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역/표점
- 국역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9
- 서(書)
- 전사견에게 답함 을축년(1925)(答田士狷 乙丑)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9 / 서(書)
전사견에게 답함 을축년(1925)
보내주신 편지에서 풍조의 급박함을 탄식하고, 후진의 실각을 근심으로 여기며, 교육가의 말만 숭상한 것을 안타깝게 여겨서 변통하려고 생각하시니, 가히 세도의 근심과 아주 뛰어난 견해를 우러러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만 통변하겠다는 뜻만 나타내고 통변하겠다는 법을 가리키지 않으면, 사람으로 하여금 가려운 자가 긁어주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도리어 천루한 저로 하여금 그 방법을 보이게 하시니, 이는 어찌 보고 듣는 것을 귀머거리와 맹인에게 질책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비록 그렇지만 귀머거리와 장님이 보고 듣고자 하는 것은, 귀가 밝고 눈이 밝은 자와 일찍이 다른 적이 없은즉, 무매한 저의 견해도 통변을 바람이 고명과 같다는 것 또한 오래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끝내 소견도 없고 듣는 것도 없는 것을 어찌할 수 없은즉, 공손히 우리 형과 같이 사광(師曠)과 이루(離婁)의 재주를 지닌 자가 지시하는 것을 기다려서 받들어 행할 뿐입니다. 부디 자주 상세하게 교시해 주시는 게 어떨는지요. 다만 생각해보건대 속세의 유자들은 통변의 이야기를 잠깐 듣기만 하면 비웃음과 비난이 반드시 사방에서 이를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도 모름지기 염려할 것이 없습니다. 통변의 일은 삼대가 서로 계승한 것과 같아서주 5) 삼강오상(三綱五常)주 6)처럼 항상 떳떳이 따라야 할 것과 문질삼통(文質三統)주 7)처럼 손익한 것과 같습니다. 도덕과 윤리는 학문에 있어서 마땅히 만세에 떳떳이 따라야 할 것입니다. 부문(浮文)주 8)과 강변(强辯)주 9)은 교육에 있어서 가히 때에 따라 손익해야 할 것입니다. 그 통변을 비웃은 자는 한갓 삼대의 상인만 알고 삼대의 손익은 모르는 자에 가깝지 않겠습니까? 다만 두려운 것은 우리가 통변하는 방법이 시의에 적절하지 못하여, 혹 폐단을 제거하려다 폐단을 생성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러한 점도 마땅히 정밀하게 살피고 상세하게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 주석 5)삼대가 서로 계승한 것과 같아서
- 《논어 · 위정》의 집주에, 마융이 "인습한 것은 삼강과 오상을 이르고, 가감한 것은 문ㆍ질, 삼통을 이른다." 라고 하였다.〔所因, 謂三綱五常, 所損益, 謂文質三統.〕주희는 "삼강과 오상은 예의 대체이니, 삼대가 서로 계승하여 모두 그대로 인습하고 변경하지 않았으며, 가감한 것은 문장과 제도 중에 약간 지나치거나 미치지 못한 것에 불과할 따름이었다.〔三綱五常, 禮之大體, 三代相繼, 皆因之而不能變, 其所損益, 不過文章制度小過不及之間.〕"라고 하였다.
- 주석 6)삼강오상(三綱五常)
- 유교의 도덕사상에서 기본이 되는 세 가지 강령과 다섯 가지 인륜을 말한다. 三綱은 君爲臣綱, 父爲子綱, 夫爲婦綱이다. 五常은 유교의 다섯 가지 중요한 인륜으로, 仁, 義, 禮, 智, 信이다.
- 주석 7)문질삼통(文質三統)
- 하·은·주 삼대의 정사를 말한다. 문질(文質)은 하(夏)나라는 충(忠)을, 은(殷)나라는 질(質)을, 주(周)나라는 문(文)을 숭상한 것을 말하고, 삼통(三統)은 하나라는 정월(正月)이 인월(寅月)이어서 인통(人統), 은나라는 축월(丑月)이어서 지통(地統), 주나라는 자월(子月)이어서 천통(天統)임을 말한다. 《論語 爲政 馬氏註》
- 주석 8)부문(浮文)
- 실용에 아무 소용이 없는 부박(浮薄)한 문장이다.
- 주석 9)강변(强辯)
- 논리에 맞지 않는 것을 굽히지 않고 주장하거나 굳이 변명하는 것이다.
答田士狷 乙丑
惠書嘆風潮之急, 而患後進之失脚, 悶敎育家之尙言, 而思欲通變, 可仰世道之憂超誨之見.然但示變之之意, 而不指變之之法, 則使人如痒者之待爬.反欲淺陋者示其方, 則豈非責視聽於聾瞽者乎? 雖然, 聾瞽之欲視聽,未始異乎聰明者? 則昧見之欲通變, 與高明同者, 亦非不久矣.終無奈無所見無所聞, 則恭俟, 曠婁之才如吾兄者, 指畵而奉行焉.幸亟詳示如何.弟念世儒乍聞通變之說,笑譏之必四至.然是則不須慮也.此正如三代相繼, 三綱五常之常因, 文質三統之損益.道德倫理, 學問之當萬世常因者也.浮文强辯, 敎育之可隨時損益者也.其笑通變者, 不幾乎徒知三代之常因而不知三代之損益者乎? 但恐吾之所以變之者, 不能適其宜, 而或至於去弊而生弊也.此又當精審而詳定也.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