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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11
  • 서(書)
  • 장문거에게 답함 기사년(1929)(答張文居 己巳)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11 / 서(書)

자료ID HIKS_Z038_01_B00001_001.011.0001.TXT.0034
장문거에게 답함 기사년(1929)
편지에서 "기질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필요로 한다."라는 말에서 가히 스스로를 닦는 절실함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동래(東萊) 여조겸(呂祖謙) 선생을 인용해 말한 것에서 반드시 스승삼고 본받을 바를 알았을 터인데, 다시 나의 의견을 구하는 것은 어찌 된 일인가요? 대개 동래(東萊) 선생의 기질은 그 병폐가 치우치고 조급함에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궁자후박책인(躳自厚薄責人)"주 63)이라는 한마디 말을 얻어 번연히 고치고 깨달았는데, 그것이 마치 베틀을 돌리는 것처럼 민첩하고 손을 뒤집는 것처럼 쉬웠습니다. 그러니 그대 또한 자신의 기질 병폐가 어디에 있는지 한번 생각해보고, 또 고서(古書) 가운데 어떤 말이 나의 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해보세요. 성심으로 그것을 구한다면 반드시 들어맞지 않는 이치가 없을 것입니다. 비록 그렇긴 하지만 바둑판을 맞이한 자는 미혹되고, 곁에서 보는 자는 맑다는 그 이치가 없지는 않으니, 그대가 타인에게 가르침을 구하는 것이 이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내가 그대를 보건대 진밀(縝密)하고, 견실(堅實)하고, 응정(凝靜 의젓함)하고, 간묵(簡默)하여 진실로 물에 두어도 새지 않고 산처럼 움직임이 없을듯합니다. 그러니 학문에 나아가는 아름다운 자질인데 여기에 무엇을 더하겠습니까? 다만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추라는 의미에서 질책하자면 그대에게 편체(偏滯), 혼침(昏沈)의주 64) 병폐가 있는듯합니다. 그리하여 대수(大受)주 65), 부유(富有)주 66)에 방해가 있을까 두렵습니다. 그리하여 그대에게 맞는 약재를 구해주자면 《주역》 경문의 관이거지(寬以居之)주 67), 《논어》의 불가불홍(不可不弘)주 68), 《중용》의 고명(高明)주 69), 《맹자》의 대용(大勇)주 70)이 해당될 것입니다. 그대가 시험 삼아 세월의 공부를 더하여 힘써 나아간다면 동래선생의 한번 변하여 효과를 거둔 것과, 빠르고 느림은 같지 않더라도 평생 터득한 전체의 대용은 동래선생이 거둔 효과에 그치지 않을 것이니, 어찌 더욱 통쾌하지 않겠습니까?
주석 63)궁자후박책인(躳自厚薄責人)
《논어》 〈위령공(衛靈公)〉에 "몸소 자책하기를 후하게 하고 남을 책하기를 적게 한다면 원망이 멀어질 것이다.(躳自厚而薄責於人, 則遠怨矣.)"라고 한 공자의 말이 있다.
주석 64)편체(偏滯), 혼침(昏沈)
편체는 치우치고 침체되는 것이며, 혼침은 정신을 놓아서 혼미해지는 것이다.
주석 65)대수(大受)
《논어》 〈위령공(衛靈公)〉에 "군자는 작은 일에 알 수는 없으나 큰 것을 받을 만하고, 소인은 큰 것을 받을 수는 없으나 작은 일에 알 수는 있다.〔君子, 不可小知而可大受也;小人, 不可大受而可小知也.〕"라는 공자의 말이 있다.
주석 66)부유(富有)
《주역》 〈계사전 상(繫辭傳上)〉의 "풍부하게 소유하는 것을 대업(大業)이라고 이르고, 날로 새로워지는 것을 성덕(盛德)이라고 이른다.[富有之謂大業 日新之謂盛德]"라는 말이 있다.
주석 67)관이거지(寬以居之)
《주역》 〈건괘(乾卦)〉에 "군자는 배워서 지식을 모으고 물어서 분별하며, 너그러움으로써 거하고 인으로 실행한다.〔君子學以聚之 問以辨之 寬以居之 仁以行之〕"라고 하였다.
주석 68)불가불홍(不可不弘)
《논어(論語)》 〈태백(泰伯)〉에 "선비는 그릇이 크고 뜻이 굳세지 않으면 안 된다. 책임이 무겁고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士不可以不弘毅, 任重而道遠.]"라고 하였다.
주석 69)고명(高明)
《중용장구》 제27장에 "군자는 덕성을 높이고 학문을 도 삼으니, 광대함을 지극히 하고 정미함을 다하며, 고명을 극진히 하고 중용을 따른다.[君子尊德性而道問學 致廣大而盡精微 極高明而道中庸]"라고 하였다.
주석 70)대용(大勇)
《맹자》 〈공손추 상〉에 "내 일찍이 대용(大勇)을 부자(夫子)에게 들었다. 스스로 돌이켜서 정직하지 못하면 비록 갈관박(褐寬博)이라도 내 두려워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스스로 돌이켜서 정직하다면 비록 천만 명이 있더라도 내가 가서 대적할 수 있다.〔吾嘗聞大勇於夫子矣.自反而不縮, 雖褐寬博, 吾不焉? 自反而縮, 雖千萬人, 吾往矣.〕"라고 한 말이 있다.
答張文居 己巳
所需變化氣質之法, 可見自修之切實.而其引呂東萊先生而爲說者, 是必知所以師法矣, 乃復求於鄙說何也? 蓋東萊之氣質, 病在偏乖粗急.故得躳自厚薄責人一語幡然改悟, 若轉機之捷, 反手之易.賢亦試思, 我之氣質, 病在何處.古書中何語可藥吾病.心誠求之, 必無不中之理也.雖然當局者迷, 傍觀則淸, 不無其理, 賢所以求之於人者, 無乃以此也歟? 以吾觀於賢者, 縝密堅實, 凝靜簡黙.眞置水不漏, 如山不動.進學美質, 何以加此? 但責備以論, 則似有偏滯昏沈之病.而恐妨於大受富有.若求其對證之劑, 則大易之寬以居之, 論語之不可不弘, 中庸之高明, 孟子之大勇, 其可以當之乎.賢者試可歲月之功, 而力進之, 則其與東萊之一燮奏效者, 遲速雖不同, 其生平全體大用之所得, 又非如東萊已奏之效而止也, 豈不更快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