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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8
- 서(書)
- 오사익에게 답함【직접 마주한 날에 또 견해를 고칠 것을 말하였기에 편지를 썼지만 보내지 않았다.】 기묘년(1939) 10월(答吳士益)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8 / 서(書)
오사익에게 답함【직접 마주한 날에 또 견해를 고칠 것을 말하였기에 편지를 썼지만 보내지 않았다.】 기묘년(1939) 10월
지난번 편지에 제가 죽기 전에 완전히 똑같은 뜻을 갖기를 바랐던 것은 깊은 충고라고 할 만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답장를 받드니, 끝내 실망하게 할 뿐뿐만 아니라, 선사에게 인의(認意)가 있었다고 증명한 것은 음성 오진영보다 심하였으니, 이 무슨 변고입니까? 크게 놀랄 일입니다. 오진영의 이른바 면명(面命)은 오히려 '힘을 헤아려 하라.'는 것으로 말을 하였는데, 형이 이른바 면명은 곧장 '대신 인가받는 것도 구차하지 않다.'고 하였습니다. 대신 인가받는 것은 스스로 욕되게 하지 않는 것에 보탬이 없고 반드시 선사의 말씀이 아닙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작년 편지에 이미 다하여 거듭 부언할 필요가 없습니다. 형은 또한 이미 스스로 말하기를 "대신 인가받으라는 명이 있었다."라고 하고, 또 말하기를 "오진영이 선사를 무함한 자라는 것이 과연 말이 되는가?"라고 하였으니, 누가 다시 그 말을 믿겠습니까? 형은 4, 5년 이래 이랬다저랬다 하면서 자주 번복하고 자주 잘못하여 그 실마리를 헤아릴 수 없었는데, 지금은 일체 남김없이 다 드러냈다고 할 수 있으니, 이제부터 저는 일을 줄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형이 그 동안에 많은 말을 하면서 양쪽으로 미봉했던 것은 단지 마음만 수고했을 뿐이었습니다. 심지어 "[선사는] 나이와 병이 모두 지극하여 부모님 상에도 최복을 가지고 다니지 못한다."라고 한 말에 대해서도 오히려 능히 무함으로 배척하지 못하고 단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하였으니, 형이 진심으로 오진영을 보호하여 오직 해가 있을까 두려워하는 뜻이 더욱 가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본령이 이와 같은데, 내가 어찌 마음을 함께하여 선사를 지키기를 바라겠습니까? 멍한 채로 남쪽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릅니다.
[오진영이] 자기의 죄를 벗어 선사에게 전가한 것은 결단코 옳지 못합니다. 형이 비록 이것에 대해 스스로 공정한 마음과 밝은 안목이라고 여기지만, 저는 형의 사사로운 뜻과 몽매한 견해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의식적으로 공정하게 하는 사심에 가려져서 분명한 이치를 볼 수 없는 것입니다. 선사의 원고를 인가받고자 한 자가 그인데 사람들의 말을 두려워하게 되어서는 마침내 "진실로 불가함이 있기 때문에 제가 바다를 건너고자 하였다."는 것은 자신은 죄를 벗어나고자 함이 아니겠습니까? 또 말하기를 "사실은 원래 선사의 불언지교(不言之敎)를 따랐다."는 것은 선사에게 죄를 전거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일삼는 바가 없이 행하는 것은(일하는 것이 없는 것처럼 행하는 것은) 물을 다스리는 도이며, 말을 듣고서 법에 따라 처분하는 것은 옥사를 판결하는 법입니다. 어찌하여 괴롭게 일을 많이 하면서 이 평탄하고 명백한 방도를 버리고 어둡고 그늘진 곳에서 사외(辭外)의 법을 별도로 찾는단 말입니까? 이것만도 이미 괴이한데, 또 스스로 믿는 것이 지나쳐서 남을 각박하다고 이르니, 내가 다시 어찌하겠습니까?
答吳士益
【面見日又言改見,故書成而不送】 ○己卯十月
頃書欲其迨弟未死前,爛漫純同之意者,可謂到底忠告.今承所覆,非惟竟失所望,其證成師有認意者,深於陰震,此何變也? 大可駭也.震所謂面命,猶以料量爲之,兄所謂面命,直以代認不拘,代認之無益於不自辱,而必非先師說.昨年書已盡,不須疉陳.兄且道旣自云"有代認之命",而又謂"震爲誣師者,果成何說",誰復信之? 兄之四五年來,乍左乍右,頻復頻失,而莫測其端者,今則可謂和盤托出,開口見咽,自此此漢可以省事矣.兄於其間積費辭說,兩下彌縫者,只見其心勞也.至於"年病俱極親喪莫能持衰"之說,猶不能斥之以誣,但曰"不成說",則兄之實心護震,惟恐有傷之意,益不可掩.本領如是,吾何望其同心衛師? 南望惘然,不覺淚淫.
脫罪嫁師,決然不然.兄雖以此自認爲公心明眼,弟則以爲兄之私意昏見,正在於此,謂其蔽於有意爲公之私而見不得顯然之理也.認稿者渠也,而畏人之言,則乃曰"誠有不可,故鄙欲越海"者,非脫罪乎? 又曰"其實原從先師不言之敎"者,非嫁師乎? 行其所無事,治水之道也; 聽辭而正刑,拆獄之法也.何苦多事而舍此坦明之道,別尋辭外之法於幽陰去處也? 已是可怪,而又自信太過,謂人苛刻,吾復柰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