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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5
  • 서(書)
  • 함재 족숙에게 답함 병인년(1926)(答涵齋族叔 丙寅)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5 / 서(書)

자료ID HIKS_Z038_01_B00001_001.005.0001.TXT.0037
함재 족숙에게 답함 병인년(1926)
조카가 명심할 것주 129)은 검사를 대하여 무함을 변론하고 유훈을 지켜서 돌아가 선사를 뵙는 것이었으니, 다른 말은 할 것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말이 창졸간에 나와 졸렬한 계책이 겨우 스승을 저버리는 죄를 면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마침내 "천지에 세워 보아도 어긋나지 않으니,주 130) 사문(斯文)에도 인재가 있다."라는 장려를 받았으니, 조카가 감당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또한 문하의 젊은 사람들을 가르쳐 인도하는 도리에도 미진할까 염려됩니다. "스스로 만족하면 전진할 수 없다."는 말로 경계해 주심에 이르러서는 조카가 비록 감히 대번에 이런 만족하는 마음을 지니지는 않겠으나 오직 사랑해 주심이 깊기 때문에 사려가 이와 같이 원대하신 것이니, 감히 두터운 은혜에 절하여 감복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오늘날 변론하고 성토하는 일은 족숙께서 먼저 의로운 소리를 먼저 외쳐 마치 봉황이 울고 호랑이가 포효하듯 하셨고, 이어서 거친 주먹을 휘두르고 크게 발길질 하여주 131) 마치 사나운 번개와 거센 바람 같았으니, 만약 족숙이 아니었다면 선사의 뒷일이 거의 그대로 땅에 묻혔을 것입니다. 다만 이것은 실마리를 접하고 방법을 얻은 것일 뿐이니, 어찌 사문의 후진으로 스스로 만족할 수 있겠습니까? 글을 외워 저술하기를 좋아하는 폐단은 진실로 편지에서 하신 말씀과 같습니다. 그러나 늙어 공부함에 있어 더욱 절실한 경계를 부탁합니다. 다만 이 마음을 잘 갈고 닦아서 최대한 섬세하게 하고, 이 이치를 잘 길러서 지극히 성숙하게 하여 접한 것과 얻은 것이 더욱더 정밀해지기를 구할 뿐입니다. 이것에 더욱 마음 쓰시기 바랍니다. 오진영과 권순명 이하 10여 명의 무리들이 간특한 마음으로 의리를 해친 짓은 말하면 입만 더러워집니다. 저들이 비록 스승의 문집을 간행하여 산처럼 높고 바다처럼 넓게 많이 찍어서 가가호호 갈무리하고 간직한다 하더라도 저들이 스승을 무함하고 배반한 죄 역시 산처럼 높고 바다처럼 넓어서 가가호호 주벌하고 성토할 것이니, 그가 공을 세워 죄를 가리고자 하는 것이 마침 죄 위에 죄를 더하는 꼴이 될 것입니다. 비록 호남과 영남 사이에서 거들먹거리며 스스로 사문의 최고 공로라고 말하지만 실제는 떠도는 혼이 체백을 빌린 격이라 삭연히 생기가 사라진지 오래되었습니다. 이른바 '곧지 못한데도 살아 있는 것은 요행히 면한 것일 뿐'이라는 말주 132)이 이런 경우가 아니겠습니까?
주석 129)명심할 것
원문의 '서신(書紳)'은 띠에 쓴다는 말로, 《논어(論語)》 〈위령공(衛靈公)〉에 나온다. 자장이 공자에게 행(行)을 묻자 '언충신 행독경(言忠信行篤敬)'을 말해 주니, 자공이 이 말을 띠에 썼는데, 집주에 이는 잊지 않기 위해서라고 해석하였다.
주석 130)천지에 세워 보아도 어긋나지 않으니
《중용장구(中庸章句)》 제29장의 "천지에 세워 보아도 어긋나지 않고 백대를 기다려도 의혹을 가지지 않는다〔建天地而不悖, 俟百世而不惑〕"에서 군자(君子)의 도(道)를 설명하는 말을 인용하였다.
주석 131)거친……하여
주자가 진량(陳亮)에게 보낸 편지에, "공자가 어찌 지극히 공정하고 지극히 정성스럽지 않았으며, 맹자가 어찌 거친 주먹을 휘두르고 크게 발길질하지 않았겠는가.〔孔子豈不是至公至誠 孟子豈不是麤拳大踢〕"라고 한 데서 나온 말로, 이단을 배척하고 유학을 진흥하는 데에 힘쓴다는 의미로 쓰이는데, 여기서는 오진영이 스승을 무함한 것을 배척함을 말한다.
주석 132)곧지……말
이 말은 《논어(論語》 〈옹야(雍也)〉의 "사람이 태어나는 이치는 곧은데 곧지 않고도 살아 있는 것은 요행히 면한 것이다.〔人之生也直 罔之生也幸而免〕"라는 말을 줄여 쓴 것이다.
答涵齋族叔 丙寅
姪之書紳, 對檢辨誣守訓.歸拜先師, 他無可言之.語出於倉卒, 拙策僅免負師之罪也.乃蒙獎以"建天不悖, 斯文有人", 非惟姪之不敢當.亦恐未盡於敎導門少之道.至於戒以'自足不進', 則姪雖不敢遽有是心.然惟其愛之深, 故慮之遠如此, 敢不拜服厚惠? 蓋今日辨討之役, 叔主先倡義聲, 若鳳鳴虎嘯, 繼以麤拳大踢, 若雷萬風迅, 若非叔主, 先師後事, 殆將剗地埋沒矣.只此已是接其緒得其道, 豈可以師門晩進, 自歉也? 記誦好著述之獘, 誠如下喩.然在老學, 尤屬切戒.但要磨得此心極細, 漉得此理極爛, 使所接所得, 益精而已, 願於此加意焉.震命以下十餘輩之奸慝賊義, 言之汙口.彼雖印得師稿, 山高海廣, 家弆戶藏, 其誣背之罪, 亦如山如海, 家誅戶討, 其欲立功而掩罪者, 適足以罪上添罪.雖揚揚湖嶺間, 自說斯文第一功, 其實游魂假魄, 索然無生意者久矣.所謂罔生幸免者, 非此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