렇게 단발(斷髮) 풍조가 한창 성행하여 필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구나. 몇 년 전부터 늘 산에 들어가 생을 마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였다. 지금은 비록 늦었지만 또한 실행할 수 있다.
변산(邊山)은 후미진 곳인데다 또 화도(華島)가 바라다 보이는 곳이다. 거의 선사(先師)의 유풍을 생각하고 몸과 마음을 면려하여 실추시키는 데 이르지 않을 게다. 다만 오히려 거리가 가까운 것이 꺼림칙한데 종족과 친구들이 끊임없이 묻고 듣는 것이 편치 않구나. 오직 첩첩 지리산이 가장 좋지만 또 너무 낯설구나. 두 산 중 어디가 좋을지 모르겠다. 만약 지리산이 괜찮으면 올 겨울에 우선 풍곡재(風谷齋)주 99)에서 머무르며 조짐을 살피려한다. 모름지기 세세히 상량해보고 그 방편을 헤아려 알려주어라. 단발 풍조는 이곳 군(郡)이 심하고, 이곳 면(面)은 더욱 심하단다. 형관(炯觀)이는 일을 마친 후 잠시 목동(木洞)과 내기(內基)주 100) 등지에 머물며 형세를 살피어 집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 주석 99)풍곡재(風谷齋)
- 풍곡재는 재간당(在澗堂) 김화(金澕)의 재실로 남원 운봉 근처에 위치한다. 김택술의 「두류산유록(頭流山遊錄)」에 따르면 김택술은 1934년 3월 19일~4월 7일에 지리산을 유람하였으며 3월 27일 풍곡재를 방문하였다.
- 주석 100)목동(木洞)과 내기(內基)
- 지리산 아래 남원에서 운봉(雲峯) 넘어가는 고개 여원치(女院峙) 아래 있는 마을이다. 김택술의 「두류산유록(頭流山遊錄)」에 따르면, 김택술이 풍곡재를 방문하면서 지나갔다.
與季弟汝安 戊寅
見此薙風方盛, 必不但已.前此幾年, 常欲入山終身而未果.今雖晩矣, 亦可行也.邊山旣是一隅, 且與華島相望.正宜想先師遺風而策勵身心, 庶不至頹墮.但尙嫌淺近, 而宗族知舊問聞不絶, 亦不穩便.惟萬疊智異之山最好, 而又太生疏.未知二山何者爲得.如以智異爲優, 則欲於今冬, 先住風谷齋以爲之兆耳.須細入思議, 量其方便而示之也.此風此郡爲甚, 此面又爲尤.觀兒令了役後, 姑留木洞內基等地, 觀勢歸家如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