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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12
- 서(書)
- 계제 여안에게 보냄 경오년(1930)(與季弟汝安 庚午)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12 / 서(書)
계제 여안에게 보냄 경오년(1930)
근래 공방형(孔方兄 엽전)을 대면하지 못한 지 40일 남짓 되었다. 상의(上衣)를 바꾸는 것도 여전히 이렇게 쉽지 않구나. 한번 찾아가려고 했으나 실행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내 궁색함으로 네가 더 심할 줄 알겠다. 아, 사람의 일생이 눈 깜짝할 사이 같구나. 그 사이 고생스런 삶에 대한 근심으로 이처럼 괴로우니 또한 슬프구나.
비록 그렇지만 금옥(金玉)을 보배로 여기지 않고 충신(忠信)을 보배로 여기며, 토지를 바라지 않고 입의(立義)를 토지로 여기고, 재물을 많이 쌓기를 바라지 않고 글이 많은 것을 부자로 여기는 것이 유학자의 일이다.
그 힘들고 어려움을 당하는 것은 참으로 순간이나, 순간이 아닌 것이 그 사이에 늘 있어 이것이 사람 마음을 아주 굳세게 한단다. 만약 이 한 가지 일이 없고, 그저 금옥도 없고 토지도 없는 괴로움만 있다면 평생 순간의 슬픔이 장차 끝날 기약이 없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들이 현재 깊이 생각할 점 가운데 하나가 아니겠느냐.
與季弟汝安 庚午
近不與孔方兄對面者, 爲四十日餘.改造上衣, 尙此未易.所以欲一進而未果者, 此爾.以吾之見窘, 知汝之尤甚也.噫, 人之一生, 若瞬息也.其間乃以艱生之憂, 辛苦若此, 亦足悲夫.雖然, 不寶金玉, 而忠信以爲寶;不祈土地, 立義以爲土地;不祈多積, 多文以爲富, 儒者事也.
其見艱苦者, 眞瞬息, 而不瞬息者, 長存乎其間, 是爲頗强人意.如無此一著, 而徒有無金玉無土地之苦, 則一生瞬息之悲, 將無有窮期也.此非吾儕目下一副深思處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