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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1
  • 서(書)
  • 간재선생에게 올림 경술년(1910)(上艮齋先生 庚戌)

후창선생문집(後滄先生文集) / 권1 / 서(書)

자료ID HIKS_Z038_01_B00001_001.001.0001.TXT.0009
간재선생에게 올림 경술년(1910)
조국이 망했으니 차마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차마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기억하건대, 옛날 단발령(斷髮令)의 재앙이 있었을 때 선친이 선생께 편지를 보내 죽음으로 맹세하고서 태도를 바꾸지 않으셨습니다. 만약 선친이 오늘날 살아계신다면 무슨 마음을 지니실까 더욱 모르겠습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 풍수지탄(風樹之歎)주 27)의 고통과 〈하천(下泉)〉주 28)의 생각이 마음속에 절절히 교차하여 저도 모르게 목이 메고 눈물이 흘러나옵니다. 찾아뵐 기약은 아득하여 정해진 것이 없으니 편지를 마주함에 매우 슬픕니다.
○ 선생께서 답서에서 말씀하셨다. "조국은 이미 기울어졌고, 그대 선친은 볼 수 없으니 어찌하겠는가? 울지 마시게. 내 몸은 노환이 날로 더 심해져서 곧 죽을 것 같네. 아마도 다시는 우리 종현(鐘賢 김택술(金澤述))을 보지 못하고 죽을 듯하네. 죽기 전에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서로 마주할 수가 없으니 몹시 슬프고 한스럽네."
주석 27)풍수지탄(風樹之嘆)
부모를 잃은 자식의 아픔을 의미한다. 《한시외전(韓詩外傳)》에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여도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은 봉양하고 싶어도 어버이가 기다려 주지 않는다〔夫樹欲靜而風不止, 子欲養而親不待〕"는 말에서 유래한 말이다.
주석 28)하천(下泉)
《시경(詩經)》의 편명(篇名)이다. 내용은 현인이 국가의 쇠망을 걱정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上艮齋先生 庚戌
宗國旣亡, 不忍言不忍言. 憶昔薙髪之禍, 先人致書先生以死自誓而不變. 若使先人今日而在者, 又未知見作何懷也? 言念及此, 風樹之痛, 下泉之思, 交切于中, 不覺哽塞而淚迸也. 進謁之期茫無所定, 臨紙悵菀.
○ 先生答書曰: "宗國已傾, 先丈又不可見, 如之何? 勿泣. 賤身癃疾, 日以盆深, 行將逝矣. 恐不復見吾鐘賢而死. 死前所欲奉託者在, 而莫可相對, 殊庸悵恨."