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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10
- 서(書)
- 명찬구에게 답함 경오년(1930)(答明粲九 庚午)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10 / 서(書)
명찬구에게 답함 경오년(1930)
오늘날 예교(禮敎)가 사라져서, 세상에서 돈독한 학자라고 칭하는 자들이 평생 정력을 다하여 의칙(儀則)을 강정(講定)하다가도 사소한 이해에 구애되어 삽시간에 대절(大節)을 어기고 범한 자가 있음은 이 무슨 까닭일까요. 단지 구이(口耳)사이에 절문도수(節文度數 예의 형식)의 예(禮)만 빙자하고, 일찍이 심전(心田 마음바탕) 위에서 시청언동(視聽言動)을 예에 합치시키는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더욱 더 예가 아니면 하지 말라는 네 가지 조목주 31)이 도학의 정본(定本)이 되어 잠시라도 벗어날 수 없음을 알겠습니다. 〈소기(小記)〉에 이르기를 "삼년상이 있는 자는 두 번 제사를 지낸다."고 하였습니다. 이를 보면 삼년상이 아닌 자는 두 번 제사지내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동생이 죽었는데 처자가 없는 경우 궤연(几筵)을 사계(沙溪)의 설에 의거하여 일 년 만에 철거하는 것이 마땅한 듯합니다. 노비의 삼년복은 본디 본족(本族)의 오복(五服)과 견주어 논할 것이 아닙니다. 수암(遂菴)에게서는 다만 노비의 제사를 삼년 지낸다는 것은 듣지 못했다는 설이 있는데 온당한 듯합니다.
남계(南溪)가 말하기를 "본생(本生) 조부를 모시며 봉양한 자는 제주(題主)에 종조(從祖)라 한다."고 하였고, 도암(陶菴)은 말하기를 "본생 조부가 후사가 없으면 사당에 반부(班祔)하고 종부라고 제주한다."고 하였습니다. 대개 본생 조부는 칭호는 종조이고 상복은 대공(大功)이기 때문입니다. 이로써 판단하면 삼년복이 없는 자로 출후(出後)한 자식이 3년간 궤연을 받드는 것은 온당하지 못합니다. 경호(鏡湖)가 말하기를 "본생가에 만약 남주(男主)가 될 만한 다른 친족이 없다면 출후한 자식이 백부 숙부라고 제주하여, 임시로 그 제사를 섭행(攝行)하고 여주(女主)는 쓰지 않으니 이는 혐의를 분별하고 종통(宗統)을 중시하는 뜻이다." 하였습니다. 이에 근거하면 출가한 딸이 와서 제사를 주관하고 출후한 자식이나 손자가 3년 상을 섭행하는 것 또한 미안합니다. 하물며 출가한 딸의 상복은 기년에 그침에랴.
우암이 말하였습니다. "예에 근거하면 주인이 연고가 있으면 소상과 대상을 지내지 못하고 나머지 사람은 곡만 하고 변제(變除)한다. 이 날 약간의 제품(祭品)을 기일의 제의(祭儀)와 같이 차린다." 수암은 말하기를 "부친상의 소상과 대상에서 장자가 병이 들었으면 날을 가려 물려 거행하는 것이 옳다. 이는 정례(正禮)이다."고 하였습니다. 수암에게는 또 만일 어려움이 있으면 곧 개자(介子)주 32)를 뽑아 대행한다는 설이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또 마땅히 우암의 '주부가 주인과 함께 동시에 제복(除服)하지 못하면 후일을 기다려 자리를 설치하여 곡하고 제복한다.'는 설을 방조(傍照)하여, 주인의 병이 나은 후에 허위(虛位)를 설치하거나 혹은 묘소로 가서 곡을 하고 제복함이 마땅한 듯합니다.
- 주석 31)네 가지 조목
- 공자의 제자인 안연(顔淵)이 인(仁)의 조목을 물었을 때 공자가 "예가 아니면 보지 말며, 예가 아니면 듣지 말며,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며,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말라.[非禮勿視, 非禮勿聽, 非禮勿言, 非禮勿動.]"라고 답한 네 가지 조항을 말한다. 《論語 顔淵》
- 주석 32)개자(介子)
- 적장자 외의 중자(衆子)이다.
答明粲九 庚午
見今禮敎掃地, 世之號爲篤學者, 竭其精力, 講定儀則於生平, 而拘些利害, 違犯大節於霎時者亦有之, 此曷故焉? 只憑節文度數之禮於口耳間, 不曾向心田上用視聽言動合禮之功爾.益知非禮四勿, 爲道學定本, 而不可須曳離也, 小記曰有三年者, 則爲之再祭, 觀此則無三年者, 不再祭可知也.弟死無妻子者几筵, 依沙溪說朞年而撤恐宜.奴婢三年本非可與本族五服比論者, 遂菴只有奴婢祭三年未聞之說恐當.南溪曰爲本生祖侍養者, 題主以從祖, 陶菴曰本生祖無從班祔于廟, 以從祖題主.蓋本生祖, 以稱則從祖也, 以服則大功也.以此斷之, 則無三年者而出後子之子, 三年奉几筵未穩.鏡湖曰本生家若無他親可爲男主, 則出後子以伯叔父題主, 權攝其祀, 而不用女主, 別嫌重統之義, 據此則出嫁女來主其祭.而出後子若孫, 攝行三年亦未安.且况出嫁女服, 只止於朞年也乎.
尤菴曰據禮, 主人有故, 則不得練祥, 餘人只哭而變除.是日略設祭品如忌日儀, 遂菴曰父喪練祥.長子有病, 擇日退行爲可.此皆是正禮也.遂菴又有如難卽差使介子代行之說.若然則又當旁照於尤菴主婦不得與主人同除, 則待後日設位哭除之說, 主人病愈後設虛位, 或往墓所, 哭而除服恐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