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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11
  • 서(書)
  • 최이관에게 보냄 병인년(1926)(與崔以貫 丙寅)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11 / 서(書)

자료ID HIKS_Z038_01_B00001_001.011.0001.TXT.0022
최이관에게 보냄 병인년(1926)
이 일(학문의 길)은 모름지기 전일한 지극정성과 오랜 시간의 접속 공부가 있어야 합니다. 마치 닭이 알을 품듯 고양이가 쥐를 붙잡듯 한 연후에 성취가 있게 될 것입니다. 닭이 만약 둥지를 벗어나고 고양이가 혹 다른 곳을 본다면, 계란은 곧 부패하고 쥐는 곧바로 달아날 것입니다. 이제 그대가 둥지를 벗어나고 다른 곳을 본 것이 오래되지 않았습니까? 나는 아무래도 그대가 알과 쥐를 잃을까 걱정됩니다. 대저 질병이 오는 것은 성현도 면치 못한 것으로 비록 어찌할 바가 없으나, 이불을 안고도 덕을 성취한 것은 고인이 이미 능한 바이니 고인의 그러함이 또한 느낌을 일으킵니다. 그런 즉 병이 심하거나 조금 나은 중에 힘쓸 바를 알 수 있습니다. 듣자하니 그대의 질병이 차도가 있게 된지 몇 십일 되어서 먹지 못하거나 누워있는 데는 이르지 않아 여전히 문밖에 나가 손님을 맞는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찌 이곳 청정하고 밝은 서창아래 사우(師友)와 서적(書籍)들 가운데로 오지 않는 것입니까? 그리하여 한편으로는 완쾌되지 못한 증세를 보양하고, 한편으로는 혼우한 마음을 맑게 하지 아니합니까? 그리고 늘 먼지 나는 길거리 파리가 들끓는 좁은 집에서 농사이야기와 아이들 떠들썩한 곳에서 정신과 기운이 막혀 펴지 못하고 심지(心志)가 쇠퇴해 쓰러질 듯 하고 있습니까? 참으로 그대의 뜻이 있는 곳을 알지 못하겠습니다. 오늘날 세상이 흑암으로 들어가서 유학이 진멸하게 된 것은 배우는 자가 싫어하는 것이 빌미가 되었을 뿐 아니라 또한 가르치는 자가 게으른 소치입니다. 세상을 돌아보건대 자식을 가르치는데 정성을 다하는 자도 이미 많지 않거늘, 어찌 아우를 가르치는데 힘을 다하는 자가 있겠습니까? 위에서 지탱해주고 아래에서 받쳐주어 배우는 자가 궁핍하지 않도록 그대의 형처럼 동서로 자문을 구하며 완비한 사람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아우 된 자가 만일 진지한 정성과 접속한 공부를 써서 그 형의 마음을 체인하지 못한다면 아우노릇도 못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 (학문의) 일은 그대에게 한 가지 무거운 짐으로 한 순간도 게으를 수 없는 것인즉 병든 몸을 부축하고 번뇌를 맛볼 즈음에라도 요컨대 마땅히 일삼아서 잊지 않는 뜻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형의 계란을 부화시키고 쥐를 붙잡으라는 희망을 저버리지 않는 것이 크게 마땅할 것입니다.
與崔以貫 丙寅
此事要須有一團眞至精誠, 長時接續工夫.如鷄抱卵, 如猫捕鼠, 然後有成.鷄若離窠, 猫或放視, 卵便腐而鼠便逸矣.今君之離窠放視, 不其久乎? 吾竊慮夫君之卵鼠也.夫疾病之來, 聖賢之所不免, 雖無如之何, 然擁衾而成德.古人之所已能, 亦可以興感.然則或劇或差之間, 可以知所勉矣.聞君之疾向蘇數旬, 不至於减食委床, 尙可以出門對客.則何不來此凈境明牕師友書籍之中? 一以調養未快之證, 一以澄淸昏擾之心? 長處乎巷蠅窩農談兒喧之間, 使神氣湮鬱而不宣, 心志委靡而欲頹, 誠不知其意所在也? 今世入長夜, 儒學殄滅者, 不但學者厭之之爲崇, 亦敎者倦之之攸致.環顧一世, 盡誠於敎子者, 已不多得.更安有竭力於敎弟, 上支下築, 學資不乏, 東咨西諏, 社事以完如令兄者乎? 爲弟者如不用眞至精誠接續工夫以體其兄之心, 雖謂不足爲人弟, 不爲過矣.此爲君一副重擔, 不容一息少懈者, 則雖於扶病喫惱之際, 要當有有事勿忘者存.以毋負父兄化卵獲鼠之望焉, 丕宜丕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