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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5
  • 서(書)
  • 열재 소장에게 답함(答悅齋蘇丈 癸酉)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5 / 서(書)

자료ID HIKS_Z038_01_B00001_001.005.0001.TXT.0012
열재 소장에게 답함
계유년(1933)

보내주신 편지에서 먹물을 들이고 머리를 깎는 변란주 52)에도 만남을 따라 서로 그리워한다는 뜻을 보냈으니 이러한 마음에 참으로 감격했습니다. 또 편지에서는 연로하였음에도 뜻을 가다듬어 위협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반드시 몸을 보존하여 온전히 돌아가려함이라 말씀하셨는데 이 말 또한 합당한 말입니다. 근래에 제 친족 한 사람이 호서로 길을 나섰다가, 체두관주 53)을 만나 상투를 잘릴 위험에 처하자 짧은 지팡이로 가위를 들고 있는 손을 때리니 손에 있던 가위가 땅에 떨어져 깨졌습니다. 이에 다시 그를 쳐서 쓰러뜨렸는데 저쪽에 있던 순사에게 맹렬히 쫓기게 되었습니다. 순사와 마주잡고 실랑이를 하다가 크게 소리쳐 말하기를 "요즘 이른바 문화정치라는 것이 이와 같은 것을 강제로 행하는 것인가? 너의 상부한테 가서 따져봐야겠다."라고 하고, 꼭 잡고서 재촉하여 가던 중에 옛날에 알고 있던 사람이 풀어주라 권하여 말하기를 "가서 따져본들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피하는 것만 못하다."라고 부추겨서 보내도록 하였습니다. 이에 화를 면하고 돌아왔다 합니다. 이 사람은 나이가 아직 사십이 안 되었는데도 위협을 두려워하지 않음으로써 머리 깎이는 것을 면했으니, 이를 가지고 살펴볼 때 연로한 사람만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후생에 이르러서도 머리 깎이는 것을 깊이 염려하지 않음이 없다고 하니 진실로 그렇습니다. '역경에 처해도 굽히지 않는 절개주 54)는 예로부터 드물게 나타났습니다. 그러므로 학식과 덕망이 높은 나이 많은 선비도 간혹 말년에 실수를 하기도 하는데 하물며 나이가 젊어서 뜻이 정해지지 않은 자이겠습니까? 근래에 풍기가 한번 변하여 다른 집 소년들이 위협을 기다릴 것도 없이 스스로 기꺼이 머리를 깎으니 기세가 강물이 불어나는 것 같아서 막을 수 없습니다. 근래에는 우리 동문의 모모공들도 자손이 외형을 바꾸는 것을 보았습니다. 평일에 가정의 교훈에 푹 젖은 것이 마땅히 다른 사람과 다름이 있을 터인데도 똑같이 풍조에 내몰리게 된 것은 하늘이 정말로 그렇게 한 것이니 이를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윽이 살펴보니 문 씨 어른 두 아들의 거처가 가까운 완산으로 더욱 번화한 땅인데도 모두 옛 제도를 보존하여 지켰으니, 법도 있는 집안의 의방(義方)주 55)에는 저절로 그 방법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창암(김낙규)과 함재(김낙두) 두 어른의 자손도 그러합니다. 저의 아들과 조카도 이것을 범한 자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믿을 것이 못되니 마땅히 더욱더 내일에 힘써서 이치를 밝혀 깨우치고 정성을 쌓아서 교화시켜 그들로 하여금 오랑캐가 되어서 사는 것은 중화를 지키다 죽는 것만 못하다는 뜻을 알게 해야 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지금 행해야 할 의무입니다. 당신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주석 52)머리를 깎는 변란
1894년 전통적인 의복 제도를 서양식으로 개정한 '변복령'(變服令, 의제개혁)과 1895년(고종 32) 11월, 김홍집(金弘集) 내각이 성년 남자의 상투를 자르도록 내린 명령을 말한다.
주석 53)체두관(剃頭官)
단발령 시행 후 머리카락을 자르러 다니던 관리이다.
주석 54)세한송백(歲寒松柏)
《논어(論語)》 〈자한(子罕)〉에서 "추운 겨울철을 지내보아야만 송백이 나중에 시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歲寒然後知松柏之後彫也.〕"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주석 55)의방(義方)
정도(正道) 즉 바른 도리를 의미한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은공(隱公) 3년 조에 현대부(賢大夫) 석작(石碏)이 "자식을 사랑한다면 바른 도리로 가르쳐서 삿된 길로 빠져들지 않게 해야 한다.〔愛子, 敎之以義方, 弗納于邪〕"라고 위 장공(衛莊公)에게 충간한 말이 나온다.
答悅齋蘇丈 癸酉
承喩, 以灑墨勒剃之變, 而致隨遇相戀之意, 此意良感.又喩以年老而勵志, 不畏威者, 必保全歸, 此言亦當.近有鄙族一人, 往湖西路, 逢勒剃者 , 乃以短杖打執剪刀者, 手刀墮地碎.因復打倒其人, 被彼邊巡查所猛敺.與巡查捽持頡頑, 而大言曰: "今世所謂文化政治, 乃行強制若是耶? 往質于汝上府", 堅持促行中, 有舊面者勸鮮, 曰: "往質何益? 不如避之", 扶而送之, 乃得免而歸.此人年未四十, 以不畏威免, 觀之以此, 不獨年老者爲然.至於後生, 不無深慮之云, 誠然誠然.歲寒松柏, 終古罕見, 故老士宿儒, 或失於晩節, 况年少志未定者乎? 近日風氣一變人家少年, 不待勒脅, 而自相樂剃勢, 若河漲, 不可防遏.此近吾同門, 某某諸公, 亦見子孫之變形.以其平日, 擩染庭訓, 宜有異乎他人, 而同爲風潮所驅, 天實爲之爲之何哉? 竊見文丈二子居近完, 益繁華之地, 皆能保守舊制, 可見法家義方, 自有其術.鬯涵兩丈子孫亦然.侍生子姪, 姑無犯此者.然不可以是爲侍, 當益勵來頭, 明理而愈之, 積誠而化之, 使知爲夷而生, 不如守華而死之意.是爲吾人目下義務也.未知尊意, 復以爲如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