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역/표점
  • 국역/표점
  • 국역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10
  • 서(書)
  • 족제 희숙에게 보냄 계유년(1933)(與族弟希淑 癸酉)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10 / 서(書)

자료ID HIKS_Z038_01_B00001_001.010.0001.TXT.0014
족제 희숙에게 보냄 계유년(1933)
현재 이곳에 오는 이가 얼마 되지 않아 고요히 거처하게 되니, 종전에 본원(本原)의 공부가 결여되어 착수할 만한 전지(田地 마음의 본바탕)가 없음을 깨달았다. 지금 곧바로 마땅히 뜻을 용경(用敬)에 오로지 하여 미발(未發)의 기상을 함양하여 격물치지(格物致知)와 실천의 근본으로 삼고자 한다. 나는 이천(伊川)의 반나절 정좌(靜坐)는 실행하지 못하지만, 또한 때때로 눈을 감고 마음을 보존해서, 감히 마음을 내버리지 않고 점차 수렴하여 고요한 경계로 들어가니 기상(氣象)과 의사(意思)가 전날에 비해 다름을 느끼는 듯하다. 궁리하고 연구하는 공부에 있어서는 이미 나이가 노쇠하고 정기(精氣)가 천단(淺短)하니, 마땅히 간약(簡約)함을 돌이켜 구해야 할 시절이거늘, 또한 종전의 박학상설(博學詳說)주 19)의 공부가 없음을 깨달으니 비록 돌이켜 요약하고자 한들 어디에서 바탕을 취하겠는가. 아마도 편고(偏枯 반신불수)한 학문을 이룰까 두렵다. 그러나 이미 젊은 시절을 그르쳐서 뒤늦게 탓해도 어쩔 수 없으니, 우선 알고 들은 것 가운데 나아가 일맥(一脈)의 선자(線子)주 20)로 평일의 지해(知解)를 일관되게 하고 한 자루의 손잡이주 21)를 종신토록 패복(佩服)으로 삼을 수 있다면, 이 삶을 헛되이 보내진 않으리라. 나는 이렇게 범부의 졸렬하게 수양하는 법에 견주는데, 그러나 우리 아우의 큰 안목에 비웃음을 사지는 않을지 모르겠다.
주석 19)박학상설(博學詳說)
《맹자(孟子)》에 보인다.
주석 20)선자(線子)
선자는 양선(陽線)과 같은 뜻으로 동짓날 양이 회복되는 것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박학상설의 공부를 통해 얻는 성과를 비유하는 듯하다.
주석 21)한 자루의 손잡이
본원 공부를 의미하는 듯하다.
與族弟希淑 癸酉
見此來者無幾, 可以靜處, 覺得從前欠却本原工夫, 無田地可得下手.欲卽今便當專意用敬涵養於未發, 特爲格致踐履之本.伊川之半日靜坐, 雖不得行, 亦且時時閉目存心, 不敢放下, 漸次收入靜界, 氣象意思, 似覺有異於前.至於窮硏之功, 旣已年衰精短, 恰當反求簡約時節, 而亦覺從前無博詳工夫, 雖欲反約, 何所取資? 恐成偏枯之學.然旣蹉却少壯, 追咎無及, 且就所知所聞中, 見得一脈線子可貫平日知解, 一把柄子可作終身佩服, 庶不至虛度此生.竊自附於下士拙修之法, 未知不見笑於吾弟大眼目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