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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9
  • 서(書)
  • 이여우 석하에게 답함 신유년(1921)(答李汝禹 碩夏 ㅇ辛酉)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9 / 서(書)

자료ID HIKS_Z038_01_B00001_001.009.0001.TXT.0023
이여우 석하에게 답함 신유년(1921)
택술(澤述)은 품격이 저열하고 학문이 거칠어서 다른 사람보다 가장 낮은 사람입니다. 그러니 어찌 오형께서 지금 시대의 현인과 호걸의 높은 덕과 넓은 학업을 나에게 장려하시면서 정함(庭函)주 81)의 아래에서 들었다고 한 것을 어찌 뜻했겠습니까? 저는 이 점에 있어 장차 어떤 말로 사례해야 하겠는지요. 형이 잘못이라고 여긴다면, 그 선생 장자의 가르침은 어찌 잘못이지 않겠습니까? 제가 그 사람이 아님을 어찌하겠는지요. 이는 아마도 제가 내면의 덕을 버리고 겉만을 꾸미며 실질을 제거하고 화려한 것에만 나아갔기 때문에, 선생 장자께서 그것에 속임을 받아서 우연히 소시(所試)의 칭찬주 82)을 두어서 그 장래를 기약한 것뿐입니다.주 83)
형께서 미처 말의 뜻을 잘 살피지 못하고, 현재 성취된 실제적인 미덕으로 오인하였습니다. 이는 저의 입장에서 진실로 스승과 부친을 속이는 것이 되거니와, 형의 입장에서도 또한 소홀함을 면치 못하는 것입니다. 요컨대 남몰래 스스로를 닦아서 소박하고 진실한 덕을 짊어질 것을 제가 마땅히 힘쓸 터이니, 정밀하게 살피고 밝게 살펴서 사람 칭찬을 구차하지 않는 것은 형도 가히 유의하셔야 할 것입니다. 가르침을 구하는 은근한 뜻은 당신의 깊은 마음에서 나와서, 요컨대 겉으로 괜히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형에게 만일 가히 규간할 허물이 있거나, 가히 보완할만한 흠궐이 있다면 어찌 감히 침묵하여 취용(取容)하여 스스로 선유(善柔)주 84)의 죄에 빠지겠습니까? 다만 제가 형을 보건대 덕의 모습이 화락하고 뜻과 행동이 돈실하고 언론은 상세합니다. 저처럼 노둔한 재주로 쫓아갈 바가 아니거늘주 85) 또 어찌 감히 억지로 드러나지 않은 허물과 흠결을 찾아서 구차히 꾸짖는다는 비판을 취하겠습니까? 굳이 저에게 말을 구하신다면, 또한 정밀하게 살피고 사람을 구차히 칭찬하지 말라는 이 말씀을 불과 단지 이 사람을 잘못 칭찬한 것으로 인하여 당신께 개진할 따름입니다, 이 일 이후로도 또 어찌 알겠습니까? 타산지석(他山之石)이 있어서 가히 옥(玉)을 다스리는데 도움이 되고, 반딧불같이 작은 불빛이 햇빛을 도울 일이 없지 않을 줄 어찌 알겠습니까?
편지에서 "자기를 버리고 홀로 있을 때를 삼가기 바랍니다."주 86)라는 훈계를 주셨는데, 진실로 증세를 진단하여 약제를 투여하고 굶주림을 가련히 여겨서 식량을 진휼한 것과 같으니, 우리 형의 진실된 마음이 있지 않다면 어찌 이와 같은 충고를 해 줄 수 있겠습니까? 이와 같은 벗이 있으니, 어찌 은혜를 새기고 의를 따르지 않겠습니까? 비록 그렇지만 형 또한 어찌 저의 병폐를 모두 알아서, 작은 악과 숨겨진 사특함까지 한 번 쓸어서 없애겠습니까? 오로지 훗날 더 자세히 살펴서 더 맹렬하게 다스려 줄 것을 바랍니다.
대저 우리들이 서로 닦고 서로 힘쓰게 해서 세한(歲寒)을 기약해야지, 어찌 갑자기 짧게 편지를 오고가는 사이에 효과를 질책할 수 있겠습니까? 아아! 붕우지간의 도리가 상실된 지가 오래입니다. 저 아침에는 금란지교(金蘭之交)주 87)와 같다가 저녁에 풍파(風波)를 일으킨 자들은, 진실로 친구라고 말할 것도 없습니다. 명색이 유문의 도의로써 교유한다고 이름 하는 자들도 책선(責善)주 88)하고 잘못을 보충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에 더 나아가서는 칭찬하여 그 장점을 치켜세우다가, 물러나서는 비난하면서 단점을 드러내는 자는 곳곳에 있습니다. 그러니 마음이 잔인하고 이치를 해치는 것이 또한 매우 극에 달했습니다. 심지어는 혹 의론이 합치되지 않는 점으로 인하여 서로 병장기를 쓰는 일까지 이르게 되니, 풍속을 해치고 세상에 화를 끼치는 것이 더욱 참혹합니다.
저는 비록 불초하지만 이러한 무리들을 보기를 기슬(蟣蝨)주 89)보다도 더 천하게 여기고 치아(鴟鴉)주 90)보다 더 미워합니다. 제 마음으로 이미 미워하니, 어찌 차마 제 자신이 친히 이러한 일을 범하겠습니까? 비록 그렇지만 세풍(世風)에 구속되고 습속에 익숙해져서주 91) 혹 그렇지 않기를 기약하지만 그럴 경우도 있음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형과 더불어 따로 맹세와 훈계를 세워서 혹여라도 끝내 소인의 교유로 귀결되지 않기를 생각합니다. 우러러 생각건대 저와 같은 마음이라 즐겨 들을 것이라 여깁니다.
본심(本心)이란 이치에 합치되어서 과불급(過不及)이 없다는 명칭입니다. 다 이치에 합치되지 않아서 과불급이 있다는 관점에서 말한다면, 비록 도심(道心)이라 할지라도 본심이 되지 못하고, 모두 이치에 합치되어서 과불급이 없다는 입장에서 말하자면, 인심이라 할지라도 본심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말하기를, 《중용(中庸)》 서문에서는 본심을 인심과 도심을 공통하여 말했다고 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 말이 혹 그대의 견해와 합치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주석 81)정함(庭函)
정은 부친을 말하고 함은 스승을 이른다. 즉 부친과 스승이다.
주석 82)
《논어》 〈위령공〉에 "만약 칭예하는 바가 있으면 그것은 시험해 봄이 있는 것이다.〔如有所譽者,其有所試之矣.〕"라고 하였다.
주석 83)이는……것 뿐입니다
이 말은 '선생 장자께서 나의 겉모습만 보고 한번 칭찬한 말을 두어서 앞으로 현호(賢豪)가 될 것이라고 기약만 둘 뿐'이라는 것이다
주석 84)선유(善柔)
《논어》〈계씨(季氏)〉에 "유익한 벗이 세 가지이며, 해로운 벗이 세 가지이니, 곧고 진실되고 견문이 많으면 유익하며, 편벽되고 아첨을 잘하고 말만 잘하면 손해가 된다.〔益者三友, 損者三友, 友直, 友諒, 友多聞, 益矣, 友便辟, 友善柔, 友便佞, 損矣.〕"라고 하였다.
주석 85)저처럼……아니거늘
본문의 십가(十駕)는《순자》〈수신(修身)〉에 "천리마가 하루에 천 리를 달리지만, 노둔한 말도 열흘을 달리면 역시 그 거리를 따라잡을 수 있다.〔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라고 한 말에서 인용하였다.
주석 86)자기를 버리고……바랍니다
근독(謹獨)은 홀로를 삼가는 것으로 두 가지 뜻이 있다. 즉 남이 보지 않는 유독(幽獨)의 곳에서 조심하는 것과 남이 모르고 자신만이 아는 은미(隱微)한 마음을 삼가는 것이 있다. 《중용(中庸)》 수장(首章)에 "숨는 것보다 더 드러나는 것이 없고 세미한 것보다 더 나타나는 것이 없다. 그러므로 군자는 그 홀로 있을 때를 삼간다.〔莫見乎隱, 莫顯乎微, 故君子愼其獨也.〕" 라고 하였다.
주석 87)금란지교(金蘭之交)
매우 두터운 친교를 뜻하는 말로, 《주역(周易)》 계사 상(繫辭上)에 "두 사람이 마음을 같이하니 그 예리함이 쇠를 끊는다. 마음을 같이하는 말은 그 향기가 난초와 같다.[二人同心, 其利斷金. 同心之言, 其臭如蘭.]"라고 하였다. 단금지교와 지란지교를 합한 말이다.
주석 88)책선(責善)
상대방에게 선행을 하라고 권면하는 것이다. 《맹자》 이루 하(離婁下)에 "책선은 붕우 사이에 적용되는 도리이다. 부자가 책선하는 것은 은의(恩義)를 해치는 것 가운데 큰 것이다.〔責善, 朋友之道也. 父子責善, 賊恩之大者也.〕"라고 하였다.
주석 89)기슬(蟣蝨)
사람에 기생하는 이[虱]로서 옷엣니와 머릿니를 통틀어 일컫는다. 이와 서캐이다.
주석 90)치아(鴟鴉)
솔개와 갈까마귀이다.《장자(莊子)》〈제물론(齊物論)〉에 "사람은 가축을 잡아먹고, 사슴은 풀을 뜯어 먹고, 지네는 뱀을 달게 먹고, 솔개와 갈까마귀는 쥐를 좋아한다. 이 네 가지 가운데 어느 것이 올바른 맛인가?〔民食芻豢, 麋鹿食薦, 蝍蛆甘帶, 鴟鴉嗜鼠, 四者孰知正味?〕"라고 하였다.
주석 91)
본문의 분(憤)은 관(慣)의 오류인 것 같다.
答李汝禹 碩夏 ㅇ辛酉
澤述品劣學踈, 最出人下者也.何圖吾兄以當世賢豪德崇業廣, 見獎謂是聞諸庭函之下.弟於此將下辭以謝之.謂兄之誤也, 其於先生長者之敎,何不誤也.則弟非其人何.此殆弟遺內飾外, 去實就華, 先生長者爲其所欺, 偶有所試之譽, 而期其將來.兄未及諦察語意, 認以爲見成之實美也.是則在弟固爲誣罔, 而在兄亦不免踈忽也, 要之闇然自修, 朴實負荷, 弟當勉勵, 精審明察, 譽人不苟, 兄可留意歟.求敎之勤, 認出肝膈赤衷, 要非皮面白談.兄苟有過可規闕可補者, 安敢噤默取容, 自䧟於善柔.但以弟見兄, 德容之和睟, 操履之敦實, 言論之詳覈.有非弟十駕之追者, 又何敢强覓過闕於未形, 以取苟訾之譏哉.無已則亦惟曰精審明察, 譽人不苟, 不過因誤獎此漢而陳之己矣.繼此以往, 又安知不有他山之石.可資攻玉, 螢火之爝, 倘助日光乎.蒙惠舍已愼獨之戒, 誠診證投藥, 憫飢賑粮, 不有吾兄實心, 惡能忠告乃爾.有友若此, 寧不鏤恩服義.雖然兄亦安得盡知弟病, 纖惡隱慝, 一刷刷下.專仰異日察地細而洽之猛耳.大抵吾輩交修胥勖,歲寒以之,何可遽責效於造次往復之間耶.噫友道之哭久矣.彼朝金蘭而夕風波者,固不足道也.名爲儒門之道義交者, 不惟不責善補過而已, 乃有進而潝潝然推其長, 退而訿訿然揚其短者, 比比焉.其忍心害理, 亦已極矣.甚或至於因議論之不合, 成戈戟之相尋, 傷風禍世, 尢其慘矣.弟雖無似, 視此輩不啻賤之若蟣蝨,惡之若鴟鴉.心旣惡之,豈忍身親犯之.雖然世風之囿, 俗習之憤, 或不免不期然而然者, 故思欲與吾兄另立誓戒, 毋或終歸小人之交也.仰想同情而樂聞也.本心者,合於理而無過不及之名也.以其未盡合理而有過不及者言,則雖道心不得爲本心,以其盡合於理而無過不及者言,則雖人心亦得爲本心.故曰庸序本心通人道心而言.未知此或合於盛見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