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역/표점
- 국역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10
- 서(書)
- 남에게 답함 병진년(1916)(答人 丙辰)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10 / 서(書)
남에게 답함 병진년(1916)
보내신 편지에서, "사람은 태어나 성(性)이 똑같고 심(心)과 기질(氣質) 또한 본디 똑같은데, 다만 용처(用處)에서 심, 기질이 성을 주재하지 않아서 천년 동안 완전한 사람이 없다."라고 하였고, "본디 선한 심과 본디 맑은 기를 보존하여 용(用)을 가지런히 하여 체(體)와 합한다."라고 하셨는데, 제 견해는 이 부분에 속으로 헤아려볼 점이 있습니다.
"심, 성, 기질은 만인이 본디 같다."라고 한 이상 성인(聖人)과 광인(狂人)의 높고 낮은 차이가 없어야 합니다. 그리고 "용처에서 심, 기질이 성을 주재하지 않는다."라고 하였는데, 용(用)이란 것이 과연 이것이 무엇이기에 모두 똑같은 셋 가운데서 차이를 스스로 만듭니까?
예전에 이로 인하여 설을 얻었었습니다. 성은 무위(無爲)한 것이므로 순수하고 지극히 선하여 성인과 범인이 똑같은 바입니다. 심은 유위(有爲)한 기이니 본디 선하지만 흘러서 악이 되기도 합니다. 근본을 말하면 모두 똑같지만 말단을 말하면 다름이 있습니다. 기질에 이르면 기가 드러나 작용에서 드러난 것입니다. 근본은 청수(淸粹)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이는 음양이 만물을 낳아 기르는 초기를 말했을 뿐이니, 유기(游氣)가 형질을 이룬 뒤에는 청탁(淸濁)과 수박(粹駁)이 만 가지로 고르지 않습니다.
온갖 고르지 않은 물건으로 천하의 온갖 일을 대응하면 가벼이는 어긋나고 무겁게는 패악스러운 변고가 있을 터이고, 본디 선한 마음이라는 것도 따라서 직분을 잃어 순선한 성을 받들어 따르지 못할 것입니다. 보내신 편지에서 용처에서 성을 주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어찌 이것이 아니겠습니까? 대개 용이 어긋나는 과실을 논하자면 기질의 구애(拘礙)로 심이 잘못 응대하게 되어서입니다. 그러므로 주자께서 "부여받은 기질이 고르지 않아 성에 갖춰진 바를 알아도 온전히 구현하지 못한다.주 87)"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성찰하여 사욕을 이기는 방도를 논하자면 모두 이 마음이 주인이 되어 반드시 기질을 따르게 하는 데 달려 있습니다. 그러므로 장자께서 "학문하여 크게 유익한 것은 스스로 기질 변화를 구하려는 데 있다.주 88)"라고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기질이 사람에 따라 같지 않음은 마치 흙탕물은 맑은 층과 탁한 층이 다양하고 철이 섞인 은은 순정한 부분과 불순한 부분이 들쑥날쑥한 것과 같아서, 상지(上智)는 순은과 맑은 물이고 하우(下愚)는 질이 나쁜 철과 진흙덩어리입니다. 무도(無道)한 자들을 제외하고, 현자 이하로 천고에 위대하고 독실한 선비들 중에 평생 심력을 쌓아 변화하여 성인의 경지에 들고자 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았습니까. 그러나 유기가 두터워 맑게 하지 못하여 더 이상 음양의 화생(化生)을 회복할 수 없게 됨을 끝내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처음의 기는 그 성취를 궁구해보면 지극히 넓고 높고 정미하고 깊지만 끝내 약간의 기질을 가질 수밖에 없으니, 다른 나머지들은 논할 겨를 없고 도량이 협소한 백이(伯夷), 공손치 않은 유하혜(柳下惠), 뛰어난 재기의 맹자(孟子)에 이르러 알 수 있습니다. 끝으로 이로써 말하자면, 보내신 편지에서 본심과 본기를 보존하여 체에 합하고 용을 가지런히 하기 어렵다는 말씀이 더욱 분명합니다.【이하 빠짐.】
- 주석 87)부여받은……못한다
- 이는 〈대학장구서(大學章句序)〉에서 인용하였다.
- 주석 88)학문하여……있다
- 이는 《장자전서(張子全書)》 권12 〈어록(語錄)〉에서 인용하였다.
答人 丙辰
來喩謂: "人生性同, 心與氣質亦本同, 特於用處, 心、氣質之不宰於性, 而千載無完人." 又謂: "保其本善之心、本淸之氣, 齊其用而與體合." 淺見於此有商量于中者矣. 旣曰: "心、性、氣質, 萬人本同." 則宜無聖、狂高下之殊, 而又曰: "特於用處, 心、氣質之不宰於性" 所謂用者, 果是何物, 而自作差異於三者皆同之中也? 嘗因此而得其說焉. 夫性者, 無爲之物也, 故純粹至善而聖、凡之所同也. 心者, 有爲之氣也, 其本雖善, 而流或爲惡, 語其本則皆同, 語其末則有異也. 至於氣質則氣之克著, 而見於作用者也. 其本雖曰淸粹, 此以二氣化生之初而云爾, 逮夫游氣成質之後, 則淸濁粹駁, 有萬不齊. 將有萬不齊之物, 以應天下之萬事, 乃有輕差重悖之變, 所謂本善之心者, 從而失職, 而不能奉循乎純善之性. 來喩所謂用處之不宰乎性者 豈非此也? 蓋論用差之失, 則以氣質之拘而致心之錯應, 故朱子曰: "氣稟不齊, 不能知其性之所有而全之也." 論省克之方, 則都管此心作主而必令氣質聽順, 故張子曰: "爲學大益, 在自求變化氣質也." 雖然, 氣質之隨人不齊, 如帶泥之水淸濁多般、和鐵之銀純雜相錯, 上智之純銀․淸水、下愚之惡鐵․泥塊. 除是不道, 自賢者以下, 千古俊偉篤實之士, 積生平心力, 欲其化而入聖者, 何限, 而終無奈得乎游氣者重而澄淸不得, 無以復陰陽化生. 厥初之氣, 究其所就, 雖極博高精深, 終未免帶些氣質, 他餘不暇論. 至於伯夷之隘、柳下惠之不恭、孟子之英氣, 可知已. 末由此言之, 來喩所謂保本心、本氣, 而齊用合體之難者, 尤較然也.【以下缺】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