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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11
- 서(書)
- 이협천에게 답함 경신년(1920)(答李協天 庚申)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11 / 서(書)
이협천에게 답함 경신년(1920)
편지를 받아보니 "봄, 여름을 허송하여 독서를 기필하지 못했다."라는 말이 있구나. 어찌 분비(憤悱)하고 망식(妄息)하는 정성이 몇 개월간에 안개처럼 사라지고 재처럼 식어버려서 '빨리 나아가면 물러남도 빠르다.'라는 나의 예견을 신명처럼 징험하게 하느냐. 이점에 있어서 나도 사람을 알아보면 철인이라는 데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러나 끝내 내가 사람을 알아보는 철인이 되지 못하더라도 그대가 불인(不仁)하게 된다면 어찌 애석한 일이 아니겠는가? 금강산을 여행하겠다는 것은 참으로 큰 망상이다. 해상의 금강이 비록 아름다우나 서책 가운데의 금강이 더욱 아름다움만 같지 못하다. 해상의 기이한 경관은 눈을 즐겁게 하는데 그치지만, 서책 가운데 오묘한 이치를 완색하는 것은 곧 내 마음을 기쁘게 하는 것이다. 마음과 눈의 경중이 어디에 있겠느냐? 내 마음의 소중함을 안다면 반드시 서책을 읽어야 한다는 사실을 절로 그치지 못할 것이다. 부디 급히 수레를 돌려 온고지신(溫故知新)하며 예전처럼 생활하여라. 처음처럼 마지막을 잘 마친다면 시장에서 매를 맞는 부끄러움은 면할 수 있을 것이니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렇지 않다면 그대 가문에 뛰어난 오룡(五龍 다섯 형제)이 끝내 한 사람도 식자(識者)가 되지 못할 것이니 거듭 안타깝구나.
答李協天 庚申
辱書有虛送春夏讀書未必等語.何其憤悱妄食之誠, 烟消灰冷於數月之間, 而使淺見進銳退速之憂, 見驗如神耶.於是乎拙者與有知人之哲矣.然終輸知哲於拙者, 則賢者之不仁, 豈不可惜? 金剛之行, 大是妄想.海上金剛雖好, 不如書中金剛之尤好.海上奇觀, 不過爲悅目而止, 書中妙玩, 乃所以悅吾心也.心之與目, 輕重奚在? 知吾心之所以爲重,則書之必讀, 自有不容已矣.幸汲汲回輈, 溫古食舊克終如始.得免市撻之恥如何? 不然君家矯矯五龍, 恐竟無一識字者矣, 重可惜也.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