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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9
  • 서(書)
  • 전사견에게 보냄 계유년(1933)(與田士狷 癸酉)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9 / 서(書)

자료ID HIKS_Z038_01_B00001_001.009.0001.TXT.0015
전사견에게 보냄 계유년(1933)
형이 근자에 선사(先師)의 〈문인록〉을 간행하려 한다는 것을 들은 듯합니다. 과연 그렇습니까? 이 일의 어려움은 진실로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산퇴(山頹)주 45) 후에 변형(變形)주 46) 한 자는 어떻게 대처할 것입니까? 만약 선사의 엄정한 법문을 준수하여 변형한 사람을 모두 잘라낸다면 저들이 장차 말하기를, "선사께서도 잘라내지 않는 사람을 어찌 감히 잘라낸단 말인가?" 라고 하여 원한과 노여움이 떼로 일어나서 화가 장차 몸에 미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선사의 엄정한 법문을 준수하지 않고 그대로 〈문인록〉에 보존한다면, 선사의 혼령이 장차 더럽혀질 뿐만 아니라, 자손으로서 부조(父祖)를 바른 도리가 아닌 것을 그릇된 도리로 섬겨서, 이미 스승에게 할거된 자도 어지럽게 들고 일어나서 "형체를 훼손한 것은 동일한데 어찌하여 우리는 잘라내고 저들은 보존해주는가"라 하고, 선사의 말을 듣고 부조의 말을 듣지 않는 자는 넣어주라고 하니, 이는 또 어찌할 것입니까?주 47) 이 뿐만 아니라 비록 훼형(毁形)하지 않았더라도, 근일에 무인(誣認)주 48)하여 원고를 바꾸고 사문에게 죄를 얻은 무리들을 가히 할거한다면 너무 많지 않겠습니까? 이러한 것들을 모두 어떻게 조치할 것입니까? 요컨대 진실이 드러날 날이 되지 않으면, 이 일에 대해 말하기 어렵습니다.주 49) 그러니 부디 그만 두시어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지 않도록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주석 45)산퇴(山頹)
위대한 학자나 스승이 돌아가시는 것을 이른다. 여기서는 간재의 죽음을 이른다.
주석 46)변형(變形)
머리 자른 자와 머리 자르지 않는 자로 〈문인록〉의 명단을 작성하는데 보발한 자는 문인록에서 잘라 없애자는 말이다. 여기에서는 간재 생전에 머리를 잘라 쫓겨난 자를 〈문인록〉에 넣을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해 논하고 있다.
주석 47)그렇다고 해서……어찌할 것입니까
간재는 생전에 변형하면 제자로 삼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니 선사가 돌아가신 후에 변형한 사람들은 넣지 않아야 한다고 후창은 말하였다. 그러나 선사가 돌아가신 후에야 바꾼 사람들이니 문인록에 넣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석 48)무인(誣認)
스승이 인가를 받으면 출간해도 좋다고 무함하는 일이다.
주석 49)요컨대……어렵습니다
전사견이 〈문인록.을 만든다고 하자, 후창이 빼야할 사람을 넣자니 선사의 혼령에 누가 되고, 그렇다고 빼자니 벌떼처럼 일어나 비난할 것이므로 그만두는 게 낫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與田士狷 癸酉
似聞兄近欲刋先師門人錄.果然否.此事之難, 固非一端.最是變形於山頹後者,何以處之.欲遵先師嚴正法門而盡割其人也, 則彼將曰, 先師之所不割, 何敢割之, 怨怒羣起, 禍且及身.不遵而存之也, 則非惟先師之靈, 若將浼焉, 而子孫之事父祖以非道, 其已見割者, 又將紛然而起曰, 毁形同也何割吾而存彼也, 此又柰何.不但此已, 雖不毁形, 近日誣認改稿, 得罪師門之輩, 可以割去者, 不亦多乎.此皆如何措置.要之不到水落石出雲歸山立之日, 難以語此事.千萬已之, 毋至不可收拾之地, 如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