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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9
- 서(書)
- 전사견에게 답함 병인년(1926)(答田士狷 丙寅)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9 / 서(書)
전사견에게 답함 병인년(1926)
근자에 형께서는 자주 구름과 부평초처럼 떠돌아서, 그리움이 있어 편지를 쓰고 싶어도 장소가 없고, 편지가 있어 답하고 싶어도 어느 곳에 계신지 알 수가 없습니다. 푸른 하늘과 맑은 강은 비록 이 때문에 변하지 않겠지만, 다만 두렵기는 세찬 바람과 사나운 우레주 12)에 미쳐 서로 도모하지 못한 것을 우려합니다. 호남에서 소장하고 있는 판본은 어떤 판본이건 불문하고, 절대 용동(龍洞)에 허락해선 안 된다는 그대의 견해는, 유독 머리를 끄덕이게 합니다. 백리 먼 길을 급히 간 것도 더욱 흔복(欣服)할 만합니다. 우리들은 여전히 여러 가지의 큰 일이 있으니 의심이 있으면 서로 헤아리기를 꺼리지 말고, 허물이 있으면 곧바로 서로 고쳐나간다면 어찌 실수가 있을지를 근심하겠는지요. 이전에는 항상 생각하기를 형께서는 불과 뜻은 크고 말은 높지만, 행실이 혹 말을 덮지 못하는 광자(狂者)라고 여겼는데, 근일의 일로 보건대 비록 먼저 말을 행하고 뒤에 말이 따르는 군자라고 일컬어도주 13) 지나치지 않다고 여깁니다. 이것은 무엇 때문이겠습니까?
도래본(島來本)주 14)은 내가 진실로 형께서 부득이 용동에 주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형 또한 일찍이 스스로 주지 않았다고 말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다 비로소 송씨(宋氏)로 인해서 형께서 이 판본까지도 아울러 깊이 소장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형께서 일을 꼼꼼히 하고 말을 삼간다는 것이 이와 같을 줄 생각을 못했습니다. 대의를 끝내 지키고 대사를 이룰 자, 형이 그 사람입니다. 간옹(艮翁)의 집안사람 중에 다만 전일중(田鎰中) 한 사람이 있다고 운운하며, 세간의 공정한 의론이라고 한 것은 진실로 거짓이 아닙니다. 그러니 우리들도 가히 믿고 주인으로 삼아 근심이 없습니다. 원컨대 형께서도 항상 행실이 말을 덮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혹 많은가를 자성(自省)하여, 힘써 한번 옛 모습을 변화시켜 전체의 군자를 이뤄내기를 바라는 마음 이겨낼 수가 없습니다.
- 주석 12)세찬 바람과 사나운 우레
- 《예기(禮記)》에 이르기를 "만일 세찬 바람과 빠른 우뢰와 폭우가 있을 때에는 반드시 낯빛을 변하며 비록 밤중이라도 반드시 일어나서 의관을 정제하고 앉는다.〔若有疾風迅雷甚雨, 則必變, 雖夜必興, 衣服冠而坐.〕"라고 한 말을 실천한 것이다.
- 주석 13)근일의……일컬어도
- 《논어 · 위정편》에, "자공이 군자에 대해서 물었는데 공자가 말씀하시기를 자신(其)이 말할 것을 먼저 실천하고, 이후에 뒤따르게 할 것이다. 〔子貢問君子, 子曰, 先行其言, 而後從之.〕 "라고 하였다.
- 주석 14)도래본(島來本)
- 바다에서 건너온 판본으로, 하동수정본을 말한다.
答田士狷 丙寅
近兄多作雲遊萍蹤, 有懷而書之無所, 有書而答之何地.靑天白河,雖不以此而少變, 但恐疾風迅雷, 不及相謀, 是所慮也.湖藏勿問何本, 絶不許龍, 高見獨點一頭.而百里急駕, 更可欣服.吾人尙有種種大事,有疑焉不禪相確,有過焉隨卽相梂,何患有失.前此乎常謂兄不過爲志大言高, 行或不掩之狂者, 以近日事觀之, 雖謂之先行言後從之之君子, 不爲過也.何也.島來本,吾固心認兄之不免投龍.兄亦未嘗自言不投.始因宋氏, 知兄之幷與此本而深藏.不圖兄密事愼言之若是也.終能守大義成大事者, 兄其人乎.艮翁家中, 只有田鎰中一人云者, 世間公議, 眞不虛矣.吾輩可恃以爲主而無憂爾.願兄亦常自省行不掩言者, 尙或多乎,務要一變故態, 而成全體君子, 區區不勝其望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