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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4
- 서(書)
- 김성구에게 답함 경신년(1920)(答金聖九 庚申)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4 / 서(書)
김성구에게 답함 경신년(1920)
편지에서 말한 것을 받들어 살펴보니 지행이 해이하여 빼어난 것이 없다는 등의 말이 있었는데 스스로 겸양하는 의례적인 말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그러나 질문을 하여 보탬이 되는 것을 구하는 것이라면, 이를 통하여 참된 마음을 바쳐서 서로 함께 하는 일단으로 삼기를 바랍니다. 뜻을 굳건히 세워서 해이해지지 않게 하고 행실을 독실이 정진시켜 느슨해지지 않게 하는 것이 어찌 학자가 원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끝내 어찌할 수 없이 이치와 의리를 드러내는 것은 미약해지고 은미해졌으며 기욕의 폐단은 강성해지고 무성해져서, 하루아침에 분발한다고 한들 긴 시간 동안에 안이하게 지낸 것을 이길 수 없고, 천리를 가는 배는 항상 대부분 도중에 그쳐서 잠시 뜻을 세웠다가도 곧바로 해이해지고 또 잠시 나갔다가도 곧바로 느슨해지는 사이에 유유한 세월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으니, 이것은 천고의 공통된 근심거리입니다. 제가 옛날 약관이었을 때 뜻한 바와 행한 바는 비록 말할 것은 못되지만, 일찍이 옛사람에 뜻을 두고 배우려 하지 않은 적이 없어서, 매번 마음속으로 스스로 믿어 말하기를 "옛날에 특별히 통달한 사람은 비록 일찍 성취했다 하더라도 모두 장성한 이후에 세운 것 있었다. 나는 아직도 약관의 젊은 나이이니 또한 십여 년의 공부를 한다면 옛사람을 따라잡는 데 있어서 반절은 된 것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순식간에 십 년이 흘러서, 가만히 내가 한 말과 행위를 옛사람이 30세 때 했던 성취와 비교해보니, 언덕이 태산과 화산을 마주 보고 있는 것처럼 현격한 차이가 있는 듯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후회하고 한탄하며 "내가 가졌던 옛날의 지행은 진실로 대부분 해이해졌다."라고 되뇌었습니다. 그런데도 오히려 스스로를 위로하며, "옛 사람들이 덕을 완성한 것은 대부분 40세 때나 50세 때였으니, 내가 비록 몇 년 어그러졌으나 이제라도 힘써 정진한다면 오히려 미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신선이 될 금단의 소식은 아직 없고 서릿발 같은 흰 머리가 먼저 침범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40세 전에는 아득하고 망망하였으니 한문공(한유)만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묘한 도와 정미한 의리는 비록 기미를 살피고 마음에 깨닫고 싶으나 이미 젊은 날의 총명이 아니요, 중임과 대업은 비록 멀리 끝까지 궁구하고 싶었을지라도 장년의 역량이 없음을 어찌할 수 없어서, 지난날에 떠돌며 논 것을 슬퍼하고 초심에 부합하기 어려움을 개탄하여, 때때로 눈물을 흘렸습니다. 수레가 뒤집힌 이후에 큰 길을 살피는 것이니 팔이 부러지기 전에 좋은 의사를 어찌 구할 수 있겠습니까. 그대는 이 한량이 경험한 바를 거울과 경계로 삼아서, 세월이 많다는 것을 믿는다 말하지 말고, 지극한 도를 듣기 어렵다는 것을 항상 두려워하여, 더욱 큰 뜻에 힘을 쓰고 큰일을 궁구하여, 가깝게는 부모의 유체를 보존하고, 멀리는 성현의 일맥을 잇기를 바랍니다. 저는 비록 때를 잃었지만, 속으로는 천리마 꼬리에 붙은 파리나 삼대 속의 쑥대가 되기를 원합니다. 나는 그대에 대해 얼굴은 비록 새로이 알았을지라도 마음만은 옛날부터 사귄 것 같습니다. 헛된 칭찬으로 사람에게 아첨하고 싶지는 않고, 거듭 참된 마음으로 서로를 도와준다는 비유에 느끼는 바가 있어서 나도 모르게 속마음을 다하여 여기에 이르렀으니, 이해하여 잘 들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答金聖九 庚申
奉審書中所自道, 有志行懈弛, 無以聳拔等語, 知是出自撝謙例語.然既係下問而求益者, 則請得以因此, 而效實心相與之一端也.夫志之欲其堅立而不懈, 行之欲其篤進而不弛, 豈不是學者之所願? 終無奈理義之發弱而微, 氣欲之蔽強而繁, 一日之奮發, 不能勝長時之燕晏, 千里之輈, 常多半途之廢, 乍立乍解乍進乍弛之間, 悠悠歲月不待我矣, 此千古之通患也.僕之昔在弱冠也, 所志所行, 雖不足道, 亦未嘗不欲古之人是志是學, 每有自恃于中者曰: "往昔特逹之人, 雖云夙就, 皆壯而後有立焉.我尚弱而少矣, 且用十許年工夫, 其於追古人也, 思過半矣." 焂忽之間, 十霜已周, 靜把己之云爲, 視古人三十時所就, 則懸乎若丘垤之於泰華矣.乃自悔懊曰: "我向來志行, 固多解弛也." 然猶有所自慰者曰: "古人之成德, 多在於四十五十, 我雖蹉, 却幾年迨此, 勉進尚可及也." 孰知金丹無信霜白先侵? 四十前茫茫蒼蒼, 非獨韓文公然也.竗道精義, 雖欲研幾悟, 心而已, 非少日之聰明.重任大業, 雖欲遠致極究, 而奈無壯年之力量, 悼往日之游泛, 慨初心之難副, 有時乎泫然而泣下.覆轍之後, 坦途亦審, 折肱之前, 良醫何求? 幸足下以此漢之所經歷者爲鑑戒, 勿謂富年之可恃, 恒懼至道之難聞, 益勵大志, 勉究大事, 近以成父母之遺體, 遠以紹賢聖之一脈也.僕雖失時, 竊願爲驥尾之蠅, 麻中之蓬也.僕於足下, 面雖新知, 心惟舊交.既不欲以虛譽媚人, 而重有感於實心相與之喩, 不覺罄竭至此, 想亦見諒而樂聞也.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