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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3
- 서(書)
- 황순집서구에게 답함 신묘년(1951)(答黃舜輯 瑞九 ○辛卯)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3 / 서(書)
황순집서구에게 답함 신묘년(1951)
지난번에 별도로 말을 전하는 사람이 내가 음당(陰黨, 오진영 측)이 화해를 청한 것을 거절한 일은 지나치다 여기고서 "저 사람이 원고를 발간한 것은 공은 공이다"라고 운운하였다 합니다. 이것은 공적을 숭상하고 의리를 하찮게 여기는 자의 말이니 우리 성학(聖學) 문정(門庭)에서 이를 용납할 수 없습니다. 맹자는 "하나의 불의를 행하여 천하를 얻는다 하더라도 하지 않는다"라고 하였고, 동중서는 "의를 바르게 하고 이익을 도모하지 않는다" 했으며, 정명도는 "공을 계산하지 않는 것이 정법안장(正法眼藏)이다주 119)이다"라고 했습니다. 하물며 저 사람이 원고를 발간한 것은 공이 아니라 죄임에 있어서랴? 만약 저 사람이 유서를 따르고 《화도수정본》을 따라서 발간했다면 어찌 그 공을 인정하지 않겠습니까? 즉 인가(認可)받았다고 할 때는 인가 받으라 분부하였다고 속였을 뿐만이 아니고, 원고를 혼란케 함에 있어서는 고치거나 숨기는 것을 멋대로 행했을 뿐만이 아닙니다. 스승을 불의에 빠뜨리고, 스승의 본뜻을 애매하게 만들며, 더욱이 사림을 일망타진하고, 스승의 손자를 잡아 가두어서 발간의 일을 완성했으니, 이 어찌 죄를 성토하지 않고 공적을 인정할 수 있단 말입니까? 외부사람들은 그 곡절을 깊이 알지 못하여 성토하는 뜻을 궁구하지 않고 고변(考辨)의 기록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므로 이처럼 말하는 것이 있을 뿐입니다. 최근에 정제(貞齋) 친구 김씨와 권 모씨가 새로 혼인을 하고는 항상 나에게 권씨(권순명)의 화해를 들으라고 권하면서 "내가 그와 함께 올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내가 "그가(권씨) 만약 죄를 후회하고 깃발을 돌려 오씨를 성토한다면 불가할 것도 없다"하니, 최근에는 벗 정제가 다시는 권하지 않습니다. 옛날에 맹자는 요순, 이윤, 공자에서부터, 아래로는 백리해의 일에 이르기까지 모두 힘을 다하여 속임을 변론했습니다. 생각건대, 고명하신 당신은 간옹을 비록 스승으로 섬기지는 못했을지라도 진실로 존경하고 사모하며 좇아 배워서 성명이 큰 원고에 실려 있는데 하물며 사문(斯文)의 적을 사람마다 성토함에 있어서랴? 외부사람이라 자처하지 말고 안과 밖으로 춘추필법을 실천하기 바랍니다. 이 편지를 동생과 함께 읽기를 바랍니다.
- 주석 119)정법안장(正法眼藏)
- 불가에서 말하는 진여(眞如)의 세계, 또는 더 이상의 경지가 없는 최고의 깨달음을 말한다. 우주를 밝게 비추는 것을 안(眼), 모든 덕을 포함하는 것을 장(藏)이라 하며, 정법(正法)은 이 안과 장을 구비하는 것이다. 석가가 영산회상(靈山會上)에서 강설할 때 연꽃을 꺾어 들자 대중이 모두 침묵하는 가운데 오직 가섭(迦葉)만이 환하게 미소를 지었는데, 이에 석가가 "나에게 있는 정법안장(正法眼藏)ㆍ열반묘심(涅槃妙心)ㆍ실상무상(實相無相)ㆍ미묘법문(微妙法門)ㆍ불립문자(不立文字)ㆍ교외별전(敎外別傳)을 마하가섭(摩訶迦葉)에게 맡기노라."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연등회요(聯燈會要)》
答黃舜輯 瑞九 ○辛卯
向於別路所傳人, 有以我絕陰黨請和爲過, 而曰"彼之刊稿功則功矣"云云. 此尚功下義者之說, 吾聖學門庭, 容此不得. 孟子之"行一不義得天下不爲", 董子之"正義不謀利", 明道"不計功是正法眼藏". 且况彼之利稿匪功伊罪者乎? 使彼遵遺書, 依手本而刊之, 孰不與其功? 乃出認不啻誣以認教, 亂稿不啻恣行改竄. 陷師不義, 昧師本旨, 加以綱打士林, 縛囚師孫以成之, 是可不討罪, 而與功乎? 外人不深知其曲折, 不究討斥之旨, 不見考辨之錄. 故有此云云爾. 鄙近貞齋金友, 權某之新姻也, 常勸我聽權和而曰"吾當與之俱來." 余曰"渠若悔罪, 回旗討吳, 則無不可," 近則貞友不復勸矣. 昔孟子之於堯舜伊孔, 下逮百里奚之事, 皆盡力辨誣. 念高明之於艮翁, 雖未及師事, 實尊慕從學, 名載大稿, 况斯文之賊, 人人得討者乎? 幸勿以外人自處, 而只用皮裹春秋也. 此紙願與令弟同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