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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10
- 서(書)
- 최여중 태일에게 보냄 병인년(1926)(與崔汝重 泰鎰 丙寅)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10 / 서(書)
최여중 태일에게 보냄 병인년(1926)
근래에 비로소 그대가 봄날 용동(龍洞)의 간소(刊所)에 답한 편지를 얻어 읽어보니 명분이 바르고 말이 순하며, 뜻이 간곡하고 의리가 엄격하며, 문장 또한 넓고 넓어서 사회적 지위가 있으니 그대의 진취와 수립이 이와 같은 줄 알지 못했습니다. 지난날 내가 어떤 사람에게 그대를 언급하여 "뭇사람들이 바야흐로 머리를 움츠릴 때에 서검(書檢)의 화를 함께 하였고, 동문들이 서로 무관심할 때에 제일 먼저 환난에 달려와 이치에 근거해 사람을 질책하여 스승을 어긴 죄를 바로잡아 시비(是非)를 드러내었고, 바른 도(道)로써 아버지를 깨우쳐 공사(公私)의 슬픔을 극진히 하니 예제(禮制)가 밝아졌다. 그러니 근자의 선비들 중 실제 학문에 힘쓰는 것을 나는 이 사람에게서 보았다."라고 말했더니 듣는 사람들이 모두 그렇지 않다고 여기지 않았습니다. 대개 그대의 평소 자질은 겸손하고 겸손하여 말을 몸에서 내지 못하고, 몸이 옷을 이기지 못하는 자와 같지 않았던가요? 말없이 몸소 실천하는 것이 만석군(萬石君)주 49)의 순수한 자질이며, 말 많은 자가 덕이 없다는 것이 공성(孔聖)의 지극한 훈계입니다. 자장(子張)의 기세당당함은 함께 인을 행하기 어렵고주 50), 신정(申棖)의 분노는 강함이 될 수 없다는주 51) 것을 더욱 믿게 되었습니다. 대저 하늘이 사람에게 순수지선(純粹至善)의 성(性)을 부여했으니, 비록 신명에 통하고 사해를 빛나게 하는 덕이라 할지라도 결국은 내면의 일에 불과하여 본래 기이한 일이 아닙니다. 다만 기욕(氣欲)에 가려져 그 본성을 상실한 자가 많습니다. 고로 어버이를 사랑하지 않는 자가 있기 때문에 효자를 기리고, 군주를 공경하지 않는 자들이 있기 때문에 충신을 포상합니다. 만일 오늘날 유적(儒籍)에 이름이 들어있는 자들이 모두 의(義)를 따르고 예(禮)로 행동한다면 그대가 비록 현명하다 해도 누가 그대를 이같이 특별히 공경하겠습니까? 바라건대 그대는 더욱 힘써서 순수지선의 성분을 확충하여 대덕(大德)의 성취를 기약하고, 소성(小成)에 안주하지 말아서 오늘날의 선비 가운데 돈실한 학문을 이루어주길 바랍니다. 나는 그대와 일찍이 동사(同社)에서 교학상장의 의가 있었기에 무릇 다른 동문들과 견줄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그대의 선을 보고 기뻐하여 나도 모르게 세세히 여기에 이르렀으니 깊이 진심을 헤아려 주리라 생각합니다.
- 주석 49)만석군(萬石君)
- 석분(石奮)은 한 경제(漢景帝) 때의 대부(大夫)인데 공경과 근신으로 이름이 높았다. 네 명의 아들이 모두 현달하여 만석군(萬石君)으로 불리었는데, 자식들을 훈계할 때 밥상을 마주한 채 가만히 먹지 않고 있으면 자식들이 서로를 책망하며 사죄하였다고 한다. 《史記》 〈卷103 萬石君列傳〉
- 주석 50)자장(子張)…어렵고
- 자장은 춘추 시대 전손사(顓孫師)의 자이다. 《논어》 〈자장(子張)〉에 "증자(曾子)가 말하기를 '당당하구나, 자장이여! 함께 인(仁)을 행하기 어렵다.'"라고 하였다.
- 주석 51)신정(申棖)…없다
- "공자가 '나는 아직 강(剛)한 자를 보지 못하였다.'라고 하자, 혹자가 '신장(申棖)입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공자가 말하기를 '신장은 욕심으로 하는 것이니, 어찌 강일 수 있겠는가.' 하였다."라고 하였다. 《論語》 〈공야장(公冶長)〉
與崔汝重 泰鎰 丙寅
近始得哀春間所答龍刋書, 讀之名正言順, 意懇義嚴, 文章亦恢恢然有地步, 不圖哀進就修立之如許也.日者鄙與人語及於哀曰, 書檢同禍於衆方縮首之時, 首先急難於同室越視之際, 據理責人, 正違師之罪, 是非以著, 以道喩親, 盡公私之哀, 禮制以明.近日衿紳中, 實地敦學, 吾於斯人見之矣, 聽者不以爲不然.蓋哀之素質, 非謙謙然言若不出身若不勝者乎? 益信不言躬行爲萬石君淳質, 而有言無德爲孔聖之至訓.子張之堂堂, 難與爲仁, 而申棖之悻悻, 未得爲剛也.夫天旣賦人以純粹至善之性, 雖通神光海之德, 究不過分內事, 本非異事.但爲氣欲之蔽, 而喪失其性者多矣.故以其有不愛其親者也, 而孝子旌以其有不敬其君者也, 而忠臣褒.如使今之托名儒藉者. 擧皆由之以義, 動之以禮.哀雖賢, 誰敬異之若此哉? 惟哀勉之, 充盡性分, 期就大德, 毋安小成.而作今士中敦實學也, 鄙於哀, 曾有同社相長之誼, 非比凡他同門故, 見其善而喜, 不覺縷縷至此, 想深諒實體也.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