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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1
  • 서(書)
  • 간재선생에게 올림 갑인년(1914)(上艮齋先生 甲寅)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1 / 서(書)

자료ID HIKS_Z038_01_B00001_001.001.0001.TXT.0011
간재선생에게 올림 갑인년(1914)
제가 근래에 한희녕(韓希甯 한유(韓愉))의 유문(遺文)을 읽고 그의 지취(旨趣)와 언론(言論)이 호방(豪放)하고 굉박(宏博)하여 족히 들을 만한 말임을 보았습니다. 그의 리기(理氣)와 심성(心性)에 관한 학설의 경우도 본래 설명한 것이 대체로 좋았지만, 심과 리를 하나로 보는 무리주 29)의 학설을 물리친 점은 얻어 보기 가장 쉽지 않은 것입니다. 다만 그가 선생께서 주장한 '심은 비천하고 성은 존귀하다[心卑性尊]주 30)'는 학설을 의심한 것은 어쩌면 그리도 사색이 정밀하지 못한 것입니까? 대개 심성 두 글자를 한덩어리로 섞어서 말하면 애초에 존귀함과 비천함 두 가지로 나눌 수 없으니 이를테면 성인의 마음은 혼연(渾然)히 천리(天理)라는 것주 31)이 바로 그것입니다. 만약 심(心)과 성(性) 둘의 개념과 외연을 가지고 말하면, 자사(子思)는 존덕성(尊德性)의 가르침을 제시하였고, 정자(程子)는 성인은 하늘에 근본을 둔다는 말씀주 32)을 하였는데, 높여짐을 받아 근본이 되는 본체는 성(性)이고, 높이고 근본을 두는 주체는 어찌 심(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심이 비천하고 성이 존귀하다는 설이 합당하지 않겠습니까? 심과 리를 하나로 보는 무리를 물리친 이러한 안목을 가지고 도리어 이 '심은 비천하고 성은 존귀하다'는 주장을 의심하였으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주자대전》 〈답정자상서(答鄭子上書)〉의 의목(疑目)주 33)은 지금 이미 결론이 난 것입니까? 대개 정자상(鄭子上)의 문목(問目)의 요지(要旨)로 살펴보면 당시 유행하였던 학설에 일리가 없지 않습니다만, 주자가 답한 편지의 문세(文勢)로 살펴보면 본체에 관한 학설은 더욱 바꿀 수 없습니다. 일전에 가르쳐주신 말씀에서 정자상의 문목은 태극(太極)의 동정(動靜)만을 가리키지 않고 음양(陰陽)도 함께 거론한 것이므로 주자가 그것에 대하여 답할 때 리기의 측면에서 리가 기의 근저(根柢)가 된다고 설명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등등의 말씀을 하셨는데, 이 말씀이 가장 분명하고 적절하여 이 안건을 판정할 만합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 다시 주자가 "인(仁)은 바로 움직이는 것이고, 의(義)는 바로 고요한 것이니 이것이 또 기와 무슨 관계가 있겠는가?[仁便是動 義便是靜 此又何關於氣]"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태극의 동정에 관한 설인 듯합니다. 이 세 구절이 가장 처리하기 어려우니 삼가 분석해 주시기를 기다리겠습니다.
○ 선생께서 다음과 같이 답장하셨다. "한유(韓愉) 문집의 설들에 대해 그대가 논한 것은 모두 맞는 말이다. 정자상의 문답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견해가 없다."
주석 29)심과 리를 하나로 보는 무리
心과 理를 하나로 본다는 것은 바로 心卽理를 말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송 대의 육구연과 명 대의 왕양명을 대표적인 心學者라고 하지만, 심학의 근원은 맹자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우리가 성리학의 두 줄기인 리학과 심학을 이해함에 있어 주의해야 할 점은 리학자들은 오로지 性卽理만을 긍정할 뿐 心卽理는 부정한 반면, 심학자들은 性卽理와 心卽理 그리고 性卽心을 동시에 긍정한다는 것이다. 단지 심학자들은 心의 자율성을 크게 강조하였기 때문에 性보다는 心을 보편적으로 사용할 뿐이다.
주석 30)심은 비천하고 성은 존귀하다
간재의 心性論의 핵심은 '心本性'ㆍ'心是氣'ㆍ'性師心弟'ㆍ'性尊心卑'ㆍ'明德心說'로 종합할 수 있다. 간재가 비록 주자와 달리 明德을 性으로 규정하지 않고 心으로 규정하였지만, 간재철학에서 오로지 性만이 형이상의 至善한 존재이고, 心은 형이하의 범주에 속한 氣이다. 따라서 性師心弟 혹은 性尊心卑로 心과 性의 관계를 표현한다. 그러나 이곳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卑'를 결코 절대적인 의미로서의 낮음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간재에 의하면, 性尊心卑에서 卑는 性의 尊과 상대적 의미에서의 卑일 뿐이다. 다른 氣에 비하여 心은 尊의 성격의 가진 존재이다.
주석 31)성인의……것
《논어집주(論語集註)》 〈술이(述而)〉15장의 집주(集註)에 나오는 말이다.
주석 32)정자(程子)는……말씀
《이정유서(二程遺書)》 권21에 "성인은 하늘에 근본을 두고, 석씨는 마음에 근본을 둔다.〔聖人本天 釋氏本心〕"라고 한 내용이 보인다.
주석 33)의목(疑目)
의목은 질문하기 위해 의심나는 부분들을 조항별로 나열한 것을 가리킨다. 여기에서는 1191년 주자가 62세 때 정자상에게 답한 편지를 가리킨다. 《주자대전(朱子大全)》 권56 〈답정자상(答鄭子上)〉
上艮齋先生 甲寅
小子近得韓希甯遺文讀之, 見其風旨言論豪爽宏博, 言足聽聞. 至於理氣心性之說, 亦自說得大體好了. 其闢心理一派, 最不易得. 但其疑先生心卑性尊之說, 何其思之不精也? 蓋'心性'二字渾淪說, 則初不可以尊卑二之, 如聖人之心渾然天理是也. 若以二者之名位界分言之, 子思有尊德性之訓, 程子有聖人本天之語, 所尊所本者是性也, 尊之本之者, 豈非心乎? 則心卑性尊之說, 不其然乎? 以若闢心理之眼目, 乃有此疑, 是不可曉也.《大全》〈答鄭子上書〉疑目, 今已斷案否? 蓋從子上問目主意上看來, 則流行之說不爲無理, 從朱子答書文勢上看來, 則本體之說又不可易. 日前下敎子上問目, 不單指太極動靜, 而兼擧陰陽. 故朱子答之, 不容不就理氣上說出理爲氣之根柢云云, 最爲明切可斷此案. 而其下又曰: "仁便是動, 義便是靜," 此又何關於氣? 此則似是太極動靜之說也. 蓋此三句, 最難區處, 伏俟剖示.
○ 先生答書曰: "所論韓集諸說皆得之, 子上問答尙未有定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